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마임 15년 위탁운영 “여기까지만”
상태바
극단마임 15년 위탁운영 “여기까지만”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2.12.22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 이슈] 작은극장돌체 운영중단 사태…소극장 운영 해법은?
미추홀구, 심의위서 평가기준 미달 판정…퇴거 통보
극단, 심사 항목 반박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연극계, 운영 여건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돼야
직은극장돌체 전경(사진제공=극단마임)

인천 원도심의 클라운마임 전용소극장 ‘작은극장돌체’가 이달 말을 끝으로 기약 없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또 2007년 개관 당시부터 써왔던 ‘돌체’라는 간판도 내리게 됐다. 발단은 구가 지난 15년동안 극장을 위탁운영해온 극단마임에게 수탁 중단을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극단마임은 최근 ‘작은극장돌체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웹으로 발송했다.

호소문에서는 “15년간 잡음 없는 운영에도 불구하고 각 평가항목에서 낮은 점수로 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받게 된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공연자들의 무대를 빼앗아 시민들에게 더 나은 시설을 공유하겠다는 구에서는 앞으로 일정은 정해진바 없이 당분간 비워둔다고 한다. 행정의 무모함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단마임이 순순히 극장을 내어주어야 하는지 현명한 조언을 구한다”는 호소로 맺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지역 연극계는 한결같이 이대로 소극장 문을 닫는 것은 “안될 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으로는 이참에 민간극단이 운영하는 소극장 활성화 해법을 찾아야한다는 의견을 낸다. 누구나 제2의, 제3의 극단마임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극단 마임, 작은극장돌체 위탁 중단까지

미추홀구는 지난달 18일 열린 민간위탁심의위원회에서 작은극장돌체의 수탁기간 연장안을 부결했다. 극단마임이 위탁기간(3년) 만료에 따라 연장신청을 하자 열린 심의위에서는 평가기준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위탁안을 부결한 것이다.

위탁연장을 기대했던 극단마임은 곧바로 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도 구는 “‘미추홀구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에서 규정한 내용대로 적법하게 구성한 심의위의 심사에서 결정된 사항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결과 극단마임은 이달 말을 시한으로 극장에서 퇴거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돌체’라는 명칭은 극단마임이 10년전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로 극단이 명칭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인천연극의 산실로 불리는 돌체가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태를 둘러싼 논란

극단마임은 재위탁 부결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15년간 재위탁 기관으로 연임돼온 사실이 그자체로 운영능력을 입증한다고 강조한다.

구로부터 수탁연장 심사 부결을 통보받은 극단은 지난 12월1일 심의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이의신청서를 통해 극단은 심사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그간의 성과를 밝혔다.

우선 극장의 대표 프로그램인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가 시로부터 ‘인천가치재창조 시민참여 우수사업’으로 선정되는 등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연간 공연 횟수도 미추홀구 타 문화시설과 비교할 경우 월등히 높다는 점을 제시했다.

위탁운영능력 항목에서는 조직 및 인력계획, 전문인력 확보의 경우 구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2명 외에도 극장대표는 무임금으로, 기타인력은 자비를 들여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설관리 항목과 관련, 매달 전문기관 정기점검을 통해 단 한건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시설을 관리했음에도 심사에서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숙 극단마임 대표는 “그동안 정당하게 공개경쟁을 통해 재위탁을 거쳐 운영해왔다”며 “문화공간이 절실한 구도심에서 오랜기간 심혈을 쏟아 만들어낸 공간을 없애는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심사위에서는 위탁운영능력, 견실성, 시설관리·사후관리 항목으로 나눠 심사한 결과 극단마임이 수탁자 평가기준인 70점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의신청에 대해 구는 심의위 구성부터 심사까지 관련 조례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된 사항이므로 문제없다며 수탁기간 만료 후 즉시 재산 등 원상회복 및 반환하라고 재차 통보했다.

구는 향후 소극장 운영에 대해 직영으로 갈지, 민간위탁으로 갈지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퇴거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으로 추후 시설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동안 당분간 운영은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 모습 

소극장 활성화 해법은 없나

작은극장돌체를 둘러싼 이번 사태를 보는 지역 연극계는 착찹한 심경이다.

그동안 클라운마임이라는 장르로 소극장을 특화시킨 공로는 모두들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지역극단과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데는 부족했던 점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최종욱 연극협회인천지회장은 “민간 극단이 소극장을 열고 운영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크므로 시나 구에서 시설을 건립, 극단에게 운영을 맡기는 형태가 맞다”며 “일방적으로 내쫓기보다는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선제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소극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문기획자 체제로 가야한다고 지적한다. 소속 극단은 레퍼토리 개발 등 문화상품에 집중하고, 공연기획과 마케팅, 홍보에 이르는 총괄 업무는 예술감독 겸 기획자에게 맡겨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진정하 P&f씨어터 대표는 “관에서 직영하는 소극장이든 민간 극장이든 극단과 극장이 분리되는 체제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며 “운영은 전문예술경영인이 맡고 극단은 레퍼토리 개발에 집중하도록 하는 체제가 소극장이 사는 길”이라고 짚었다.

지역 후원자 그룹을 통해 소극장운영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민간 소극장 떼아뜨르 다락은 2년전 지역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인 공식후원회를 발족했다. 이는 소극장이 2011년 개관이래 꾸준히 공연활동과 신진예술가 발굴에도 힘써온 결과, 소극장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백재이 떼아뜨르 다락 대표는 “다락이 수도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후원회 이전과 이후의 차이점은 바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극장돌체에서 작은극장돌체까지

소극장돌체는 중구 경동시절부터 시작했다. 지난 1979년 경동에서 소극장돌체를 개관했다. 이후 지역 연극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며 연극문화를 활성화하는 구심점으로 자리해왔다.

지난 2005년 소극장이 안전 위험시설로 판정을 받으면서 부지가 소방도로로 편입, 헐릴 위기에 처해지자 당시 홍미영 국회의원이 지역 공연시설설립 지원명목으로 1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받아오면서 살길이 열린다.

미추홀구(당시 남구)가 소극장 건립에 6억원을 매칭, 문학동에서 2007년 96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작은극장돌체로 문을 연다. 이때부터 극단마임은 위탁운영자로 현재까지 극장은 운영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