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기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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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기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 김정희
  • 승인 2011.09.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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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김정희 / 시인


전철이나 버스에 탔을 때 흔히 목격하는 것은 손바닥만한 전자기기에 시선을 붙들어 매고 있는 군상들이다. 그들은 애나 어른 가릴 것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뭔가를 읽거나 찾고 있다. 막강한 서비스와 기능으로 중무장한 스마트폰이 '21세기 소통의 총아'로 떠오른 뒤 우리 일상에서 자주 목격되는 풍경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과학기술 개발에 몰두해왔고, 마침내 풍요로운 기술문명시대를 꽃 피워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첨단 과학이 낳은 문명의 이기(利器) 혜택을 최대한 누리며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 같은 이기들을 통해 인간 생활에 새로운 차원의 유용성과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킨 인터넷과 뒤이어 탄생한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들겠다. 

특히 의사소통의 장을 형성하는 데 최상의 효과를 내는 SNS는 접근 가능성과 전파력이 커서 불특정 다수를 빠르고 쉽게 연계하고, 확대하며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이슈를 촉발시키는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작년 우리나라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극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고 튀니지와 이집트, 중동의 시민혁명에서는 무기로 진화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SNS가 지닌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이처럼 SNS는 관계 맺기, 의사소통과 지식에 대한 욕구 충족 등 여러 가지 강점을 보유해 역동적인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고의 사회적 소통 기제로 자리 잡으며 사람들의 사고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문화, 인간관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화를 통해 익명의 개체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이며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서비스이다 보니, 역기능이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SNS가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되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루머와 악플은 광속으로, 무제한으로 유포되며 특정 개체에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다. 이뿐인가.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무차별적인 정보 공개, 스토킹, 인간관계 파괴 등 저속한 행태들이 이어지고, 타인들의 관심을 끌려고 허풍과 거짓말을 일삼는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이 선량한 다수 SNS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SNS와 결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클리너 사이트가 문을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이름 하여 '웹2.0 자살기계'(www.suicidemachine.org). 

고객이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자신의 SNS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글과 사진 등 고객이 남긴 결과물의 흔적들을 완벽하게 지우고 계정까지 없애주는 서비스라고 한다. 범죄가 지능화할수록 수사기법이 진화하듯 새로운 창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패가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언제 뒤집힐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뉴미디어 사용자들은 편리함만 추구하지 말고 'Social Network'의 의미와 더불어 모든 것은 약과 독이라는 양날의 칼을 가진다는 세상의 이치를 깊이 새겨야 한다. 자신이 즉흥적으로 발생시킨 결과물들이 가상공간에서 영속하며 계속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도구 사용 시에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만연한 기술지상주의에 대해 숙고하면서 우리 사회와 자신의 자화상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인류의 욕망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지, 흉기가 되어 파국으로 몰고 갈지는 순전히 '사람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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