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구내식당 모습
취재 : 이혜정 기자
최근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이 관공서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질 좋은 식단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문난 인천시청 구내식당은 인근 직장인과 시교육청 공무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40분께 인천시청에서 만난 정모(31)씨. 그는 시청 인근 회사에 근무한 이후 줄곧 시청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시청 구내식당 음식 가격이 근처 식당가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점심값 3천원이면 김치와 국을 제외한 3가지 반찬과 바로 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정씨는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회사 근처에서 밥 한끼를 사먹으려면 적어도 5천~6천원은 줘야 한다"면서 "그다지 음식이 푸짐한 것도 아닌데 가격은 비싸 웬만해서는 시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라고 말했다.
"3천원 정도 가격에 따뜻한 밥과 반찬 서너 가지면 잘 나오는 겁니다. 요즘 어디 가서 백반을 먹어도 이렇게 먹기 힘들어요. 저 같이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는 진수성찬이죠."
인천시청 인근 회사에서 일하는 김모(26·여)씨도 시청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그가 시청 구내식당까지 오려면 꽤 먼 거리임에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면 하루에 6천~7천원은 들어요. 물가가 워낙 올라서 교통비와 생활비 등을 따져보면 우리 같은 월급쟁이에게는 이 만한 점심도 없어요. 음식 맛도 이 정도면 어디서 먹는 것보다 훌륭합니다."
그는 "회사에서 시청까지 걷기에는 좀 거리가 있어도 밥을 먹고 나서 걸어 내려오면 운동도 되고 여러모로 좋다"라고 덧붙였다.
박모(77) 할아버지는 종종 친구와 함께 관공서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혼자 사는 늙은이가 밥을 해먹으려면 번거롭잖아요. 돈도 없고, 자주는 아니지만 인천시청에서 가까이 사니까 아침에 파지거리 주우러 다니다가 이곳에서 먹어요."
그는 "싸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으니까 종종 온다"라고 했다.
인천시청 구내식당에는 하루 평균 100여명의 '외지인'이 찾는다. 시청 직원과 인근 직장인을 포함하면 하루 평균 900여명이 식당을 이용한다.
인천시청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인천지역 다른 관공서 구내식당에도 일반인들이 많이 몰린다.
"특별나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 먹는 것보다는 가격도 저렴하고, 가격에 비해 음식도 먹을 만해요. 양껏 먹을 수 있어서 한끼 든든하니까 종종 옵니다." 인천 동구청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는 이의 말이다.
동구청 구내식당 역시 3000원에 4가지 반찬을 준다. 청사 직원뿐만 아니라 인근 공사장 일꾼도 이곳을 찾는다. 이 구내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400~500명에 이른다.
특별히 민원이 아니더라도 점심끼니를 해결하려고 관공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정작 청사 관계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청사 관계자는 "구내식당은 일반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청사 직원들이 밥을 먹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어 불만을 토로한다"면서 "무조건 외부인을 안 받는 건 아니지만 환영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내식당이다 보니 청사 직원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에게 그렇다고 좀 시간을 늦춰서 오라고 말할 수 도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 역시 한정된 시간에 식사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민원을 제기하기도 해 중간에서 난처할 때가 있다"라고 했다.
최근 한 관공서 구내식당에선 이와 관련해 식권을 구매하는 곳에 직원 이용시간과 일반인 이용시간을 따로 표기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