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망각에 대한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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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망각에 대한 시각화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4.04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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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잇다스테이스 작은미술관, 22일까지 오다솔 초대전
Montage-2003
Montage-2003

“기억에 대해 작업하는 작가가 많습니다만, 제 작업은 기억을 완전히 재현하거나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즉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작되고 생략되고 퇴색됩니다. 그 망각돼가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오다솔 작가가 ‘연약한 것들의 지층’이라는 타이틀의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다.

기억이 망각되는 지점을 ‘연약한 것들’이라고 명시했다는 설명을 붙인다. 또 작업에서 반투명한 레이어가 많이 등장, 온전한 형상보다는 지워지고 편집된 모습으로 중첩돼 있음을 가리키는 ‘지층’이다.

배다리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이 오 작가를 초대,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전시를 열고 있다.

작가는 철저히 본인의 기억을 배제한다. 객관적인 기억들을 소재로 온전히 퇴색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데 몰두한다.

“직접 그리거나 촬영한 이미지를 가져온 순간 기억이 개입됩니다. 나와 상관없는 이미지를 평소 계속해서 수집하죠. 이를 포토몽타주(photomontage) 기법으로 해체하고 편집을 통해 재창조합니다.”

포토몽타주란 디지털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모아 해체하고 조합해나가는 기법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건축 이미지를 많이 차용해옵니다. 건물의 구조나 벽, 사진의 일부가 들어가 있습니다. 완전 추상이 아닌 이유는 기억에서 언뜻언뜻 형상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드로잉한 이미지나 색면이 더해집니다.”

디지털을 통해 만든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평면인 캔버스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도 단순한 복재가 아닌 물감의 흘러내림, 즉흥적인 붓터치가 더해지면서 물성이 있는 그림으로 완성된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에 맞춰 레이어를 한층한층 쌓고 질감을 더합니다, 색감의 깊이감이 캔버스에서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작가가 표현한 망각에 대한 재창조 과정이다.

작가는 무엇보다 1930년대 근대건축물인 여인숙을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갤러리의 장소성과 이번 작업이 어울린다고 기억을 환기시긴다.

“옛 용도를 문화적으로 다시 만든 장소에서 전시를 하는 거잖아요. 한 공간에서 기억이 중첩되는 이벤트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관람객이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Montage-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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