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로 소통하고 나누는 공동체 ‘피플엠’
상태바
악기로 소통하고 나누는 공동체 ‘피플엠’
  • 정은선
  • 승인 2023.04.18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은선의 마을이야기] (2) 피플엠 - 서구 주민 악기공동체
정은선 / 마을공동체라디오 서구FM 대표
과거 인천 구도심 주민들이 ‘개건너’로 불렸던 서구는 현재는 인구 58만5천명(2022년 11월)으로 10개 군·구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구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마을과 사람, 공동체 이야기를 지난 2015년 개국한 ‘마을공동체라디오 서구FM’를 정은선 대표가 연재합니다. 주민들이 만드는 서구FM은 나와 이웃의 이야기를 오디오매체인 팟캐스트를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2022년, 서구 경서동 아파트 마을축제 공연

“10년 전, 피플엠을 시작할 때 인천in에서 취재를 하러 오셨었는데 10년만에 다시 왔네요”

서구 경서동 태평샹베르 1차 아파트 관리사무서 건물 지하에서 만난 ‘피플엠’ 조영훈 대표의 첫마디다.

‘피플엠’은 2013년 4월에 서구 석남동에 연습실을 마련해서 시작한 직장인밴드 공동체다. 3년 전부터는 대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에도 연습실을 마련해서 주민들과 악기로 소통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어떻게 무료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몇 년전부터 동대표를 맡으며 동네를 위한 봉사도 하고, 관리사무실 직원 뿐 아니라 이웃과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왼쪽부터 피플엠 이도석, 조영훈 한영민 멤버 

 

피플엠 공동체를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어느 날, 부평의 뒷골목에서 청소년들이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청소년 선도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 청소년 대상의 활동은 제한이 많아 직장인과 마을주민들이 모여 함께 음악을 배우고 재능을 나누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 안에서 공동체 문화활동을 통해 음악을 기반으로 이웃과 소통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바꾸고자 하는 활동을 한다.

서구지역에서 마을 축제나 행사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는 '피플엠'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석남동과 경서동 그 회원을 합치면 30여명이라 하니 적지 않은 규모다. 회원들은 매주 연습실에 모여 기타, 드럼, 젬베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즐긴다. 또한, 지역의 공모사업으로 더 다양한 활동을 꾀하기도 한다.

2023년에 계획하는 활동으로는 1인 1악기 배우기, 가족사진 찍기, 헌혈캠페인, 환경캠페인 등이 있다. 음악활동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활동이 있을 줄이야~

조금 더 자세히 물었다. 디지털이 가득한 세상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질 좋은 카메라로 가족사진을 찍어 액자로 선물한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동안 현저히 떨어진 헌혈률을 올리기 위해 헌혈센터 봉사단과 협업도 수행한다. 거리에서 헌혈 관련 홍보물을 나눠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역시 음악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봄과 가을에 버스킹공연을 하면서 헌혈센터도 알리고 헌혈 장려 캠페인활동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천에는 헌혈센터가 3곳(헌혈의 진 구월센터, 헌혈의 집 부평센터,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단순히 음악활동만 하는 동아리에서 벗어난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이타적인 공동체인 건 확실해 보인다.

피플엠은 경서동 태평아파트 관리사무실 건물 지하 연습실에 매주 모여 악기연습을 한다

 

10년간 피플엠 공동체 활동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뭐든지 처음 하는 일이 오래 기억되고 그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공연 할 때 뭣도 모르고 선그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손발은 덜덜떨리고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구요. 몇 백명 앞에서 연설을 했던 적이 있어서 자신만만하게 오른 무대에서 글쎄, 눈앞이 보이는건 모두 그냥 검은색뿐이더라구요.”

조영훈 대표와 함께 활동을 하는 이웃주민 이도석씨는 “이 공간이 아파트 동의를 얻어 생기긴 했지만, 외장이나 방음처리를 해야 해서 회원들이 직접 자재 사다가 설치하고 조명도 달았어요. 그러면서 회원끼리 정도 들어서 다들 매주 꼬박꼬박 나와요”

“저는 현수막보고 드럼을 배우고 싶어서 1년 반 전에 왔는데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조영훈 대표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공간이 지저분해서 도움이 될까 하고 치우고 설치하고 하다보니까 설비관리 이사라고 부르더라구요. 하하하”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이웃주민 한영민씨가 덧붙인 말이다.

2022년에는 매달 마을축제에 참여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피플엠도 보람과 함께 고민거리가 있을 듯 싶다.

“일반인이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가지기 쉽지 않잖아요. 동네음악회, 작은음악회, 송년음악회, 경서동마을축제 등에 참가하면서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공동체 활동을 하며 이웃을 알아가는 것이 활동의 보람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도 생각지도 않은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 이제는 잘 넘길 수 있게 단련이 된 것 같습니다. 단체 활동이다 보니 서로의 입장을 좁히고, 의사 소통에 뜻을 모으는 과정이 어렵기도 하지만, 오래 함께 하다 보니 상대를 존중하고 의견을 제시하면 잘 따라 주시는 편입니다”

올해 12월에 10주년 기념 행사를 한다고 한다. 그 때는 얼만큼 더 성장해 있을지 기대가 앞선다.

 

함께 모인 피플엠
지하연습실에 함께 모여 회의하는 피플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