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주민들과 공동체 예술 확산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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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주민들과 공동체 예술 확산 꿈꿔”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4.1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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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18)꾸물꾸물문화학교 윤종필 대표

생애 문화예술교육·동네 마을학교 활용 등 대안적 문화활동 실행
주민 공동작업 ‘커뮤니티 판화’는 대표 브랜드 수업으로 주목
지난해 중구 개항장거리에서 갤러리 3곳이 문을 열었다. 동구 배다리거리는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문화공간이 확 늘었다. 이들 공간은 특유의 색깔들을 입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in은 이곳들을 포함, 곳곳에서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공간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시작한다. ‘예술 공작소를 가다-아트 & 숨’이라는 문패를 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간다.

 

매주 일요일이면 율목동 싸리재에 있는 문화예술교육 공간 ‘꾸물꾸물문화학교’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명 ‘커뮤니티 판화’ 수업에 참여하기 위한 이들이다.

수업방식이 특별하다.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대형 목판화를 함께 제작하는 커뮤니티 아트 과정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공동체 예술이 참여자에게는 어느새 익숙한 활동이 됐다.

그도 그럴것이 ‘커뮤니티 판화’는 이곳 학교의 대표 브랜드 수업으로 자리잡았다. 프로젝트 기획에서부터 수업 진행까지 맡고 있는 이는 꾸물꾸물문화학교 윤종필 대표다.

“대안적 예술활동을 꿈꾸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삶과 학문, 예술이 겉도는 허구성을 극복해나가는 연대방식의 실천적인 문화활동을 실행하고자 합니다” 스스로를 커뮤니티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는 윤 대표가 예술활동의 지향점을 들려준다.

‘커뮤니티 아티스트’가 다소 낯설다고 하자 프랑스 유학시절 이야기부터 꺼낸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하고자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언어적 도움을 받기 위해 사귄 프랑스 친구들과 서로의 작업을 도우면서 자연히 프로젝트형 아트에 눈을 뜨게 된다.

“여럿이 협력하는 작업방식을 고민하다 프로젝트 형식을 찾아냈죠. 결국은 이를 바탕으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홍예문프로젝트' 에 침여한 초등생들이 우리동네 이미지 채집하고 있다
'홍예문프로젝트' 에 참여한 초등생들이 우리동네 이미지를 채집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공공분야에서 정책적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와 문화예술교육사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문화기획자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갔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참여미술,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인천에서는 인천문화재단 공공미술사업 ‘홍예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시작입니다. 성미카엘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화교학생들과 초등학생 대상 지역기반의 문화예술교육을 맡았습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엇이라도 하자’로 넘어갔다. 2009년 동암역 근처에서 활동기반을 위해 만든 단체가 ‘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 525’(CCS525)다. 이름에는 연대방식으로 대안적 예술을 고민하는 단체라는 의미를 담았다.

“스튜디오 525는 제가 프랑스 유학시절 쓰던 기숙사 방번호입니다. 즉 커뮤니티 아트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함유하고 있죠.”

커뮤니티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을 풀어가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예술가가 오브제를 생산하고 이를 전시장에 펼친 뒤 오는 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소극적 소통’이라고 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체명이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중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한 ‘꾸물꾸물문화학교’ 명칭을 공간이름으로 병용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듬해(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미술과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홍예문 프로젝트’로 문을 열었다. 다음해에는 고교생 대상 ‘우리동네 고고씽 RPG’, 일반인 대상 ‘생활의 발견’을 각각 개설했다.

이들 3개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세대와 생애주기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모델에 대한 실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초등학생 프로그램 특징은 산보입니다. 매주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관찰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놀거리를 찾고 동네지도를 그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미술적 방식으로, 때로는 연극적 방식으로 동네를 봅니다.”

청소년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을 차용, 미션을 주고 동네를 살피도록 한다. 하이퍼텍스트 방식으로 장소를 돌아보게 한다거나 앱을 통해 명령을 따르게 하기도 한다. 한발 나가 프로그램 기획에도 참여하게 한다.

성인 프로그램은 생활 공간으로서 동네를 바라보게 하는 한편 자신과 주변에 대한 발견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근거지도 아예 중구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사이 아이들이 성장을 해서 ‘우물쭈물 잉어력 대폭발’이라는 청년프로그램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꾸물꾸물문화학교 ‘시즌 1’이다. 7년간 이어온 프로젝트를 일단 마무리 한다.

 

'우리동네 고고씽 RPG'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목공을 활용한 아지트만들기를 하고있다.
'우리동네 고고씽 RPG'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목공을 활용한 아지트만들기를 하고 있다.

2017년 출발한 ‘시즌 2’는 ‘동네예술대학’이라는 이름을 덧붙였다. “이번엔 개항장 일대를 동네 예술대학 캠퍼스로 만들어보자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즉 인근의 목공소, 찻집, 음식점 등 생활문화영역을 문화학교로 끌어들이는 시도입니다.”

곧바로 실행으로 들어갔다. 목공소에서 가장 기본도구인 톱과 망치를 활용한 ‘아프리카에서 놀다’, 음식점에서 요리를 함께 만들고 시식을 즐기는 ‘생활요리&파티요리’, 사진수업인 ‘생활사진’을 열었다.

“전문적인 기예를 배우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학습하는 입장에서 생활속 예술에 무게중심을 뒀습니다.”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커뮤니티 판화’다. 판화를 매개로 동네주민이 모여 앉아 인천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함께 파고 찍는 과정까지 간다. “한명의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이 아닌, 참여하는 주민 모두의 이야기와 노동력이 만들어내는 공동 작업입니다.”

‘시즌 2’는 2021년까지 5년동안 진행했다.

 

'커뮤니티 판화' 참여 주민들이 함께 판각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 판화' 참여 주민들이 함께 판각하는 모습.

이어 지난해 시작한 ‘시즌 3’에는 ‘커뮤니티 판화‘를 중심에 뒀다. 윤 대표가 직접 진행을 맡고 있다. 꾸물꾸물문화학교에서 주 1회 수업을 진행한다. 공간도 싸리재 쪽으로 옮겼다.

“여기저기 판화수업을 요청해와서 하다보니 10개 군·구중 여덟곳에서 했더군요. 이제는 대표 브랜드가 됐습니다.”

올해는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을 지역사회에 선보이는 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이 참여했던 그 모든 작품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아티스트로서 저에게 주어진 의무는 그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월 중순쯤 전시를 펼쳐보일 예정이에요.”

꾸물꾸물문화학교를 이어온 지 어느새 14년차를 맞았다. 기획자이자 운영자로서 성과를 묻자 “헛일을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자평한다.

“이루었다는 관점이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자기 작업이기 때문에 하듯이 꾸물꾸물문화학교는 커뮤니티 아티스트로서 바로 저의 작업입니다. 또 공동체적 활동을 만들어나가는 과정과 소통했던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계속 커뮤니티 아트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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