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물범이 돌아오는 백령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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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이 돌아오는 백령도의 봄
  • 박정운
  • 승인 2023.03.10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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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8) 점박이물범의 봄맞이

 

지난 겨울동안 번식지로 갔던 점박이물범의 첫 무리가 백령도에 다시 찾아왔다. 2023년 2월 26일 오후 3시 20분경, 하늬바다 물범바위 위에서 휴식 중인 12마리의 점박이물범이 보였다. 겨울동안 백령도 연안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보이는 1마리도 새로 도착한 무리들에 합류해서 함께 쉬고 있었다. 물범바위 위에 누워있는 점박이물범들이 털이 하얗게 마른 것을 보니 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한 3~4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연일 계속된 풍랑과 궂은 날씨가 걷히고 언제 그랬나 싶은 햇볕 좋고 바람 좋은 날이었다.

필자는 2월 중순부터 하늬바다의 날씨를 살피며 점박이물범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겨울은 일찍 기온이 낮아지면서 백령도에 머물렀던 점박이물범들도 예년보다 일찍 중국의 번식지를 향해 떠났던 터라 더욱 기다려졌다. 올 봄의 첫 무리는 언제쯤 도착할까? 쌍안경으로 물범바위를 들여다보며 올해도 첫 마중을 할 수 있기를 고대했다. 점박이물범을 기다리는 시간은 설레고 즐거웠다. 몇 년을 관찰하다보니 점박이물범들이 도착할 시기가 대략 예측되기도 했다. 2월 중순 경부터 물때(조석표)와 파향(파도가 진행하는 방향), 날씨 상태 등을 살펴보다보면 ‘아 오늘 내일 중에 도착하겠구나!’ 감이 잡혔다.

 

2월, 첫 번째 점박이물범 무리의 도착

백령도에 머물며 점박이물범 모니터링을 시작한 2019년 이후부터 확인한 백령도 하늬해변 첫 도착일(첫 관찰일)은 다음과 같다. 2019년은 4월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해서 첫 도착시기에 대한 관찰을 하지 못했다. 2020년 2월 22일 3마리, 2021년 2월 17일 8마리, 2022년 2월 28일 4마리, 2023년 2월 26일 12마리(겨울동안 잔류한 1마리 포함)가 하늬바다의 물범바위 위에서 관찰되었다.

표-백령도 하늬바다에서 2월에 관찰한 점박이물범의 첫 도착일

백령도 내의 다른 물범 서식지인 연봉바위와 두무진 물범바위에도 도착했을 텐데, 이 지역은 선박을 타고 가야하고 1~2월은 파도가 높아서 때를 맞추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러다보니 아쉽게도 첫 무리의 도착시기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가 없다. 앞으로 조사를 추가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백령도의 주민모임인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점사모)’과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의 하늬바다 점박이물범 모니터링은 이렇게 2월 초부터 시작을 한다. 그래서 점사모 회원들은 점박이물범의 첫 도착 무리의 소식도 가장 먼저 알고 봄이 왔다며 함께 반가워한다.

 2023년 2월 26일 백령도 하늬바다 물범바위에 도착한 점박이물범 첫 무리들

 

초겨울부터 추웠던 지난 겨울, 번식지에서 들려 온 소식들

한편, 이렇게 일찌감치 백령도에 도착한 점박이물범들은 소수개체이다. 아직도 대부분은 보하이만(발해만)일대의 번식지역, 특히 중국의 랴오둥만 일대에서 머물고 있다. 겨울 번식지에서의 점박이물범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국내에는 제대로 공유되지 않다보니, 번식지에서의 점박이물범의 생활이 늘 궁금했다. 황해 곳곳에 흩어져 지냈던 점박이물범들이 올해는 언제 번식지로 모여들까? 얼마나 많은 물범들이 번식과정에 들어갔을까? 이번 겨울에는 해빙(海氷, Sea ice)이 잘 형성됐을까? 점박이물범은 올해 몇 마리나 태어났을까? 구조된 새끼 점박이물범들 소식도 있을까? 등등....

중국 Baidu(https://baike.baidu.com/#home) 검색포털사이트에서 점박이물범에 대한 간단한 최근 소식들을 찾아보았다.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의 기사 중에 점박이물범 번식에 관한 뉴스를 중심으로 검색했더니 여러 소식들이 올라와 있었다.

