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깨어나기 전, 고요한 남색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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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깨어나기 전, 고요한 남색의 움직임
  • 고진이
  • 승인 2023.04.0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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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러칼럼] (9) 남색, 2023년 4월
그림1, 고진이, Quiet Motion, oil on canvas, 72.5 x 60.8 cm, 2023
그림1, 고진이, Quiet Motion, oil on canvas, 72.5 x 60.8 cm, 2023

 

하루의 반은 남색으로 채워진다. 도시의 불빛 덕분에 밤에도 깜깜한 색보다 짙은 파랑과 자주빛이 섞인 남색이 밤의 색으로 눈에 익었다. 특히 겨울은 남색의 시간이 길어서 새벽 요가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 여전히 어두워 괜히 겁이 났다.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겨울이 유독 길게 느껴졌고 봄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어두운 아침을 급히 걸어가던 날, 갑자기 새소리가 들려왔다. 꼭 이제 곧 해가 뜨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리며 마음의 긴장이 풀어졌다. 그러고 보니 하루의 반을 차지하는 색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아침이 그토록 빛나는 이유는 어둠이 있기 때문인 것을. 남색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짧아지는 4월, 봄의 따뜻함을 더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남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번 봄은 개인적으로 뜻깊은 계절이다.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과 1년간 준비한 새로운 그림책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기쁜 소식을 칼럼에 함께 실어 전한다. 함께 열리는 개인전도 그림책도 둘 다 ‘하루’와 ‘아침’이 주제로 등장한다. 근래 나의 관심사가 그래왔던가 보다.

평소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쓰인 물리학책을 좋아하는데 그를 통해 어떻게 지금의 나에게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장엄한 자연의 시간을 알 수 있었다. 책을 보다 보면 왠지 내가 쥐고 있던 근심과 걱정이 느슨해지면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 그리고 전보다 매일 하루를 여는 아침을 더 사랑하게 된다. 이를 주제로 작업을 하다 보니 이번 개인전 작품들도, 그림책 속 본문 그림들도 반은 어둑한 남색이고 반은 밝은 노란빛이다. 이번 개인전 포스터로 선정한 작품 ‘Quiet Motion, 2023’ (그림1) 은 아침이 깨어나기 전 고요한 남색의 움직임을 담았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포스터가 아침과 하루의 서막이자 끝자락을 담은 이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직 전시가 오픈되기 전에 칼럼을 쓰고 있는데 과연 전시 동안 어떤 시간이 펼쳐질지 두려움과 설렘이 동반한다.

 

그림2, 고진이 그림책[좋은아침 좋은하루] 중 한장면
그림2, 고진이 그림책[좋은아침 좋은하루] 중 한장면

 

추상적인 현대미술 작업과는 다른 결의 작업을 해야 하는 그림책도 인쇄에 들어가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른 두 작업을 하는 것이 상호호환적인 역할을 해 각 작업에 환기가 되기도 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보니 작업과정에서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한 그림, 한 그림이 독립적인 현대미술 작업은 각 그림에 서로 다른 서사와 감정을 쏟아부어도 되지만, 그림책 작업은 여러 장의 그림이 이야기로 재미있게 이어져야 하니 그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점이 큰 차이이다. 현재로서는 두 작업 모두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각 영역에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두 작업이 아침과 밤처럼 번갈아 가며 나의 시간을 흐르게 하는 것 같다.

다시 남색으로 돌아와서, 3번째 그림책 [좋은 아침 좋은 하루]는 아침과 밤사이 경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전날 밤 꿈의 이야기가 아침 햇살에 비친 이불보의 그림자에 그려진다. 그 중, 아침이 시작하기 전 잔잔한 밤 풍경이 담긴 그림을 공개한다. 달빛에 자는 모습이 살짝 드러나고 남색에서 검정으로 밤의 색이 전환된다. (그림2) 아침으로 이어지는 필연적인 시간, 깊은 휴식의 색이다.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좋은 아침,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

이를 함께 하는 모든 이의 아침과 하루를 응원하며 개인전시 소식과 그림책 소식을 전한다.

 

그림3
그림3

 

고진이 개인전 [Everyday Everymorning]이 2023년 03월 21일부터 04월 08일 까지 갤러리 다온(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68길 23 /일월 휴관, 화-금 pm3-8, 토 pm12-5) 에서 진행된다.

고진이 그림책 ‘좋은 아침 좋은 하루’ 가 딸기책방 출판으로 2023년 봄에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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