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립산 남쪽, 망월평야를 가르는 삼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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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립산 남쪽, 망월평야를 가르는 삼거천
  • 장정구
  • 승인 2023.03.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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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60) 삼거천

삼거천은 별립산의 남쪽, 봉천산의 남서쪽 그리고 고려산의 북서쪽을 담당하는 물길이다. 하점면 삼거리, 신봉리, 이강리, 창후리, 망월리 그리고 신삼리를 유역권으로 한다. 삼거천은 갯벌을 매립해 만들어진 망월평야의 농수로이며 하천이다. 갯벌 매립 전 삼거천의 일부는 갯골이었을 것이다. 망월평야 남쪽을 담당하는 내가천의 하류는 혈구산과 고려산, 고비고개에서 시작된 물길이 이어지는 갯골이었을 것이다.

마을은 산 아래 자리를 잡는다. 마을 어귀, 마을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언덕배기에는 보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간혹 태풍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마을의 역사, 이야기와 함께 한 나무들은 지금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강리의 느티나무와 신봉리의 느티나무도 그렇다. 삼거천은 봉천산 아래 신봉리 느티나무 옆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느티나무는 수백년 세월 별립산과 고려산을 마주하며 봉천산 마을을 지켰다. 산 바로 아래라 물길이 좁다. 콘크리트 수직 벽의 물길 옆 도로도 좁다. 도로와 물길 사이 안전을 위한 가드레일이 있지만 겨울철 눈길이면 운전대를 잡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길은 48번 국도 이강교차로 부근에서 도로 밑을 지난다. 여기부터 반듯한 농로를 따라 물길이 이어지고 밭두렁을 따라 검고 파란 차양의 밭이 펼쳐진다. 인삼밭이다.

삼거천의 하류는 망월평야를 반듯하게 흐른다.
삼거천의 하류는 망월평야를 반듯하게 흐른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풍의 영향을 받는 기후와 미사질 토양 및 식양토로 구성되어 있고, 육질이 단단하여 홍삼원료 중 천지삼 비율이 높은 6년근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강화인삼농협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강화인삼에 대한 설명이다. 강화가 기후와 토양 등 환경조건이 인삼을 재배하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이다. 강화인삼은 고려인삼의 원산으로 고려 고종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인 재배는 한국전쟁 때 개성사람들이 강화로 피난 내려와 1953년경부터 시작되었단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인삼 재배의 적지이며, 그중에서도 강화는 6년근 인삼 재배의 최적지이다. 지금도 강화에서는 밭과 논 사이 인삼 재배를 위한 해가림 검고 파란색 차양이 씌워진 인삼밭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겨울철 망월평야는 기러기들의 천국이다.
겨울철 망월평야는 기러기들의 천국이다.

“끼럭~끼럭~” 인삼밭이 끝나자 수백마리의 쇠기러기들이 날아오른다. 노란색 밝은 부리가 선명한 쇠기러기들 사이로 다소 어두운 부리를 가진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인 큰기러기들도 보인다. 아직 날아오르지 않은 기러기들도 목을 일제히 한 방향으로 치켜세운 채 불청객의 동정을 살핀다. 날아올랐던 기러기들은 무심한 불청객이 지난 논에 내려앉는다. 건너편 농로의 전봇대에서는 말똥가리 두 마리가 기러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전깃줄에 줄지어 앉은 멧비둘기들과 까마귀들은 그런 기러기들, 그런 말똥가리를 지켜보고 있다. 삼거천 옆 겨울 논은 긴장과 평화의 연속이다. 그렇게 고려산으로 향하던 물길은 한참을 지나 수직으로 반듯한 삼거천 본류를 만난다.

삼거천의 다른 물길은 고려산 북서측 기슭 하점저수지에서 시작된다. 높다란 저수지 제방 위에 서면 저 멀리 봉천산에서 별립산으로 이어지는 산마루 아래에서는 겨울 하얀 눈밭, 봄철 분주한 농부의 발길, 여름 초록의 논과 가을 황금들녘까지 때마다 다른 풍경을 펼쳐진다. 제방 위에는 빛바랜 바람개비 수십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드넓은 평야에서 계곡을 따라 바람이 불어 오른다. 어떤 바람개비는 열심이고 어떤 바람개비는 힘겹다. 또 어떤 바람개비는 미동조차 없다. 뒤를 돌아 저수지와 고려산을 바라보니 고요한 수면과 숲이 강원도 소양호 깊은 기슭과 다르지 않다.

하점 저수지 바람개비.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봉천산이다.

삼거천 양쪽 제방도로는 제법 큰 차가 다닐 정도로 널찍하다. 하점면의 공식(?) 자전거도로도 겸하고 있다. 여름이면 하천 변으로 간혹 족제비싸리와 갈대가 펼쳐지고 길옆으로는 콩과 수수 행렬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탁 트이고 잘 정비된 하천이고 도로다. 그렇게 드넓은 망월평야를 지난 삼거천은 창후항 아래에서 바다를 만난다. 수문을 경계로 바깥은 갯벌이고 바다다. 갯벌 위 염생식물에 비닐처럼 보이는 반짝이는 물건이 걸려 있다. 매서운 추위에 갯벌 위 물이 얼어붙어 생긴 듯한 얼음 껍질이다. 창후항 앞바다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 응암량에는 어선들이 그물을 펼치고 있다.

삼거천은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 응암량으로 흐른다.
삼거천은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 응암량으로 흐른다.

창후항은 강화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어항이다. 교동대교가 놓이기 전 교동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출발하던 항구다. 여객선을 이용하기 위해 자동차들이 일렬로 대기하던 곳, 공사용 트럭들에게 빛바랜 실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대동호,형제호,길성호,보금호,대성호,창준호,승복호,,,, 붉은 파라솔 위로 배 이름으로 추정되는 간판들이 나란하다. 말린 농어와 복어, 마른 새우와 새우젓, 파라솔 아래, 창후항 어선들이 주로 잡는 어종을 알 수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이 발달한 강화는 우리나라 대표 젓새우 생산지이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등에서 유입되는 유기물을 섭취한 새우는 껍질이 얇고 영양이 풍부하여 최고의 품질이라고 어부의 아낙은 자랑한다.

창후항은 공사 중이다. 직판장 옆으로 어촌뉴딜사업의 새로운 건물이 생겼다. 응암량의 어선들은 다시 활력을 찾을 창후항을 기다린다. 교동대교 넘어 조강으로 새우 잡으러 갈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화 새우와 연안 소금! “끼럭~끼럭~”, ∧자를 그리며 북으로 향하는 기러기들이 ‘새’우와 ‘소’금은 지금 당장이라도 남북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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