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제일 축구도시 부평에서 ‘야구의 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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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제일 축구도시 부평에서 ‘야구의 씨’를 뿌린다
  • 최림 객원기자
  • 승인 2022.12.1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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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부평베이스볼클럽 U-16 김상욱 대표
운동 위해 부모 곁 떠나는 어린 선수들 보고 2년 전 클럽 창단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주는 것이 사명이자 소원"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어딘가에서 씨를 뿌리고 가꾸는 사람들의 힘이 결국은 열매를 맺게 한다. 축구의 도시 부평에서 야구의 씨를 뿌리고 있는 베이스볼클럽 U-16의 김상욱 대표.

누가 뭐래도 부평은 명실공히 축구의 도시다. 굳이 스포츠 종목으로 구분하자면 말이다.

그야말로 전국대회 우승을 밥 먹듯 하던 부평고가 있고, 우리나라 단일 학교 가운데 월드컵 국가대표를 가장 많이 배출한 부평동중도 부평구 관내에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이임생, 김남일, 이천수가 부평동중-부평고 코스를 밟은 선수들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벤투 감독을 도왔던 최태욱 코치도 부평고를 나왔다. 그러니 부평이 축구의 도시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기 종목인 야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고등학교는 고사하고 관내에 그 흔한 초등학교 야구부도 없다. 그런 척박한 부평에 야구의 밀알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벌써 15년 동안 부평구리틀야구단 감독을 하고 있는 김홍집 감독(관련 기사: http://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1816)과 부평 베이스볼클럽 U-16(이하 부평 BC)의 김상욱 대표가 그들.

야구인으로서 얼마 전 한국리틀야구연맹 경기력 향상위원회 위원장으로 뽑힌 김홍집 감독이야 선수인 출신이라 그렇다 쳐도 인천in이 주목한 건 김상욱 대표.

김상욱 대표는 축구로 유명한 부평고등학교를 졸업한, 굳이 따지자면 축구인에 가까운 인사. 주변에 동기동창 등 축구인이 훨씬 많아 축구인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러나 어릴 때 단지 멋있어 보여서 입고 싶었던 야구 유니폼 때문에 인생이 바뀌게 됐다. 2000년 사회인 야구에 입문하게 되면서 주변에서 말하는 고생길로 접어들게 됐다. 입어 보고 싶던 야구 유니폼을 입으면서 야구인이 된 그는 부평구 야구협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부평 사회인 야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부영공원 내 야구장을 만들 당시 산파역을 맡은 바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 그리 큰 희생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2년여 전부터는 진짜 야구인이 되며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의 행정력과 추진력을 눈여겨봤던 김홍집 감독의 꾐(?)에 빠져 부평 BC를 창단하게 된 것. 엄밀히 따지면 꼬임에 빠졌다기보다는 스스로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부평구리틀에서 클럽 야구를 하며 진학해서도 계속 야구를 하고 싶은 선수들의 진로 고민을 김홍집 감독이 설명하자 김상욱 대표가 U-16(16세 이하) 야구 클럽 창단으로 맞장구를 쳤다.

구력이 조금 되는 선수들은 엘리트 야구 중학교에 진학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야구를 하게 된 선수들의 진학은 어렵거든요. 재능있고, 열정이 있는 어린 선수들이 인천에서 야구를 못하고 지방까지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얘기했죠.” 김 감독의 부평 BC 창단 당시 얘기다. 김 감독의 그 얘기가 마중물이 돼 부평BC 창단에 급물살이 타기 시작했다.

중학 선수들이 부모 밑에서 마음껏 운동할 수 없고, 집 떠나 타지방까지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학교 야구단을 만들 수는 없으니 클럽 야구팀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적어도 의지는 있는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 때문에 운동 못하는 어린 선수는 없어야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김대표의 부평BC 창단 이유다.

그 뒤로 부평구청과 관내 기업, 지역 유지 등을 쫓아다니며 클럽 야구팀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소위 돈도 안 되고,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열심이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특히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 송신자씨는 속이 탔다. 산곡3동에서 영화정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송씨는 지금은 좀 내려놓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죠. 본인이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라니까 이젠 그저 마음으로 응원할 뿐입니다.”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평 BC를 창단한 김 대표는 당시 100여 곳에 달하는 기관, 기업, 개인들의 후원을 받아 추진력을 입증했다.

창단 초기 정식 경기에 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선수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이제 부평 BC는 어엿한 팀으로 전국 대회에 출전한다. 아직은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기는 하지만 엘리트 야구 중학교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기도 한다.

사회인 야구를 하던 시절, 타석에 서면 온몸에 퍼지던 전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 전율 때문에 야구인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기왕 야구인이 된 거 우리 인천의 어린 중학생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제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은 제 노력이 야구인으로서 또는 훗날 야구를 떠나게 되는 날 생활인으로서 배반하지 않는 땀과 노력의 의미를 선수들이 알아줬으면 하는게 제 소원입니다.”


 

부평베이스볼클럽 U-16 및 부평구리틀야구단

졸업 선수 인터뷰

유지원(사진 왼쪽 · 부평서중)

클럽 야구는 아무래도 중학교 1학년부터 정식 경기에 나갈 기회를 많이 얻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엘리트 체육보다 상대적으로 운동 여건이 좋지는 않죠. 그럼에도 부평 BC가 있어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집 근처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기에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죠. 어디에서 운동하든 KT 위즈의 강백호 선수처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야구를 할 것입니다. 제 이름 끝 글자인 ’을 넘버원의 원(one)이라 생각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할 생각입니다. 제가 가는 길은 우리 부평 BC 후배들의 길이 될테니까요. 178cm, 75kg의 다부진 몸만큼이나 마음도 굳다. 제물포고로 진학해 엘리트 야구팀에서 운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최재환(산곡중학교)

유격수로서 수비 쪽에 관심을 두다 보니 SSG랜더스 박성한 선수를 좋아합니다. 제법 야구 선수 티를 내더니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나중에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되고 싶다는 중학교 1학년 다운 답을 한다. 김홍집 감독이 픽한 향후 가능성 있는 선수. 구력이 벌써 4년이다. 아직은 그저 야구가 재밌고 좋아서 야구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다니다가 선수가 된 걸 다행이라 여긴다.

부평베이스볼클럽 U-16 및 부평구리틀야구단 졸업식

지난 129일 라페니체 웨딩홀에서 부평베이스볼클럽 U-16 및 부평구리틀야구단 졸업식이 열렸다. 부평구 야구발전 후원회 송년의 밤을 겸한 이날 행사에서 부평 BC 선수 9명과 부평리틀야구단 선수 6명이 졸업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성만 국회의원(인천 부평갑), 차준택 구청장 등이 참여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선수들의 앞날을 위해 덕담과 함께 후원금도 전달했다.

또 부평구리틀야구단 출신인 한화이글스 장지승선수는 배팅 장갑을 선물로 보내 후배들의 앞길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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