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회고전으로 '변화의 원년' 선언한 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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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으로 '변화의 원년' 선언한 호암미술관
  • 허회숙 객원기자
  • 승인 2023.06.0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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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획]
1년 리노베이션 끝낸 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으로 재개관

 

호암미술관(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이 1년여의 긴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재개관 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 9월 10일까지 김환기 화백의 회고전으로 새롭게 문을 연 것이다.

 

삼성 측은 “리움미술관의 모태인 호암미술관이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연 김환기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그 변화의 원년을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김환기(1913~1974)의 예술 여정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 출품될 대표작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건희 컬렉션으로 기증된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리움미술관 소장품 ‘영원의 노래’(1957년)를 비롯해

 

한국 미술품 거래사상 최고 경매가인 132억 경매기록을 세운 ‘우주’(1971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1970)’ 등 김환기의 대표작들이 모두 선보인다.

 

월요일은 휴관,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개관한다. (마지막 입장시간은 오후 5시)

관람료는 성인 14,000원(청소년, 청년 및 대학생, 시니어 7,000원, 미취학 아동(~6세) 무료)이다.

예약 후 6월 초하룻날 그곳을 찾았다. 야외 매표소에서 직원들이 예약을 확인한 후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주차장에서 미술관까지 걸어가는 길이 호젓한 산길의 분위기다.

호숫가에 자리잡은 ‘희원’이라는 궁중정원으로 가는 길도 비밀의 화원같이 신비롭다.

먼저 미술관 관람을 마친 후 ‘희원’을 둘러보기로 하고 한옥의 멋이 돋보이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현대적이고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중후한 분위기다. 3층 높이의 시원하게 높은 천장에 중앙 홀을 둘러싸고 1,2층 갤러리가 자리잡고 있다.

 

 

1층 오른쪽으로 우아한 기념품 샵이 보인다.

 

전시는 2층에서부터 시작된다. 2층 갤러리는 달/항아리 위주의 작품들, 1층은 뉴욕 이주 후의 점화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에서 엄청난 대작들을 보고 1층으로 오니 점화가 탄생되어가는 과정의 작품들이 보인다.

작가의 작업일기, 편지 등이 곳곳에 게시되어 작가의 심중과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관람 동선을 2층에서 시작하여 1층으로 내려오게 한 것도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로 느껴진다.

 

김환기 화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추상화 화가 중 한 명이다.

1956년 파리로 떠난 김 화백은 푸른 빛깔이 주조를 이루는 한국의 자연을 주제로 새로운 예술적 발견을 계속 시도해 나갔다.

이후 그는 단색 계열의 빛깔로 산, 강, 달, 항아리, 새와 동물 등을 그리며 새로운 예술적 발견을 이어 갔다.

김환기는 유달리 항아리를 사랑해 항아리를 닮은 달과 새, 나무 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정서를 모더니즘에 접목하여 추상미술의 기반을 다져갔다.

그리하여 그는 선명한 민족정서를 세계인이 공감하는 정제된 화면과 색감으로 승화시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냈던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우주’(1971)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1970)는 전면점화로 통일된 색조의 무수한 단색 톤의 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작품은 점 하나하나가 음악적이고도 율동적인 울림으로 형이상학적 공간을 연출해 낸다.

각각의 별들이 발광하며 운집한 은하계가 또다시 어우러져 우주공간을 이루어 신비롭고 경외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2층에서 시작하여 1층 갤러리를 둘러보는 2시간여 동안 모든 관람객들이 진지하게 몰입하고 조용히 감탄하는 모습을 보인다.

깊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다.

 

미술관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을 뒤로 하고 ‘희원’으로 들어서니 옛날 어느 시대 궁중정원에 혼자 와 서있는 듯 인적이 드물다.

초여름 햇볓은 찬란하고, 공기는 맑고 싱싱하다. 소솔한 바람이 숲을 조용히 흔드는 정원의 작은 연못가에 황금구슬을 엮어 만든 듯한 멋진 구조물이 보인다.

이곳에 오니 몇 몇의 관람객들이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탄성을 터트리며 모여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유리조각 설치 미술가인 장미셀 오토니엘의 작품이라고 한다.

전에 리움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작품인데 뜻밖에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고 기뻐한다.

관음정이라는 정자 앞 푸른 풀밭과 연못 속에 황금유리구슬을 엮어 만들어 놓은 작품이 무언가 행운과 환희를 가져오는 듯 잘 어울린다.

이곳 정자에는 들어가 앉을 수 없게 되어 있고 길 숲 어디에도 다리를 쉴 벤치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과 가슴으로만 조용히 음미하며 산책하라는 뜻이리라.

인적이 드물게 느껴지는 연유도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만든 정원의 구조에 있는 듯 하다.

 

‘희원’을 한바퀴 돌아 입구 쪽으로 나오니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고 소풍음식을 싸가지고 온 대여섯명의 아가씨들이 보인다.

집에서 가깝지 않은 이곳에 오면서 미리 음식과 돗자리를 준비해 하루 온종일 미술작품 관람도 하고 호수가 보이는 ‘희원’ 숲속 길도 걷고 점심도 나누며 싱그러운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면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의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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