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민들이 예술가들을 응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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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민들이 예술가들을 응원할 때
  • 고동희
  • 승인 2023.02.16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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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고동희 /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in이 전문가 칼럼 '문화읽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인천지역 문화지형을 살피고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칼럼을 6인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매주 목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갑니다. 필진으로는 전영우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연창호 송암미술관 학예연구사,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이상하 조각가, 김정화 문학평론가, 한은혜 은하수미술관 대표까지 여섯 분이 참여합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
내일을 향해 쏴라

끝자락 겨울바람이 미련퉁이로 남아 귓불을 제법 발갛게 물들이지만 코끝은 간사하게도 이미 봄 냄새를 킁킁댄다.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 같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다고 하는데도 코로나19 염려를 완전히 던져버리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눈치를 살핀다. 불안감에 갇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심해온 3년여의 경험은 마스크 해방조차 맘껏 누릴 수 없게 만든다.

공연장에서 비대면이니 거리두기 따위로 관객들의 자리를 강제로 제한하거나 심지어 무대준비가 끝난 공연을 코앞에서 취소했던 일들에 비하면 권고 수준의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면서 관객을 맞이하는 게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영상으로, 심지어 발코니로 찾아가 응원하던 예술가들의 공연이나 전시, 축제가 이제는 곳곳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온라인으로 채울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생생한 질감을 온전하게 느끼는 현장의 매력이다.

텅 빈 객석의 허공에 대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견뎌온 예술가들을 위해 이제는 시민들이 객석을 채워 그들의 몸짓을 응원할 때다. 비단 유명세 높은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신의 예술을 다지고 지켜온 예술가들의 현장을 기꺼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중에 하나 극단 <아트팩토리 사람>을 소개해 드린다. <아트팩토리 사람>은 인천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까지 폭넓게 교류해온 마임 전문 극단이다. 김원범 대표가 2002년에 창단하여 모던마임의 창시자인 에티엔느 드크루(Etienne Decroux)의 원작을 바탕으로 신체를 이용한 정통 마임공연을 창작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다.

마임은 언뜻 무용과 닮은 듯하지만 대사 없이 몸짓이나 표정 등 신체를 활용한 무대언어로 관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교감하는 연극이다. 언어를 동반하는 연극조차 뮤지컬이나 음악극 등에 밀리는 현실에서 대사마저 없는 마임이고 보니 자칫 어려운 예술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대 위 마이미스트의 표정과 동작,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공감은 물론이고 언어(대사)의 제약을 뛰어넘는 교감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아트팩토리 사람>이 제작해온 창작공연은 마임을 처음 접하는 관객을 위한 경쾌하고 재미있는 작품부터 시사적인 작품과 서정적인 작품, 다원예술을 포함한 실험적인 작품까지 다양하다. 두 남자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내일을 향해 쏴라’ 벌거벗은 사내를 통해 우리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개같이 뛰어라’등의 대표작을 비롯해 ‘편지’ ‘고도를 기다리며’ ‘혼돈’ ‘사라지다’ 등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할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편지
편지

<아트팩토리 사람>이 올해의 신작으로 새롭게 준비하는 작품은 ‘#인천공항’이다. ‘시간을 여는 문, 우린 지금 이곳에 있다’를 부제로 한 신작으로, 그 동안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두지 않고, 관객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는 이머시브 형식이다. 인천공항을 통해 떠나거나 들어오거나 혹은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김원범 대표가 창작과 함께 정성을 기울이는 작업은 축제와 예술교육이다. ‘비타민축제’는 마임 중심의 공연축제로, 지난 2006년에 시작해 해마다 비용문제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로 18회를 맞이한다. 올해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교류가 끊겼던 국제교류도 준비 중이다. 교육기관인 <아트팩토리 노리너머>를 통해 유아,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시민들과 교류를 넓히고 있다.

무대현장의 창작활동과 더불어 전문마임학교 설립이 김원범 대표와 <아트팩토리 사람>의 미래 구상이다. 이들이 지치지 않고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게 많은 시민들이 그들의 무대를 찾아주기를 거듭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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