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 - 영종의 첫 민간 전시공간... 소프트웨어 기술 접목, 다원예술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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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고 - 영종의 첫 민간 전시공간... 소프트웨어 기술 접목, 다원예술 추구
  • 공지선
  • 승인 2022.1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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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청년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천의 시각예술 공간] ⓶ 아트스페이스카고의 유세훈, 양수진 기획자
글 = 공지선 / 시각예술 작가, 파이프챔버 대표
이동은 멈추지 않는다. 작든 크든 견고한 박스에 몸을 실은 채 저마다의 실효성을 품고 지역과 지역을 거닐며 행선지를 쫓는다. 이들은 마치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기 전 잠을 자는 이야기들처럼 고요의 하늘 속에서, 단단한 땅 위에서, 혹은 일렁이는 물결 속에서 잠을 청한다. 저 수많은 박스는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향해 가는 걸까. 수많은 리스트와 바코드는 여기 선 행인의 입장에선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런 수하물들은 예술가의 작업과도 같다. ‘아트스페이스 카고’는 우리나라 최대 허브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그것도 운서역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정육점이었던 이 건물은 사람 들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에 문을 열고 모두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화이트 큐브의 공간은 설치된 작품들을 온전히 내비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풍경. 지역에 새로운 시도를 운반하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유세훈, 양수진 기획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옮긴다.

 

양수진, 유세훈(우) 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Artspace Cargo)는 ‘수화물 Cargo’처럼 형태와 행선지에 구분없이 예술을 전달하고, 저장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신생 공간입니다. 기획자와 평론가를 중심으로 동시대성의 의미를 지닌 예술인과 작품을 발굴하며 타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한 다원예술 등의 실현을 추구합니다. 인천의 신생공간으로서 인천 출신의 예술인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공지선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수진> 안녕하세요. 저는 아트스페이스 카고에서 공간 대표와 큐레이팅을 맡은 양수진입니다. 저는 사실 인천 토박이는 아니고요. 인천 출신인 학교 동문이자 공동대표로 함께 하는 세훈 씨를 따라 2022년부터 지역에서 기획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세훈> 안녕하세요. 저는 아트스페이스카고 공동대표로 같이 활동하고 있는 유세훈이라고 합니다. 수진 씨와는 학교에서 만나서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이나 공연예술 사업 들도 많이 진행해 왔었는데, 저희의 공감대가 미술로 닿아 있는 부분도 있었고 그중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이나 신진 작가 들을 발굴해서 어떻게 보면 미술계에 신선한 영향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만한 사업에 뜻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공간에서 조금 작게 먼저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고 대화를 나눈 내용이 잘 진행이 돼서 지금까지 이렇게 좋은 사업들을 잘해오고 있습니다.

 

공> 카고 이전에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해오신 거로 아는데 어떤 작업을 해오셨는지요?

양> 세훈 씨랑 온라인 미디어와 관련된 예술을 많이 했었는데 2020년 서울문화재단 온라인 미디어 예술 지원 사업 ‘Art must go on’의 일환으로 ‘괄호’라는 극작가 단체와 오디오북 만드는 사업을 함께 진행해서 그 해 아르코 아트 체인지업 상 수상을 했고요. 2021년에는 저희가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라고 뮤지컬의 제작, 실 공연, 녹화중계, 배리어프리 자막이 달린 오디오북과 배리어프리 뮤지컬 콘텐츠를 개발했었어요. 그 외로 저 같은 경우에는 조금 모든 영역을 약간 넓고 얇게 살짝 발을 들이는 스타일이라서 올해는 독립 게임 개발에도 참여 했었고 기타 융합 예술 센터 유튜브 사업, 숏폼 콘텐츠에도 참여하기도 했었고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교육 전시에서 기획 및 그래픽 디자인 등의 분야에도 있었습니다.

유> 저도 뮤지컬이나 연극에 사실 굉장히 많이 집중했었는데요. 연극 같은 경우에는 소위 카타르시스라고 표현하죠. 사람들이 무대에서 직접 소통하면서 느끼는 반응이나 이런 지점들을 보는 게 굉장히 좋았었는데 사실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이제 미술 작품을 보고, 다른 어떤 현장적인 소통이 없더라도 작품 하나만을 보고서 사람들이 감명을 받는 부분들이 더 좋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미술 계통으로 넘어와서 새로운 작업을 또 열심히 시도하고 있습니다. 

