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 엄마들의 '어제같은 오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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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 엄마들의 '어제같은 오늘 이야기'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23.03.1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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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좋아해' 출간... 13일 '소소한 낭독회' 열려
대문 앞 환대 - 소소한 낭독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안녕마을놀이터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사진이야기책 그대로 좋아해낭독회가 13일 동구 화수동 <안녕마을놀이터>에서 열렸다.

발달장애지원센터 프로그램 중 하나로 발달장애 자녀의 일상을 담아 '히스토리북'으로 남겼던 어머니들이 지난 2022년 다시 모여 사진과 함께 글을 썼고, 그것 중 발췌하고 정리해 만든 책으로 출판기념회 대신해 마련한 자리다.

주말 내내 내린 촉촉한 봄비 다음의 바람은 꽤 거칠었다. 그래도 햇살은 반짝이는 봄날 좀 일찍 도착해 잠시 머뭇거리던 중 '까르르ㄹㄹ ....' <안녕마을놀이터담을 넘어오는 웃음소리에 끌리듯이 총총히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일찍 도착한 엄마들이 다과 준비를 마치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봄빛 눈부신 '안녕마을놀이터' 예쁜 담장넘어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

지난 223일 필자에게 전달된 그대로 좋아해’ 를 온종일 읽으며 눈물도 흘리고, 씨익 웃음도 났는데, 뫼비우스 띠처럼 끝날 줄 모르는 일상에 물들어있는 다양한 색과 모양이 저마다의 문체로 반짝였다. 장애 자녀에게 집중되었던 히스토리북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촉촉한 봄비처럼, 거친 봄바람처럼 펼쳐져 있었다.

김영희, 이명숙, 김태완, 김정옥, 김현미, 김현숙, 고현미, 심재희 그리고 이들의 글쓰기 멘토인 조연수 시인의 신작도 세 편 실렸다.

히야신스 한떨기와 함께 - 그대로 좋아해@강

소소한 낭독회

이번 소소한 낭독회는 김태완 안녕마을놀이터 대표의 사회로 참여한 작가들과 가족, 지인, 주민 등 13명이 참여한 가운데 90분간 진행되었다.

작가들은 자신의 글과 다른 작가의 글을 하나씩 골라 낭독하고 소감과 느낌을 전했고, 참여하지 못한 작가의 글은 지원센터 팀장, 멘토인 조연수 시인, 김태완 대표가 대독했다. 나의 글을 읽으며 글 쓸 때의 마음, 글에 다 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들이 나눠졌고, 타인의 글을 읽을 때는 나와 같다는 공감과 그 글을 써낸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낭독회에 참가한 이들도 마음에 드는 글을 골라 낭독하고 소감을 나누었고, 낭독 후 다과를 나누며 글을 쓰고 책을 낸 소감, 낭독회에 대한 평가까지 이어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모하게 도전했지만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김영희 작가@
충분히 '환대'하는 자리를 만들지 못해 죄송하다는 김태완 작가@
어려운 글쓰기, '진심'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 시인께 감사하다는 이명숙 작가@

 

편안한 분위기의 작은 공간에 탁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차분히 낭독자가 있는 앞을 바라보고 있다. 낭독자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아 책장을 펼친다.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낭독자는 글의 제목과 선택한 이유을 말하고 쪽수를 말하면 참여한 사람들이 사라락~ 손에 든 책장을 펼치는 소리. 낭독자의 음성은 이내 편안하게 공간을 채운다.

 

글을 쓰는 일이 삶에 선물이 되었다는 고현미 작가@
힘들다, 슬프다고 말할 용기가 생겼다는 심재희 작가@

더러는 울음을 참으며 읽어냈고, 더러는 씩씩하게 더러는 무덤덤하게, 작고 낮지만 맑은 음성, 단단한 음성, 부드러운 음성들이 글을 읽어내려간다. 낭독 중에 함께 참여한 장애자녀 예진이가 이런저런 영상을 보면서 엄마에게 말을 걸면 엄마는 연신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시키지만 다른 분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엄마가 앞으로 낭독하자 소리를 낮추는 예진이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머니들의 글쓰기 멘토 _ 조연수 시인@

조연수 시인은 김현숙 작가의 <응답하라 2012>를 읽으며 거북이 형누나를 생각하는 토끼동생들의 모습이 담긴 글에서 나머지 가족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시인은 '히스토리북' 글쓰기부터 함께하며 울고 웃었다. 이번 사진글쓰기를 하며 시인 스스로도 여성으로서의 삶을 인식하게 되었고, 스스로의 삶이 확장되고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발달장애지원센터 차소연 팀장은 "지속적인 애정과 노력으로 어머니들의 삶을 어깨동무 해줄 수 있는 문화적인 사업을 지속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김정옥 작가의 <술과 아버지>를 낭송했다. 편집을 하며 많이 힘들었지만 책이 나오니 참 좋더라는, 그럼에도 세상물정을 잘 몰라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것에 계속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영희 작가가 낭독을 하며 소감을 나누고 있다@
김현숙 작가의 글을 낭독한 발달장애지원센터 차소연 팀장@
장애인자립생활 조력자-코디네이터 공부를 마친 장은옥씨는 동주동표와 산악회를 함께하며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한다@
김영희 집사님이 건넨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아서 함께 오고 싶었다는 권사님@
김영희 작가에게 건네받은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아서 함께 오고 싶었다는 박미숙님 @
큰우물 자립생활센터 민경환 사무국장@
큰우물 자립생활센터 민경환 사무국장@

중구의 큰우물 자립생활센터 민경환 사무국장은 고현미 작가의 <김밥>을 읽으며 이 책 속의 글들은 아이들의 어머니인 작가들이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나눴다. 

어머니이기 전에 한 소녀였고, 아가씨였고, 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문득 비와이와 신승훈이 함께 부른 <자장가=>https://youtu.be/PvPIlH-cwWo>가 떠올랐다.

우아하게 전통찻집 쌍화차 한 잔, 꽃 떡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을 누려보려구요@ 
다름이 특별함이 되어 모두에게 행운이되는 네 잎 클로버처럼.. 부디 그러하기를 @
다름이 특별함이 되어 모두에게 행운이되는 네 잎 클로버처럼.. 부디 그러하기를 @

 

눈으로 보는 글도 좋았지만 목소리로 듣는 글도 참 좋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드든 것도 좋았고, 본인들은 참 떨렸다고 했는데 듣기에는 참 편하고 떨림을 느낄 수 없었다.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도닥이는 음성을 들어본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혼자 듣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낭독회가 진행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렸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다들 떠난 뒤에 늦게 찍은 단체사진이라 .. ^^ @안녕마을놀이터
엄마들 책이 나왔어~ @강
엄마들 책이 나왔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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