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과 시민에게 광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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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과 시민에게 광장을!
  • 김정화
  • 승인 2023.06.0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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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김정화 / 문학평론가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에 놀랐다. 고막 찢어질 듯한 소리에다 여기저기로 마구 흩날리는 톱밥가루까지. 사람들은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거나 구경하고 있었다. 몇몇 예술인들이 전기톱으로 목공예 작업 중이었다. 바로 옆 동상 앞에서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연상하게 하듯 나이 지긋한 중노년 몇이서 노래와 연주를 하고 있다. 또 멀지않은 광장 모퉁이에서는 어나니머스(Anonymous, 익명으로 활동하는 국제 해킹 단체) 활동가들의 활동 모습이 보였다. 멀지않은 곳에서는 회전목마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지난 4월말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트리에스테(Trieste)에 도착했다. 트리에스테는 흔히 길다란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지도상에 북쪽 끝 동쪽에 위치한 운하 도시이기도 하다. 트리에스테는 일리(illy)커피의 탄생지로도 유명하다. 도시 분위기는 묵직한 이탈리아 역사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기보다 역사적으로는 오스트리아와 밀접하고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을 면하고 있어 동유럽 분위기가 느껴졌다. 일요일 한낮의 트리에스테 시청 앞 광장은 전기톱의 굉음, 아코디언과 알토 색소폰 소리가 섞인 버스킹,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나니머스 활동가들의 무언의 행위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렇듯 광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활동하고 교류하는 만남과 즐김의 공간이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목공예 예술인들이 내뿜는 톱밥가루에 눈쌀을 찌푸리지 않는다. 버스킹 연주를 시끄럽다고 하지 않는다. 어나니머스 활동가들의 행위에 시비 걸지 않는다. 광장 옆 카페, 바에서는 손님들이 에스프레소와 스피리츠와 맥주를 즐기며 태연자약 구경하고 있다. 광장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이질적 모습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우리 인천의 광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나마 있던 광장도 녹지공간 확보라는 그럴 듯한 구실을 내세워 줄이고 여가를 즐길 여유가 있는 휴일은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다. 관 주도나 민관 협력의 규모 있는 행사에나 많은 시민이 모인다. 누구나 자유롭게 교류하고 자발적으로 즐기는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광장의 도시문화를 묵직한 역사와 함께 간직하고 내려온 이탈리아와 우리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인구 3백만 거대도시에 걸맞은, 예술인과 시민이 사랑하고 즐겨 찾는 광장의 공간이 아쉽다. 그 공간을 누구나 자유롭게 즐기고 누리는 광장 문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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