유세훈> 연극 '청춘 RGB (젊은 연극제, 2021)', '사라져 사라지지 마 (제4회페미니즘연극제, 2021)' /  양수진> 뮤지컬 '드림레코더(한국예술종합학교, 2020)', 게임 '온크로노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온라인 미디어 지원 사업, 2022) / 공동 작업> 뮤지컬 '라스올라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년 온라인 미디어 지원 사업, 2021)', 희곡 오디오북 '듣는 희곡:괄호에 귀대면 (서울문화재단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2020)’

공> 공간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두 분의 공통된 관심사에서 발화하여 기획하게 되었고 가지고 있는 공간에서 열자 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여기가 원래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나요?

양> 아니요. 여기 공간이 원래는 정육점이었어요. 여기 위치 선정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술과 연관된 뭔가 많이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사실 영종도에 민간 비영리 전시 공간이 카고가 첫 번째예요. 문화예술 활동이라든지 수치가 인천 중구로 따졌을 때는 인천에서 조금 높은 분위를 차지하긴 하는데 영종도로 한해서 생각하자면 상대적으로 활동 지수가 조금 낮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실 올해 이곳에 처음 와봤는데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했었던 활동 들이 주로 서울에서 계속 계속했었기에 문화예술이 익숙하지 않은 지역성에 예술을 접합하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같이 쿨하게 하기로 협의했던 것 같아요. 한 12월부터 준비해서쯤에 오픈을 하자 이렇게요.

 

공> 그렇다면 공간을 구하실 때 가장 중점적으 고민하신 부분이 무엇인지, 딱 이 공간으로 계약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신 지점이 있으실까요?

유> 저희가 다른 따로 또 같이 작업을 지속하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예술이 있을까 이런 지점들을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인천 출신인데, 어렸을 때 영종도가 문화예술이 부족해서 서울로 나가서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고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이 지역에 문화 콘텐츠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었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서울에서 계속 예술 활동을 지속해오면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건 내가 살던 곳인데 내가 또다시 서울에서만 뭔가 예술 활동을 또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거를 영종도라는 지역에서 시작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둘이 생각을 공유하다가 접점이 생겨 적극적으로 진행을 하게 된 거죠.

근데 영종도도 굉장히 넓잖아요. 영종도는 크게 용유지역과 운서동, 그러니까 공항신도시 또 하늘 신도시 이렇게 세 섹션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늘도시 같은 경우에는 사실 1층에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요.  중심 상권이 너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임대료나 주차나 하는 문제들이 있어서요. 용유지역의 경우에는 또 접근성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적당히 유동성도 있고 접근하기도 편한 곳이 여기 공항 신도시가 아니겠냐고 판단해서 이쪽으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공> 카고의 위치가 역에서 굉장히 가까워서 다른 분들이 오시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가까운데 학교도 있고 거주지도 있고 하니 카고같은 공간이 생기는 것 자체가 지역 주민들한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들이 있고 많은 생활이 공존하는 곳에서 문화예술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차후에는 어느 정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적극적으로 향유를 하거나 창작을 할 수 있게 되잖아요.

