엄한 부모, 단 자녀가 존중받고 있다고 확신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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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부모, 단 자녀가 존중받고 있다고 확신할 경우
  • 신우항
  • 승인 2022.12.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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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우리사회]
(3) 엄한 부모 -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엄하다' 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형용사)

① 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② 어떤 일이나 행동이 잘못되지 아니하도록 주의가 철저하다.

③ 성격이나 행동이 철저하고 까다롭다.

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엄한 부모는 어떤 의미일까?

 

엄한 부모. 출처 Dreamstime.com

엄한 부모가 좋다, 자애로운 부모가 좋다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양쪽 모두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며, 아동의 성향에 따라 두가지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두가지 모두 적절히 적용해야 하는데, 한쪽이 너무 강해서 아이에게 좋지못한 결과를 가져온 사례가 있다.

 

2018년 3월의 어느날,

키가 유난히 크고, 몸이 건장하신 어머님이 C군과 함께 내원하셨다. 타 기관에서 말더듬(Stuttering)으로 장시간 치료를 받고 있는데, 더 이상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우리기관에서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현재 우리 아이의 말더듬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럼 언어평가를 예약하시면 됩니다."

"물론 지금 이용하시는 기관의 소견서를 첨부하시면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합니다."

"아니요, 그냥 소견서 없이 평가해 주세요."

"네 그럼 소견서 없이 평가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차분함과 교양이 넘치시는 C군의 어머님은 언어평가를 예약하시고 돌아가셨다.

 

이틀 뒤 평가를 담당하신 소장님이 난색을 표하셨다.

초등 1학년인 C군은 어머님과 함께 있을 때엔 차분하고 조용했는데, 검사를 위해 검사실로 들어간지 5분도 되지 않아 과격함과 폭력성이 많이 나타나, 물건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또한 말더듬 정도측정(P-FA-II)결과, 전 과정(필수과제-문장그림, 말하기그림, 그림책-, 선택과제-낱말그림-, 선택과제-따라말하기-, 부수행동정도)에서 모두 말더듬 정도 심함으로 나타났다. 거의 치료가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이다.

타 기관에서 1년 반 넘게 치료를 했다고 하셨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타기관 소견서가 없어서 추측할 수 밖에 없지만, 아동의 치료실 내 폭력성과, 평가 결과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어머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C아동은 주목 받고 싶은 욕구가 커, 관심을 받으려면 남들보다 빠르게 행동해야(말해야) 했을 것이고, 급한 성격과 맞물려 빨리 말하려다 보니 실수가 잦았을 것이고, 그로인해 엄한 어머님께 자주 혼났을 테고, 그 심리적 여파가 유지되어 자존감도 떨어졌을 것이고, 욕구 충족이 되지 않으니 계속 악순환이 되어 부수행동들이 출현했을 것이고...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필자는 엄한 부모와 자애로운 부모의 옳고 그름을 가리고자 함이 아니다.

아동의 성향에 따라 각각 장, 단점이 존재하고, 양쪽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후자는 전 단계가 필요없지만 전자는 전 단계가 꼭 필요하다.

다시말해 '아동이 엄한 기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엄한 부모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자녀가 스스로를 부모에게서 존중받고 있는지, 사랑받고 있는지, 관심받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 라고 확신이 있을때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모가 스스로 그리 생각하는게 아니다. 자녀가 그리 생각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자녀가 스스로를 존중받고,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 생각한다면, 엄한 부모의 역할이 문제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C군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자녀에게 엄격한 부모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존중과, 사랑 그리고 관심이 결여된 엄한부모는 자녀를 매우 위태롭게 만든다.

C군 어머님과 평가 상담 때 이 말씀을 드리니 매우 불쾌해 하셨다. 하지만 정확한 소견을 말씀 드리지 않는다면 우리 같은 기관이 필요할까?

C군 어머님은 강단이 있고, 교양 있고, 품위 있는 행동과 언어를 구사하신다. 자존심이 높고 완벽을 추구하신다. 하지만 그 때문에 주변 분들이 많이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깐깐하고 엄한 잣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C군의 심리상태는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말더듬과 폭력성이 그 이유이다.

어머님께 C군의 언어치료와 심리치료 그리고 가족분들의 심리치료를 권해 드렸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일진데,

가족끼리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면 어느 곳에서 쉼을 얻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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