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안주해서도 안되고 비관해서도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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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안주해서도 안되고 비관해서도 안되는
  • 신우항
  • 승인 2023.02.03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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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과 우리사회]
(5) 자폐스텍트럼을 극복하며 -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자폐스펙트럼인 E아동을 처음 만난건 2018년 11월 이었다.

일산병원 의무기록 사본을 준비해서 내원한 E아동은 그 당시만 해도 4년 후 이렇게 눈부신 발달을 하리라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치료와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던 E아동 어머님은 우리 기관에서 가장 많은 발달을 하여 필자가 타 어머님들께 그 노하우를 말씀해 주시라 부탁까지 드렸다. 물론 흔쾌히 승락하셨고 자리를 만들려던 차, 코로나19로 인해 백지화 되었다.

E아동의 어머님은 젊은 30대의 평범한 여성이다. E아동의 아버님도 수입이 많지는 않아 보여였으나 2018년 당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응용행동분석치료(Applied Behavior Analysis, ABA)를 매달 1000만원 가까이 지불하며 1여년간 치료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그 후 우리 기관으로 오셨다. 현재 E아동은 초등 2년에 재학중이며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 또한 한글도 알고, 덧셈 뺄셈 곱셈구구도 잘한다. 필자는 E아동 어머님께 몇가지 질문을 드렸다.

 

"E 어머님, 지난날 가장 기억에 남는게 있으세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지만 아직도 많이 힘듭니다." "애 아빠는 아이가 좋아진게 당연한 줄 알아요."

"어머님의 피나는 노력을 몰라 주시는군요?"

"그쵸 그리고 지금도 아이가 좋아졌는데 왜 아직도 언어치료 받냐고 싫어합니다." "얼마전 마트에서 함께 치료받았던 아동과 아동모를 만났습니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애보다 더 괜찮은 상황의 아이였는데, 중간에 치료를 관두고 지금보니 너무 퇴화해 있었습니다. 그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요." "우리애를 보더니 너무 좋아졌다고 부러워 하더군요."

"힘드실때 어떻게 견디셨나요?"

"제가 ABA 받을때의 일입니다. 치료실에 아이를 넣어놓고 기다리는데, 트윈유모차를 몰고 한 어머님이 들어오시더라구요." "그 때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 나는 그래도 다행이구나! 둘이 아니라 하나여서..."

"아! 쌍둥이 모두 치료받는 분셨군요?" "억울한적은 없으셨나요?"

"억울하다라기 보다 아이의 검사 결과가 좋아서 자폐로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럼 좋은거 아닌가요?"

"좋은 건데 자폐로 진단이 안나오면 치료비 지원을 못받아요. 쌩돈 내고 치료받아야 해서 허리가 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좋아지기 전에 더 많이 치료 받을 걸 그랬어요."

"시원섭섭 하시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언어와 인지를 바탕으로 그룹치료를 하여 사회성을 기르는게 목표입니다. 우리 아이가 사회성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맞는 말이다.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Ebbinghaus illusion - Wikipedia
출처 ; Ebbinghaus illusion - Wikipedia

 

다음 그림에서 가운데 있는 오렌지색 왼쪽의 원이 작고 오른쪽의 원이 크게 보이지 않는가? 사실 가운데 두 원의 크기는 서로 같다. 하지만 우리는 왼쪽이 작게 오른쪽이 크게 보인다.

착시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쉽게 타인과 비교한다. 타인과의 비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E아동 어머님도 쌍둥이 어머님을 보며 상대적 위로를 얻었다.

우리는 비교대상이 나보다 못하면 상대적으로 즐거워하고, 나보다 나으면 열등감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나보다 못한 사람과도, 나은 사람과도 나 자신이란 본질은 변함이 없다.

E아동 어머님도 긍정적 마인드로 나 자신이란 본질이 변함없는 것을 알기에 꾸준히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 하지만 늘 자신보다 높은 위치만 바라본다면, 오르다 지쳐 비관하고 그 결과 스스로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자폐스펙트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감사하고, 사랑하고, 존중할때 비로소 타인과의 비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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