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동검도의 이색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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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동검도의 이색 찻집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02.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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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핫플레이스]
아름다움이 있는 동검도에서 여유 있게 차 한잔 마시는 카페

강화도에는 섬 안의 섬, 동검도가 있다. 바닷물이 쑤욱 빠진 해안가가 한가하다. 드러난 갯벌이 드넓다. 갯가 가장자리에서 숲을 이룬 갈대가 살그락 살그락 소리를 내며 바람에 허리 굽혀 흔들린다. 갈대들의 연주는 평화다.

물이 빠진 동검도 갯벌. 멀리 영종도가 보인다.
찻집에서 바라본 동검도 해안.
갯가 해안가 갈대가 춤을 춘다.

동검도는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와 연도교로 연결된 작은 섬이다. 초지대교를 건너와 왼쪽으로 돌면 얼마 가지 않아 만날 수 있다. 동검도란 이름은 옛날 지방에서 서울로 향하는 선박은 물론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왕래하던 사신이나 상인들이 통과하는 동쪽 검문소라 해서 불리게 되었다. 강화군 삼산면의 서검도와 대비되어 부르는 지명이다.

거대한 연안 갯벌로 둘러싸인 신비의 땅이다. 이른 아침에는 일출을, 해 질 녘에는 일몰이 아름답게 펼쳐져 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우리 찾은 카페 윙즈(wings).
쌍화차의 고장 정읍에서 직접 달인 차를 직접 사용하고 있다.

바닷바람을 쐬며 한참을 걷다 보니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난다. 마침 전통찻집이 눈에 띈다. 정읍에서 직접 달여온 쌍화차, 대추차를 판다는 안내 간판이 보인다. 고향이 정읍인 아내가 손을 잡아끈다.

정읍은 옛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차문화가 오래된 고장으로 알려졌다. 정읍 새암로에는 전통찻집이 즐비할 정도로 많다. 특히, 쌍화차의 깊은 풍미는 정읍에서 맛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읍에서 쌍화차를 마시고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여기서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아담한 찻집은 우리가 독차지. 복층 구조의 실내 분위기가 참 좋다. 아래층에 당구대가 마련되었다. 주인장이 당구를 즐기면서 손님들에게도 놀거리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소소한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민 실내.
카페에 당구장까지 설치하였다.
다양한 메뉴의 차림표.
2층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차를 마시면 너무 좋다.

찻집 내부 장식 또한 여느 카페와는 사뭇 다르다. 깔끔하고 비행기 관련 사진과 소품이 가득하다. 공군 파일럿이었던 주인장이 근무 당시 활약했던 사진들을 전시관처럼 꾸며놓았다. 그래 찻집 이름을 '윙즈(wings)'라 한 것 같다.

전통차 향기가 그윽하다. 스피커에서 예전 많이 들었던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온다. 메뉴는 전통차 이외에 커피, 음료, 디저트 등 손님 취향에 맞추려고 다양하게 구성하였다.

쌍화차에 담긴 생삼. 삼을 심은 듯싶다.

아내는 대추차, 난 쌍화차 한 잔씩 주문했다. 콩고물 인절미 몇 개와 감귤 2개가 쟁반에 예쁘게 담겨 나왔다. 한약 향기가 감도는 찻잔이 참 따뜻하다. 쌍화차는 잣을 비롯한 각종 견과류가 들어가 있다.

정읍에서 주문하여 달여왔다는 쌍화차 주재료는 백작약, 천궁, 숙지황, 황기, 계피, 감초란다. 가루를 넣어 만든 쌍화차와 차원이 다른 듯싶다.

쌍화차 하면 노란 달걀노른자를 띄워 마셨던 기억이 나는데, 여긴 노른자가 없다. 대신 이파리 달린 인삼 한 뿌리가 담겨있다. 마치 찻잔 속에 인삼이 심어있는 것처럼 멋이 느껴진다.

싱싱한 생삼을 뿌리부터 이파리가 씹어 먹었다. 처음에는 쌉쓰름하다가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보약을 먹는 색다른 맛이다.​ 아내가 마신 대추차도 아주 맛나다고 한다. 대추 속살이 달콤하고 진한 향이 느껴진다며 엄지척을 한다.

섬마을 동검도 찬 갯바람에 몸이 으슬으슬하던 참에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따뜻한 분위기에 떠나기 싫다. 모처럼 만에 겨울 바닷바람을 쏘이며 즐긴 여유가 차 향기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긴다.

정갈하게 차린 찻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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