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관극장 공공매입을 논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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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관극장 공공매입을 논하기 전에···
  • 전영우
  • 승인 2023.02.0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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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전영우 /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인천in이 전문가 칼럼 '문화읽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인천지역 문화지형을 살피고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칼럼을 6인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매주 목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갑니다. 필진으로는 전영우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연창호 송암미술관 학예연구사,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이상하 조각가, 김정화 문학평론가, 한은혜 은하수미술관 대표까지 여섯 분이 참여합니다. 

 

애관극장을 인천시에서 매입해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역사회에서 형성된 지 꽤 되었다. 역사적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급격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많은 건물이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다.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오히려 오래된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발전이라 생각했다. 많이 늦었지만 오래된 건물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찾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생겨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인천 중구 일대에 아직 남아 있는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인천시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듯 보이니 바람직한 일이다. 애관극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공공매입을 통한 보존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공매입을 논하기 이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다. 덜컥 매입해 놓고 적절한 활용방안이 없이 방치된다면 시민들의 세금만 낭비하는 일이다. 정교한 계획 없이 급하게 추진되거나 일관성 있는 운영안이 부재하여 공공매입이 오히려 역사적 건물의 정체성을 흐려놓는 경우도 있다. 공공매입을 추진하기 전에, 매입을 한 이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공공매입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 대안은 없는지, 다양한 의견과 연구가 선행되는 것이 순서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애관극장의 공공매입에 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역사적 의미가 크기에 공공에서 매입해서 보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건축적 가치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원형을 잃어버렸기에 보존 가치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애관극장이 한국 최초의 극장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천이 갖고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 중 하나이며 인천이 갖고 있는 역사적 정체성의 일부분으로 마땅히 기록되고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건물 자체를 본다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극장이 1895년 건립된 인천 경동의 협률사이다. 이때의 극장 건물은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고 연극 전용 극장이었다. 이후 1911년 축항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1921년에 “애관”이라는 명칭이 자리 잡게 된다. 애관극장이 연극뿐 아니라 영화도 상영하게 된 것은 1927년 800석 규모의 극장으로 신축된 이후이다. 이런 역사를 가진 애관극장 건물은 한국전쟁 당시 포탄에 부서졌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신축과 개보수를 거쳐서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애관극장 건물은 건축학적 가치로 본다면 보존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최초의 극장 건물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고, 근대 건축물의 모습도 이미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애관극장이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극장으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장소성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애관극장의 보존 가치는 건축학적 가치가 아니라 장소성의 가치에서 나온다. 애관극장을 공공이 매입한다는 것은, 그 장소성을 살린 가치를 보존한다는 의미가 될 텐데, 현재 그런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고민 없이 무조건 공공매입을 추진한다면, 세금만 낭비하는 전시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애관극장의 공공매입이라는 화두는 무엇보다 폭넓은 시민의 의견 수렴과정이 필요하고, 적절한 활용방안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한국 최초의 극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애관극장은 탄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극장으로 존재해 왔고, 따라서 극장으로서 기능할 때 가장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일 애관극장의 공공매입이 성사된다면 아마도 극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 과연 그것이 애관극장의 문화적 의미를 살리는 일일지,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애관극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천 구도심에 산재해 있는 근대 건축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일관성 있는 계획 수립에 관한 포괄적인 문제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래된 건물이 만들어내는 장소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근대 건축물에 대한 깊은 고민을 기반으로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인천시가 막중한 책임의식을 마땅히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고, 동시에 다양한 민간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할 일이다. 인천 문화가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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