지난 겨울 일찍부터 추워지면서 번식지를 향해 일찍 떠난 점박이물범들에 대한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CCTV 뉴스에서 2022년 11월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랴오둥만의 랴오닝성 다롄지역으로 점박이물범들이 일찍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2023년 3월 9일 수도권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의 겨울철 기후분석 결과에서도 2022년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늦겨울보다 초겨울(12월)이 추워지는 경향을 보였고, 12월부터 기온 변동이 컸다고 했다.

이 처럼 겨울의 기온의 변동은 점박이물범들의 생활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점박이물범은 유빙 형성시기에 따라 출산시기와 새끼 점박이물범의 생존환경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점박이물범의 번식과 연관된 소식은 주로 2월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월에 접어들자 해안가에서 구조된 새끼 점박이물범의 소식들이 언론에 종종 보도되었다. 중국 CCTV 뉴스와 CBCGDF(China Biodiversity Conservation and Green Development Foundation)에서 다룬 소식을 일부 요약하면, 1~3월은 랴오둥만 얼음 위에서 점박이물범 새끼가 태어나는 시기이며, 춘절(2023년 1월 21일 전후) 이후 랴오닝성 다롄시에 위치한 뤼순커우 구(Lushun)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점박이물범은 해빙(海氷, Sea ice) 위에서 번식을 하기 때문에 해빙이 녹기 시작하면서 새끼 점박이물범이 좌초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23년 2월에 구조되어 언론에 등장한 6건의 새끼 점박이물범 소식이 있었다.

2월 초에 구조된 경우는 태어난 지 20일이 지난 새끼 점박이물범으로 털갈이가 진행되기 전의 온전한 배내털(lanugo) 상태였고, 2월 중순 이후에 구조된 경우는 머리부터 목까지 털갈이가 일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의 새끼 점박이물범들이었다. 구조 당시의 새끼 점박이물범들은 어떤 경우는 많이 지쳐있었고, 어떤 경우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서 짖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2023년 겨울 중국의 번식지에서 2월 한달동안 구조된 새끼 점박이물범 정리 *중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일부
2023년 겨울 중국의 번식지에서 2월 한달동안 구조된 새끼 점박이물범 정리 *중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일부

 

2023년 2월 16일. 랴오닝성 후루다오 시 싱청시 인근 Juehua 섬에서 구조된 아기 점박이물범 / 출처: Beijing News에서 캡쳐
2023년 2월 16일. 랴오닝성 후루다오 시 싱청시 인근 Juehua 섬에서 구조된 아기 점박이물범 / 출처: Beijing News에서 캡쳐
2023년 2월 19일. 랴오닝성 후루다오 시 싱청시 둥샤강 어귀에서 구조된 아기 점박이물범 / 출처: Beijing News에서 캡쳐

새끼 점박이물범은 어머니와 분리 된 후 바다에서 독립적으로 생존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구조된 새끼 점박이물범은 몸의 회복상태와 독립이 가능해 질 때까지 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게 된다. 야생에서 독립생활이 어려운 점박이물범의 경우는 사람들의 돌봄을 계속 받기도 한다. 2월에 구조된 6마리의 새끼 점박이물범들도 잘 회복되어 야생의 바다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5월, 올해 태어난 어린 점박이물범들의 백령도 방문을 기다리며

다행히 엄마 점박이물범과 헤어지지 않은 대부분의 새끼 점박이물범은 야생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먹이를 잡고 잠을 자며 독립생활을 위한 적응을 하며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5~6월 무렵 어린 점박이물범은 처음 방문하게 될 곳곳의 여름 서식지역으로 이동을 할 것이다. 그 중 일부의 어린 점박이물범들은 백령도의 바다를 찾아 올 것이다.

하늬바다의 물범바위 위에서 쉬고 있을 털의 윤기가 반짝반짝하고 눈빛 초롱초롱한 어린 점박이물범을 만날 생각에 나의 봄은 벌써 5월에까지 닿아 있다. 이렇게 매일매일 살피며 기다리던 점박이물범들이 하늬바다에 돌아오기 시작하면 나의 봄도 비로소 시작된다.

 

‘나는 봄이 오면 맨 먼저 나타나는 징후를 찾아보려고 주의를 기울인다. 돌아 온 어느 철새의 노랫소리나 줄무늬다람쥐의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월든, 핸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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