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언어치료를 받는 아동의 어머니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우리는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를 때가 있다. 지금의 만남이 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지하고 미래에 대비 할 수 있을텐데...
오늘은 첫 만남은 비록 유쾌하진 않았지만, 차후에 많이 죄송해 하며 고마움을 몸소 실천하시는 H아동모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2019년 4월, 약 20년 전부터 친분이 있는 심리센터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신도분인데 아동의 발음이 문제시 되어 우리기관을 소개하셨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부담스런 마음으로 연락 받고, 언어평가 날자를 잡았다. H아동은 예상대로 OSMSE-R에서 -2SD, U-TAP 결과 -2SD(조음치료요망) 결과가 나왔다. H아동모를 모시고 평가상담을 진행했다.
전화 상 목소리와 평가 시 접했던 이미지로 이미 친절하신 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가 상담을 위해 H아동모를 모시니 중압감이 상당했다.
부리부리하고 큰 눈에 전체적으로 기골이 장대하셨고, 초봄이라 겉옷으로 입으신 검정가죽
코트가 공포감을 자극했다. 더욱이 혼자 오신게 아니라 언니분까지 대동하고 오셔서 상담석에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은 남자인 필자가 봐도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이 기관에서 뭘 해줄 수 있나요?"
마치 필자가 죄인이 된 것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뭘 잘못 한걸까... 아동의 발음에 문제가 있어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는데 무언가 잘못한 느낌이었다.
"H아동 어머님!"
"저는 어머님께 아동의 발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저희의 해결 방법이 맘에 들지 않으시다면 타 기관에 가셔도 됩니다."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약 1주일 후 H아동모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기관에서 언어치료를 받겠다고 하셨다. 어떤 심경에 변화를 받으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순한 양이 되셨다.
H아동은 차후 약 1년반 동안 치료를 받고 완치되서 종결했다. 치료받는 내내 H아동모는 늘 죄송해 하시고 고맙다고 하시며, 때마다 선물을 주시는 등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다. 요즘도 가끔 연락 주시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관계란 참 오묘하다. 그 사람과 다신 보지 않을 것 같아도 또 어디선가 만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유종지미(有終之美)가 중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