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화려한 색을 빼고 모노톤으로 그려나가다 무늬에 집중하다보니 작품이 나에게 치유로 다가왔습니다. 생명의 에너지와 다양한 형태의 감정들이 느껴졌어요. 그 감정의 흐름을 기록하는 치유적 행위를 통해 작품을 완성합니다.”
손은영 작가가 개인전을 열며 ‘치유를 위한 변주곡’이라는 작품 시리즈에 대한 설명을 붙인다. 오는 14일까지 월미도 ‘갤정숙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나비를 화면에 가득 채우고 확대 재해석하는 행위가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작업해온 3가지 테마를 모두 내놓았다. ‘틈’ ‘사랑’ ‘치유를 위한 변주곡’이다.
“‘틈’을 주제로 한 작품은 보도블록에서 올라오는 풀이라든가, 돌 틈의 식물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에 사람사이 관계의 틈, 그리고 찰라를 포착한 시간의 틈까지를 담았습니다.”
어머니가 지병으로 오랜시간 앓으셨다. 간병을 도맡은 중에 힘든 일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지친 일상에 밀려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깨진 보도블록 틈새에서 밀고 올라오는 작은 풀을 발견했다. “순간 치유가 느껴졌습니다. 틈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은 나비에서 출발했다. 시간의 틈 연장선상에서 움직임으로 나비를 포착해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감정이입이 됐다. “나비와 꽃을 주제로 사랑을 그렸습니다. 나비는 사실적으로, 배경은 몽환적인 색채로 표현했죠.”
그 다음 넘어간 것이 ‘치유를 위한 변주곡’이다. 나비에서 화려한 색을 빼고 무늬에 집중했다. 선으로 면을 분할, 그 안에 작가적 감정을 담아갔다. “요동치는 에너지를 질감으로 표현하고 순간순간 일렁이는 의식의 흐름을 채워넣는 작업입니다.”
모두 28점을 걸었다. 작가는 관람자가 그림을 통해 힐링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작품에서 나비가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데도 나비가 연상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 의도가 읽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덧붙여서 편안함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