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참살이미술관 최도범 대표
전시는 초대전 원칙으로 운영…개관후 1년동안 전시 30여회
작가 작품들고 학교로 ‘찾아가는 미술관’ 적극 나서
인천 중구 개항장거리에는 작은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도든아트하우스 정문에서 대각선 맞은편 건물에는 ‘참살이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거리에서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미술작품이 들고 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이곳에 오면 언제든 예술을 감상할 기회가 많다는 거죠. 지역 작가는 물론 서울에서 활동하는 화가들도 전시를 하고싶다는 호감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대열에 앞장 서고 있는 최도범 참살이미술관 대표다. 지난 2월로 갤러리가 문을 연지 꽉찬 1년이 됐다. 그 한해동안 쉬지 않고 전시를 이어왔다. 1주일 단위로 초대전을 강행군, 무려 35회 전시를 열고 닫았다.
“갤러리를 열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해 대표적 전시공간인 인천문화예술회관이 리모델링을 이유로 전시장을 닫았죠. 또 인천아트플랫폼은 하반기에는 입주작가 전시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관을 받지않아요. 전시를 하려해도 공간이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최 대표가 지역 화가들의 속사정에 대해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학교에서 전시를 여는 일명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을 하게되면서 부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오랫동안 통신사 기자를 하다 지난 2016년 인천에서 인터넷뉴스와 주간지를 발행하는 지역 언론사를 차렸다. 대표 사업으로 공을 들여 시작한 것이 ‘찾아가는 미술관’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교내 공간에 건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학교를 찾아가 제안을 했는데 남부교육지원청과 중구청이 학교 지원사업에 나섰습니다.”
작품은 작가들에게 임대비용을 지불하고 받았다. 자연히 작가들과 교류가 넓어져갔다. 전시할 공간이 많지 않다는 상황도 실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작품을 팔고 사는 미술시장이 인천에 부재하다는 사정을 절감하게 됐다.
언론사 부설로 평생교육장을 꾸미려는 계획을 접고 그 장소에 갤러리를 들였다. 전시는 지역작가를 초대하는 기획전으로 가기로 했다. 추천작가 그룹을 만들고 찾아가는 미술관과 초대전에 함께 할 작가를 정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작가 그룹이 2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대부분 전업작가들 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참살이미술관에서 한차례 전시를 마쳤다. 올해는 또 다른 작가들을 초대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이미 전시 계획이 꽉 차 있습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최 대표는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꼽았다.
“갤러리가 시민들에게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공적인 역할이 있지만, 동시에 작가들의 작품을 매매하는 시장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작가들에겐 그림을 파는 행위가 바로 생활입니다. 시장을 만드는 역할, 즉 콜렉터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길을 열어보려고 합니다.”
인천에 미술시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가 입장에서는 절망스러운 일이죠. 그러기에 더더욱 갤러리가 항상 문을 열어야합니다. 개항장거리에는 새로운 작품을 거는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주변에 갤러리가 모여 있다는 것은 그래서 더 환영할 일이죠.”
참살이미술관이 작가와 콜렉터를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재차 의지를 다진다.
개인적으로 고교 미술동문회 일을 맡고 있다보니 늘상 미술시장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부지불식중에 그 일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습니다.” 갤러리를 열게 된 계기를 ‘하나 더’ 보태는 최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