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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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어떻게 가능할까?
  • 유미경
  • 승인 2023.01.19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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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유쌤의 알콩달콩 교실이야기]
(1)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 – 유미경 / 인천간재울초교 교사
23평 초등학교 교실, 그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알콩달콩 다양한 삶, 그 우주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30여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나대는’ 유 선생 나대유쌤과 아이들의 동거 이야기입니다. 교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서 연재합니다.

 

“나대유쌤~ 오늘 동아리 수업 있어요?”

11월부터 우리 반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던지는 말이었다.

그 전에는 “나대유쌤~ 오늘 체육 수업 들었어요? ” 였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역시 체육 수업이다. 그러나 우리 반에서는 11월부터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작은 변화로 학기 말이 되면 의례껏 나태해지고 느슨해지기 쉬운 교실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열정 가득한 교실로 바뀌었다. 그 알콩달콩한 교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사실, 학교 수업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계획하고 자발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평가를 실시하는 학생 맞춤형 수업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사항이다. 그러나, 대도시의 다인수 학급에서 이러한 학생 맞춤형 학습을 설계하고 맞춤형 수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필자는 2022학년 인천의 초등학교 5학년 한 학급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중 동아리 활동 영역을 지도하면서 경험했던 소소한 학생 맞춤형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례는 지역의 특성과 학급 구성원들 및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필자의 학급은 2022학년에 콜롬비아 초등학교의 한 학급과 페들랫(padlet, 실시간 협업 웹 플랫폼)을 이용하여 문화를 교류하는 국제학급교류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동아리 활동은 11월에 마무리되었고, 이어서 학생들과 의논하여 다음과 같은 형태의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는 필자도 교직 경력 30년 만에 처음 시도해보는 활동 형태였다.

먼저 학생들은 자신이 동아리 시간에 하고 싶은 활동을 얘기하고 나서 비슷한 활동을 묶어서 그룹을 만들어 보았다. 그렇게 해서 조성된 그룹은 미술부, 종이 접기부, 코딩부, 영상 편집부, 스터디부, 댄스부였다. (몇 명 학생들은 축구부를 하고 싶어 했으나, 단위 시간 내에 교실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한정을 지었다. 교사가 단위 시간 내에 교실과 운동장으로 오가면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는 없었으므로...)

다음으로 보드에 그룹명을 쓰고 학생들은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그룹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그룹을 조성했다. 부서의 인원수는 각각 달랐다.

코딩부는 2명, 댄스부는 5명, 스터디부 4명... 또한, 시간마다 다른 부서로 변경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부서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 부서에 가서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마음이 바뀐 학생들도 있었다.

이렇게 조성된 각 그룹에서는 구성원들끼리 서로 의논하여 활동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따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형태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였다. 이때 교사가 계획을 세운 내용을 점검해주고 다양한 활동 방법에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학생들의 동아리 학습의 형태는 부서에 따라 각자 작품을 완성하기(미술부), 1개의 작품을 함께 나타내기(댄스부), 서로 분업하여 과제를 수행하기(스터디부) 등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1시간 수업이 끝나면 자신의 결과물을 페들랫에 올렸다. 페들랫에 그 시간에 작업한 내용을 다 올리라고 했을 때, 미처 끝내지 못한 작업을 더 해서 올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쉬는 시간에도, 집에 가서도 작업을 해서 자신의 완성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만약 필자가 시켰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아리 활동 결과물 올리기 페들랫 (2022.12.21)
동아리 활동 결과물 올리기 페들랫 (2022.12.21)

그리고 학생들이 페들랫에 올린 결과물은 다음 동아리 활동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의 활동 과정 및 결과물을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각 부서에서 활동했던 내용들을 보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주었다. 학생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품을 보면서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 와 ~ 대단하다. ” 사실 교사인 나도 정말 놀라게 되었다. 와 ~ 저 친구에게 저런 면이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등...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고 활동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서로를 격려해주는 이러한 분위기는 당연히 다음 시간 수업을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과정 중심의 평가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학생 및 자녀들에게 많은 활동을 시키지만 정작 그들이 활동한 과정 및 결과에 대해서 하나 하나 살펴봐 주고 애정 어린 칭찬을 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다음 시간 수업을 해야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또 다음 과제를 제시하느라...

이렇게 시작된 동아리 활동은 학기 말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학생들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였고, 그 시간을 즐겼다.

몇 가지 활동 결과물을 예를 들어보면, 영상 편집부는 그동안 1년 동안 학생들이 학습한 결과물(필자의 학급은 주제별로 페들랫에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을 꾸준히 올리면서 수업을 진행했다.)을 다운 받아서 영상을 제작하였다.

스터디부는 사회과 단원 정리 학습을 위한 골든벨 문제를 출제하여 사회과 단원 정리 시간에 골든벨 문제 풀이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코딩부는 눈 사람을 만드는 엔트리 코딩을 제작하여 학급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종이 접기부는 유튜브로 팽이 접는 방법을 배워서 팽이를 접어보고 다양한 형태로 팽이를 변형하여 접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였다. 등...

미술부 (그리기 앱으로 인물 표현하기 – 학생 작품)
미술부 (그리기 앱으로 인물 표현하기 – 학생 작품)
코딩부(눈사람 만들기 코딩하기 – 학생 작품)

학기 말 1년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은 무엇이었는지 설문을 하였을 때 많은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이라고 응답했다. 이렇듯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을 때 학생들은 즐겁게 학습에 참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교사 또는 학부모가 학생 및 자녀의 학습에 대한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일까? 맘껏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 및 공유의 시스템을 만들어주어 학습에 대한 긍정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탠포드 대 교육공학자 폴 김은 교육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라고 말했듯이...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폴 김 X 함돈균 대담집 /세종서적/2018)

 

스터디부(사회 골든벨 문제 만들기)
스터디부(사회 골든벨 문제 만들기)
댄스부(댄스 영상 촬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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