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을 보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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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을 보험답게
  • 민현기
  • 승인 2023.02.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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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민현기 / 민주노총 인천본부 공항노동법률상담소

 

연금개혁이 화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집회에 100만명이 참석했다고 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은 거의 매일같이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 3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3대 개혁의 일환인지 고용노동부는 지난주 구직급여(실업급여) 제도를 손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하한액을 하향시키고, 최소 180일인 피보험 자격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반복 수급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될 것이라고 합니다.

재원 부족 등이 이유라면 구직급여 제도의 변화는 일정 부분 피할 수 없다고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반복 수급자를 마치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수급을 받는 것처럼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개선 방향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나 해당 기사를 접한 네티즌 댓글의 대부분은 반복 수급자를 문제 삼는 뉘앙스의 글이 많았습니다.

부정 수급 사례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수령액을 삭감하는 방향이 정말로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습니다. 편법 내지는 불법이 의심되는 사례를 선별적으로 걸러내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지, 단순히 구직급여를 일정 횟수 이상 수급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향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기간제 노동자로 2년 동안 근무한 뒤 매번 구직급여를 받는 것을 꼭 개별 노동자의 악습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사용자가 노동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소위 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고, 제가 만나본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구직급여를 받는 것보다 일하던 사업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원하였습니다.

더욱이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구직급여는 자진 퇴사하는 노동자에게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구직급여가 비자발적 실직을 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원칙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보아도 반복적 수급은 문제가 될 수 없고, 비자발적 실직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험을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제3조 제2호). 사회보장제도의 또 다른 축인 공공부조, 사회서비스와 사회보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험의 방식이 차용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노동자가 피보험자로서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고용보험은 노동자가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일자리와 소득을 보호받는 제도이고, 이를 위해 매월 급여에서 고용보험료가 공제됩니다.

이처럼 제도의 개념 측면에서 보더라도 피보험자인 노동자가 본인이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실직에 대하여 보상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설사 그것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습니다. 투명한 유리 지갑에서 원천징수가 된 이상 구직급여는 그동안 납부해두었던 보험료에 대한 보상이자, 정당하게 보험이 실행된 결과입니다. 구직급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지급되는 선물이 아니고, 수급자 역시 무임승차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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