유> 맞아요. 저희가 처음 이 공간을 만들 때는 당연히 저희 같은 20·30대가 많이 찾아올 줄 알았어요. 신진 작가들로 라인업을 구성할 때도 그런 관람층을 염두에 두고 현재 20·30대 중에서도 가장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주로 꾸려왔고요. 그 때문에 핫플레이스를 다니는 그런 청년들이 많이 오시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전시를 오픈하고 나니 지역에 있는 많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굣길에, 혹은 학원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많이 찾아와서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런 현대미술에는 성인들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도 흥미가 있고 아이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양> 저희가 약간 초반에 예상했던 길과 되게 다른 방향으로 계속 왔었어요. 이곳이 뭔가 ‘우리만의 을지로’ 이런 느낌이라고 지인들도 이야기했었거든요. 모든 게 다 학원이고 상점인데 너희 혼자만 을지로를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20~30대 젊은 분들 아니면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계속 올 거로 생각했어요. 보통 서울에 있는 갤러리들은 그렇게 되어 있잖아요. 지하에 있든 2층에 있든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내 골목까지 오니까요. 근데 카고는 되게 일상적인 공간에 있어서 그런지 일상적인 분들이 찾아오세요. 그냥 의도를 가지고 찾아오신 분들도 계시긴 한데 대부분은 걷다가 여긴 뭐 하는 데지 하고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세요. 자동문이 열리면 ‘여기 뭐 하는 데예요?’ 물어보세요. 그럼 저희는 ‘여기 전시하는데도 들어와서 보셔도 돼요’ 하죠. 아이들 역시 이 지역에 학원이 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어서 정말 많이 와요. 하루에 단골손님 한 3명은 있는 것 같아요. 방명록에 보면 꼭 아이들 글씨가 있거든요. 질문들도 보면 되게 다양해요. 이건 뭐예요? 부터 작가님이세요? 이런 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왜 하는 거예요? 이런 거로 돈은 어떻게 벌어요? 등등.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전시 전경 (사진, 윤호준)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전시 전경 (사진, 윤호준)

 

저희가 초반에 3월부터 5월까지 쭉 릴레이 전시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이제 공간이 가진 장점과 관객층을 파악하고 최근에 그걸 적용하는 시기를 갖고 있어요. 최근에는 ‘인천 청년 축제 지원 사업’의 했던 부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술 교육프로그램 진행했어요. 어린 친구들을 모집해서 AI, VR 관련 미술교육을 하고 계신 강사분을 초빙해서 일요일마다 기획반, 비평반을 나누어 미래 미술관을 기획해 봤어요. 단순히 미술관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AI 드로잉, VR 구현으로 확장하여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전시도 진행했었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주 사업은 아니어도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할 예정이에요.

저희의 주 관객층인 주민분들은 처음 저희 사업에 낯설어하셨어요. 공간 앞에서 들어가도 되는지 돈을 내야 하는지 등 거리감 있는 질문들을 하실 때가 많았는데, 저희가 방향을 조금 수정해서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의 주 관객층인 주민들에게 친절한 전시를 기획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반기 레파토리는 관객의 눈높이로 같이 맞춰서 걸어 나가자는 의도로 기획하게 됐어요. 주로 관객 참여형 전시로 사운드를 틀어서 듣고, 작품을 만지고 또 자전거를 타는 등 경험을 하는 전시예요. 좀 더 어린아이들, 아니면 이런 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재밌게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했어요.

아트스페이스 카고 교육프로그램과 연계 전시 오프닝 사진
아트스페이스 카고 교육프로그램과 연계 전시 오프닝 

공> 카고의 목표, 지향점이 궁금해지네요.

유> 저희가 골라인에 대한 시점이 조금은 다를 것 같은데요. 저 같은 경우는, 영종도에서, 이 섬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예술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꼭 외부에서 막 찾아들어 오진 않더라도 적어도 주민분들이 미술작품이란 뭘까? 혹은 미술작품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이런 사운드형 전시들처럼 관련된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음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양> 저는 외적으로는 카고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보통 대안공간들이 2, 3년을 버텨나가기가 힘들잖아요. 이 공간이 제 손에 계속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에 의해서 영속적인 활동으로 계속해서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내적인 면으로 보자면 이 공간을 시작할 때 주 키워드로 넣었던 건 기획자 중심적 활동이었어요. 사실 미술계에서 작가는 만능이죠. 기획도 하고 비평도 하고 큐레이팅도 하고 작품도 하고 다 하잖아요. 근데 그 역할을 이제 예술계가 지평이 넓어지기 위해선 경영가, 비평가, 기획자, 이론가들의 역할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저희 둘 다 예술 경영 출신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젊은 신진 기획자가 또 다른 젊은 작가들을 만나 기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들을 했으면 좋겠다. 대부분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이 지역에 오시면 좋아하세요. 이곳에서 해본 적도 없고 지역에 대해 상세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 또한 본인이 알던 관객들이 아니니까, 그런 것에서 조금씩 충격을 받고 활동을 넓혀나가는 과정을 몇 번 봤어요. 제게는 이런 현상이 되게 고무적이었어요. 그래서 신진 기획자와 신진 예술가가 역량을 펼칠 수 있고 활동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곳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전시 전경 (사진, 윤호준)
아트스페이스 카고 전시 전경 (사진, 윤호준)

