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침식 대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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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침식 대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박주희
  • 승인 2023.03.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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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해안침식으로 위태로운 볼음도 영뜰해변
해안침식으로 위태로운 볼음도 영뜰해변

바다를 조망하기 위해 세워졌을 정자 바로 아래까지 모래가 쓸려나갔다. 해안가에 심겨 있던 방풍림 해송은 뿌리가 드러난 채 쓰러져 있다. 돌로 쌓은 제방 약 200m가 무너져 내렸고, 모래주머니로 보강한 해안가도 위태롭다. 해안침식으로 인한 볼음도 영뜰해변 모습이다. 장봉도 옹암해변도 마찬가지다. 모래가 쓸려나가 해안테크 하단부 약 80cm가 드러나 있다. 도심과 가까운 영종도에서도 해안침식으로 위태로운 곳들이 눈에 띈다. 인천지역 해안침식이 심각해지고 있다.

해안침식은 자연현상 및 연안개발에 의한 원인이 혼재되어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높은 수온으로 태풍의 세력이 강화돼 침식을 가속화 한다. 방파제 같은 돌출구조물, 해안선에 평행하게 설치된 구조물, 경사면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호안도 해안침식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하천 상류에 건설된 댐, 하굿둑, 수중보 등으로 인해 퇴적물 공급이 감소하면서 모래 부족으로 침식이 발생한다. 육지에서 연안으로 공급되는 모래 공급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방풍림 조성이 결과적으로 모래 공급을 감소시켜 침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천 해안침식 원인으로 기후변화 등 자연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대규모 개발사업, 바다모래채취 등이 지목되고 있다. 장봉도 주민들은 인근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대규모 갯벌이 매립되면서 바다 흐름이 급격하게 변해 장봉도 갯벌과 해안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장봉도 옹암해변에 지난 10년간 세 차례 걸쳐 모래를 쏟아부었으나 또다시 쓸려나가 효과는 2~3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강화와 교동도를 연결하는 교동대교 건설 당시 교동도 양식장 제방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공사로 인해 바다 흐름이 급격히 바뀐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인천 섬 지역 해안침식과 해양보호구역에 위치한 풀등이 줄어드는 이유엔 바다모래채취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도 평가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바다모래채취로 인한 환경영향은 어떠한지, 환경피해를 저감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행정기관은 수십 년간 바다모래채취를 허가해 왔다.

80센치미터 이상 하단부가 드러난 장봉도 옹암해변 해안테크
80센치미터 이상 하단부가 드러난 장봉도 옹암해변 해안테크

해양수산부는 2003년부터 매년 연안침식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1년, 전국 360개소 중 인천 실태조사 지점은 14개소에 불과하다. 최근 심각한 해안침식 상황을 확인한 볼음도 영뜰해변과 장봉도 옹암해변은 조사 지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인천시 자체적으로라도 인천 해안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얼마 전, 해양수산부는 '국민안심해안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위험이 높은 해안의 토지를 매입, 정리하고 그 완충공간을 친환경 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2024년 12월까지 사업대상지 선정, 사업계획 수립 등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2025년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해안침식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해안가 사유화 등 재해 완충 공간 감소 등으로 심각한 재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천시도 가속화되는 해안침식에 대비하고, 재해 예방을 위해 국민안심해안사업 대상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후 조치나 미봉책에 그쳐선 안된다. 해안침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다모래채취, 대규모 개발사업, 해안가 구조물과 해안침식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일에 더해 인천 앞바다 모래 이동이나 해저 지형 변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꾸준한 모니터링과 기록을 기반으로 예측이 가능해지고, 대비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2~3년 연구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해안침식은 가속화될 것이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는 2021년부터 2040년까지 한반도 주변 해역 해수면은 10~11cm 높아질 것이며, 해수면 온도 역시 1.0~1.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태풍 발생 빈도와 발생 강도 또한 과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안 지역에 사는 인구는 1,400만명 이상이다. 전체 인구의 약 27%에 달한다. 인천에도 섬, 해안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안침식, 이대로 두고만 볼 순 없다. 인천 해안침식 실태조사와 근본적인 원인 규명,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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