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라 더 즐거웠던 주말 과제 - 우리 지역 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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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라 더 즐거웠던 주말 과제 - 우리 지역 답사하기
  • 유미경
  • 승인 2023.04.19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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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유쌤의 알콩달콩 교실이야기]
(4) 우리지역 중심지 답사하기 – 유미경 / 인천간재울초교 교사
23평 초등학교 교실, 그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알콩달콩 다양한 삶, 그 우주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3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나대는’ 유 선생 나대유쌤과 아이들의 동거 이야기입니다. 교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서 연재합니다.

 

해마다 봄이 되고 벚꽃이 필 때 쯤이면 여기 저기서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이제는 국민 가요가 되버린 벚꽃 앤딩.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앤딩]

 

노래 가사처럼 연인과 같이 가는 길이 아니어도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 길을 걷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필자는 지난 주말 30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 3명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벚꽃 잎과 비가 와서 더 선명해진 서후리 숲의 봄꽃들과 흙냄새를 맡으며 그 길을 함께 걸었다. 더없이 행복했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비 오는 서후리 숲
비 오는 서후리 숲

대학 친구들이고 다들 초등 교사들이니, 사는 것도 다들 비슷하련만 우리 넷은 사연도 제각각, 사는 곳도 서로 달랐다. 작년 여름 우연히 세 명이 먼저 만났고, 타국에서 8년간 지내던 친구도 귀국하여 우리 넷은 완전체로서의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겉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변해 있었지만, 여행 내내 온전히 대학 시절 그때 그 친구들이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도 아닌 우리들의 이름으로 불리 우면서 비 오는 숲길도 마다하지 않고 우산을 함께 쓰며 그 길을 걸었다. 친구들과 함께라서 ...

짧지만, 더 없이 행복했던 여정이었다.

성인인 나도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좋은데, 아이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렇듯 친구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 임에 틀림없다.

이에 필자의 학급에서 실시한 ‘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하기 ’ 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어떻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학습을 하게 되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 즐거웠던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하기

올해 필자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사회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하기,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및 역사 인물을 조사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어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은 어려움을 주었다. 비대면 수업을 해야 만 했던 가시적인 교육 현장의 어려움 못지 않게 수업 활동에도 큰 제약이 따랐던 것이 현실이었다. 교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회과의 경우 답사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러한 활동은 대부분 인터넷 자료 조사 또는 VR 체험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으므로...

 

드디어, 2023, 올해는 공교육의 정상화 ...

올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코로나로 인해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체험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 즐거운 학습 활동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 계획하기

학교에서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 계획을 세우고, 주말을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중심지를 답사하는 과제를 제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필자가 원했던 방법은 부모님과 함께 각자 다녀올 것을 권하였으나, 학생들의 90% 이상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코로나 19로 인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들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므로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난감이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과 쏟아질 지도 모르는 학부모 민원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진행을 하였다.

첫째, 모둠원을 스스로 구성한다.

함께 답사를 갈 수 있는 학생들끼리 모둠을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때 모둠원은 2~3명으로 최소화하였다. 물론, 가족과 함께 답사를 가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가족이 모둠원이 되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

둘째, 가능하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장소를 선택한다.

모둠원이 함께 답사할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였다. 다행히 필자의 학교 주변에는 검암역, 경인아라뱃길, 인천 아시아드 경기장 등 걸어서 답사할 수 있는 중심지들이 있었다.

셋째, 학부모의 동의를 받는다.

모둠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학생들은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오도록 하였다.

넷째, 이 모든 계획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답사를 가지 못할 경우 인터넷으로 조사하도록 하였다.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하기

드디어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하기 주말 과제가 시작 되었다.

금요일 학생들에게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 등을 교육하고 신신 당부를 했지만, 주말 내내 학생들이 어떻게 과제를 진행할지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과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신나서 교실로 들어오며

“ 선생님, 우리 답사 다녀왔어요 ~” 라고 외치며 함박웃음을 짓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자 걱정됐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몇몇 모둠은 모둠원의 부모님께서 아이들과 동행을 해주셨다고 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다녀왔는데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저마다 무용담을 읊어댔다.

‘와 ~ 정말 대견하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중심지의 시설물, 안내도, 주위의 풍경 등을 촬영하고, 답사 장소에 오신 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녹음을 해오기도 하였다.

시간대별로 어떤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지?

어떤 연령층이 많이 오는지?

어떤 이유로 중심지에 오게 되었는지? 나름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해온 모둠도 있었다.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 보고서 작성하기

부득이한 사정으로 답사를 다녀오지 못한 몇 명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학급의 학생들이 대부분 답사를 다녀왔으므로 답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흥분된 시간이었다.

학급의 테블릿 PC와 개인 휴대폰을 이용하여 학생들은 답사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모둠이 함께 답사를 다녀왔으나, 답사 보고서는 개인별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함께 보고서를 만들고 싶어 했으나, 가족과 함께 다녀온 학생들과 미처 답사를 가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온 학생들이 있어서 개인별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

한 명 한 명의 답사 보고서 발표를 듣고 있으니, 개별로 작성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모둠원끼리 답사 내용은 같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발표를 들으면서 우리 반 아이들은 저절로 박수를 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서로를 향해 감탄사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 보고서 학생 작품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 보고서 학생 작품

 

우리 지역의 중심지 홍보물 만들기

다음은, 우리 지역의 중심지를 알리는 홍보물을 만들고 발표하는 활동을 하였다. 역시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재미있는 홍보물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개성과 성향에 따라 학생들의 발표 자료가 다양하여 나를 비롯한 우리 반 학생들의 눈과 귀가 즐거웠던 재미난 순간들이었다.

어떤 학생은 구호를 만들어 오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춤을 추기도 하고, 영상을 제작하여 선보인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 지역의 중심지 홍보물 만들기 학생 작품
우리 지역의 중심지 홍보물 만들기 학생 작품
우리 지역의 중심지 홍보물 만들기 학생 작품
우리 지역의 중심지 홍보물 만들기 학생 작품

 

우리 지역의 중심지 답사를 하고 나서 ....

수업이 끝나고 나서, 중심지 답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써 보라고 했다.

친구들과 답사하니까 너무 좋고 설랬다카페가서 야무지게 먹고 왔다. 겁나 맛있었고 조사하면서 걸어다니니 힘들었지만 친구와 함께 간다는 느낌 때문에 힘이 났다. 조사 다하고 남은 시간에 놀았다. 너무 재밌는 날이었다. (00)

 

아라뱃길을 조사하니 멋진 사진과 예쁜 풍경이 많이 보여서 예뻤고 친구들과 같이 조사를 하며 사진들도 찍으니까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친구들과 멋진 추억과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추억을 만들어 행복했다.^^(00)

 

아라뱃길을 조사하다 보니 아라뱃길이 역사 있는 곳이고 아라뱃길이 정말 좋은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00)

 

재미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니까 부끄러웠다.(000)

 

역시 어른이나 아이나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 즐겁고 행복한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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