공> 공간을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양> 우선 저는 인천이 아니라 서울에 살고 있어요. 왕복 세 시간 출퇴근을 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그게 제일 어려워요(웃음). 근데 저뿐만 아니라 작가분들도 생각보다 거리가 있더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오시면 좋아하시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접근성의 문제가 분명히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유> 문화예술 공간이 더 있으면 좋겠어요.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저희가 열심히 하는 거와는 별개로 영종도라는 지역에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관람하고 경험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카고는 비영리로 공간이라 저희 사비로 많이 운영되고 있어요. 물론 재단의 지원을 받기도 했었지만 저희가 다른 직업도 가지고 일과 병행을 하면서 운영하다 보니까 출퇴근하며 공간을 운영하는 게 조금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공> 그렇다면 일적인 부분이나 작업적인 부분과 공간을 운영,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유> 저희가 둘이 작업을 많이 해봤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고 일정에 대한 배려가 있기 때문에 밸런싱 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한 것 같아요. 서로 출근하는 날을 정하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내가 그날 나갈게’ 하기도 하고요. 다른 작업을 하다가도 카고에 대한 회의 안건이 있으면 밤 10시에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도 하기도 해요. 서로 공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아직은 조금 더 커서 다른 작업이랑 밸런싱 하는 게 솔직히 힘들긴 하지만 상호 간에 배려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편한 것 같습니다.

양> 저희 둘 같은 경우에는 서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행정적인 부분들은 세훈 씨가 보험이라든지 계약서 작성이라든지 정산부터 공간 운영에 있어서 이건 회화 작품이니까 습도를 이 정도로 해놓자, 제습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신경 써주세요. 그러면 또 이제 제가 예술적인 부분들, 그러니까 섭외라든지 비평이라든지 기획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담당해서 완주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영역에 대해 서로 딱히 이견이 없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카고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 차후에 공간을 운영할 생각이 있는 청년 기획자들이나 작가들 혹은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유> 저는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할 테니, 수진 씨는 감성적인 부분을 준비해주세요(웃음). 일단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공부인데요.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세요. 이런 건 아니고 본인이 잘 알아야만 남들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애매하게 아는 상태에서 남한테 소개를 할 수 있겠냐고 생각을 하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는 공부인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자본이죠. 저는 이 두 가지가 밸런스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게 정말 제가 100억이 있고 1천억이 있어서 천 평 만평 되는 규모의 미술관, 박물관을 만들더라도 대표 자체가 지식이 없으면 그런 공간도 오래가기 힘들거나 거기 돈만 많은 데잖아 식으로 남기도 해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밸런스가 잘 유지가 돼야 한다 생각합니다.

양> 저는 공간과 공간이 자리 잡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 소외 지역 혹은 도서·산간이나 지방에 있는 공간들은 그 지역에 대해 모르면 그 예술이 뭔가 실효성 있게 관객에게 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게 그 지역성과 그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 그리고 이곳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이 동네를 지역 문화예술 활동 지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따라 관객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좀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저도 3월부터 반성을 되게 많이 하면서 생각했었고 아직도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만의 작업을 하는 것도 좋죠. 근데 결국 문화예술을 하고 있는 건 관객을 만나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제 작품과 관객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매개자로서 어떻게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느냐 생각을 해봤을 때 관객을 잘 알아야 하고 그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어린이미술교육프로그램
아트스페이스 카고 어린이미술교육프로그램

공> 인천의 문화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화 예술적인 역량으로는 되게 독특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항만과 맞닿아 있고 디아스포라 적인 맥락으로도 읽힐 수가 있고 그러면서도 인천 아트플랫폼이라든지 국공립 기관 중에서도 힘을 내는 곳들이 몇 곳 있죠. 인천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녹여낼 수 있는 문화예술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이것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대대적으로 활동했던 작가분들과 혹은 지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혹은 있었던 문화·예술 활동들에 관한 공부가 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야 할 길들, 이 인천이라는 지역성은 문화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연구를 기반으로 재밌는 게 더 많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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