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같은 사람, 청개구리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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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같은 사람, 청개구리 같은 사람
  • 최원영
  • 승인 2022.12.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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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82화

 

 

어느 날이었습니다. 전철에서 내렸더니 우연히도 계단을 올라가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천천히 걷기 때문에 그곳이 무척이나 불편했습니다. 제 앞사람들이나 뒷사람들이 거의 똑같은 속도로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저 역시도 그들과 보조를 맞춰야만 했으니까요.

역을 벗어나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 사람들은 정말 바빠서 저렇게도 빨리 가는 걸까?’ 라고요. 물론 시간이 촉박해 서둘러야 할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빨리 걷기도 합니다. 빨리 가면 보지 못했던 것도 천천히 가면 볼 수가 있습니다. 바쁜 일이 아니라면 그래서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 것도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쑤쑤)에 할아버지가 외손자를 가르치는 글이 있습니다.

노인이 외손자를 가르치려고 종이로 기다란 용을 만들었다. 용의 배 부분에 빈 공간을 만들고는 살아있는 메뚜기 몇 마리를 용의 뱃속에 넣었다. 그런데 메뚜기들은 얼마 안 돼 모두 죽었다. 그것을 외손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얘야, 메뚜기들이 왜 죽었는지 아니? 그건 메뚜기의 성격이 너무 조급하고 경솔하기 때문이야. 차분히 앞이나 뒤로 기어가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용의 입이나 꼬리를 통해 나올 수 있는데, 정신없이 발버둥만 치다가 죽은 거야. 아무리 강한 턱과 높이 뛸 수 있는 뒷다리를 갖고 있으면 뭐하니? 제 성질에 제가 넘어지고 마는 것을.”

이번에는 작은 청개구리 몇 마리를 용의 뱃속에 넣고 용의 입을 꼭 닫았다. 몇 분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청개구리들이 용의 꼬리를 통해 살며시 기어 나온 거다.

메뚜기는 침착할 줄도, 기다릴 줄도 모르고 그저 죽어라, 발버둥만 쳤고 이 부박함 때문에 죽었지만, 청개구리는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바른 선택을 내렸고, 자신이 선택한 바를 꾸준히 밀고 나아가 살아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메뚜기 같은 사람이 꽤 많습니다. 마음이 분주하면 쉽게 판단을 내립니다. 그 판단을 옳다고 믿고, 그 판단대로 행동합니다. 그것이 메뚜기를 죽게 한 것이지요. 그러니 조금은 천천히, 자신의 속도를 줄이며 좌우를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런 태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된 상태에서만 나올 수 있는 태도입니다.

사람은 무엇이든 선과 악으로 나누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경솔하게 선악으로 나누고 나면 이기고 지는 것만 남습니다.

누가 이겨야 할까요? 누구나 ‘선’이 이겨야 한다고 여깁니다.

맞습니다. 선이 이기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상대도 자기 자신을 ‘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두 개의 ‘선’이 서로를 ‘악’으로 여기니 사실은 ‘악’과 ‘악’이 충돌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누가 이겨도 ‘악’이 승리하는 꼴입니다.

이제 가만히 저 자신을 돌아보며 묻습니다.

‘나는 메뚜기 같은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청개구리처럼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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