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는 계속되고, 업체는 하자보수 외면하고... ‘시민 홍반장’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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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는 계속되고, 업체는 하자보수 외면하고... ‘시민 홍반장’이 필요해!
  • 금희
  • 승인 2024.09.24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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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알못의 슬기로운 주거생활기]
(1) 당신의 집은 안전한가요?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법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어 어처구니 없는 피해를 당하고 당혹해한다. 더 큰 문제는 서민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일상의 생활에서 업체의 '횡포'를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연립주택 누수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희 작가를 통해 그 실상을 4회 연재(매주)를 통해 전달한다. 기록을 통해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함이다. 2015년 『계간 예술가』에 등단한 금희 작가는 시집 《미안하다 산세베리아》, 《고양이시금치라고 불러》 가 있으며 인천시인협회, 인천작가회의, 새얼문학에서 활동 중이다.

 

천정에서 물이 새는 연립주택 104호

 

한 치 앞을 모른다. 안개가 끼지 않고 맑은 날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것은 매일 사소하다고 느낀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그 일상의 중심에 의식주가 있다. 일상이 무너지는 일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필자에게 닥친 이번 재난도 예측불허였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집에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여름에 있었던 일은 필자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소시민이자 생활인으로서 올여름 일상에 균열이 가고 피폐해졌던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 기록이 누구에겐가 일상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누수 탐지와 공사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뜨거운 여름날의 기록이다.

 

사건 발생

7월 17일, 아래층(104호)로부터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다고 알려왔다. A누수탐지업체는 수도계량기를 열었다가 닫아보고는 204호(필자의 집)의 상수도 배관이 누수의 원인이라고 했다. 믿을 만한 곳에 공사를 맡겨야 한다는 말에 지인의 소개로 B누수업체의 견적을 받고 A누수탐지업체와 견적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공사비 차이가 4배 이상 났지만 지인이 믿고 맡겼던 곳이라 하여 B누수탐지업체에 누수탐지 및 공사를 맡겼다. 지인의 소개도 있었지만 공사 후 3년 약정 하자보수 책임배상보험에 들어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과 최고의 누수전문업체라는 말을 신뢰했다.

공사는 7월 19일부터 7월 21일까지(일요일 제외) 총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공사가 끝나자마자 아래층 104호 맞은편 103호에서도 천장으로 물이 새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문제는 B누수업체 대표가 공사 시작과 함께 중국으로 휴가를 갔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된 누수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집 수도계량기를 잠글 때만 아래층에서 누수가 멈추는 걸 여러 차례 확인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수도계량기를 잠그고 집을 비우기로 했다. 이후로도 B누수업체 대표에 공사 이후 누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문자와 카톡으로 전달했으나 누수탐지를 한 것이 맞는지, 하수관에서 누수가 난 것이 맞다면 근거 자료(사진이나 동영상)를 보내 달라는 말에도 답이 없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B누수업체는 의뢰인(필자)이 누수탐지에 대해 지식이 없고 직장일로 바빠 공사를 지켜보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누수탐지를 하지 않고 공사를 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최첨단 탐지기기 인줄 알았던 열해상카메라로 누수 범위만을 확인한 뒤 누수의 원인을 하수관 노후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공사를 진행했던 것이다.

 

누수는 계속되고

살다 보면 별의별 상상도 못 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이것도 결국에는 다 지나간다고 지혜롭게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경험으로 치부하고 희극으로도 볼 수 있으나 어디 자기 앞에 닥친 일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기가 쉬운가?

103호와 104호의 누수는 이후로 계속되었다. 8월 5일에야 B누수탐지업체는 공사 이후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채로 하자보수를 해줄 수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이후 일상은 폭염과 함께 회오리바람처럼 정신없이 몰아쳤다.

여러 날 물을 쓸 수 없어 병든 노모는 동생네 집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고 나는 수도계량기를 잠그고 일터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일상이 돌이킬 수 없이 피폐해졌다.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실망을 넘어 이웃의 불편을 지켜보는 일과 그로 인해 이웃과의 불편한 감정들이 오가는 후폭풍을 감내해야 했다.

처음에는 미추홀구청 민원실과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 전화를 걸고 찾아가 상담을 하면서 일을 해결하고야 말겠노라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다 곧 지독한 감기로 (코로나인 줄 알았다.) 거의 두 달여를 헤매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고단했다. 시간이 흐르니 사건 경위도 혼란스럽고 희미해졌다. 기록해 두지 않았다면 뒤죽박죽이 되었을 일들이 쌓여 갔다. 본업을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들이 녹록치 않았다.

그래, 잘못된 일을 참고 묻어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이다. 멈추지 않기로 했다. 옳지 못한 의도로 피해를 준 사람이라면 적어도 다시는 같은 일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나? 원하는 결과에 닿지 않더라도 구부러진 일을 밝히는 일에 포기하지 않고 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글을 쓰기로 한 첫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 의뢰인이 누수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점을 노린 공사업체의 횡포에 대해 미리 알았더라며 피할 수 있었다고 알리고 싶었다.

둘째, 누수로 인한 문제는 의외로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노후 건물이 늘어나고 있으며 새 건축물일 경우에도 누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결코 남의 일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셋째, 아무도 개개인의 재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 단위로 상하수도업체를 관리하는 관련 부서가 있으나 등록 사업체가 아닌 경우 부실공사와 부적격 업체를 적발하여 단속하거나 관리가 쉽지 않다.

넷째, 그러므로 우리에게 ‘시민 홍반장’이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이다. 노령인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는데 누수뿐만 아니라 주거 관련하여 사고가 생겼을 경우 공사 및 업체 선정과 견적 및 계약에 대한 절차를 안내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기관의 협력과 사회적인 연대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검붉은 누수
검붉은 누수

 

홍반장이 필요해

우리나라는 건설업 관련 전문가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부실시공과 부적격업체에 대한 엄벌과 관리도 필요하지만 각 분야의 노하우와 전문적인 기술을 축적한 사업체를 알리고 소개하는 일도 필요하다. 1차 공사를 했던 B누수업체는 업체 주소가 소속된 서구, 중구, 미추홀구 어디에도 상하수도 관련 업체로 등록이 되어있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 건설업 관련 사업체에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 상하수도 누수전문업체가 아니라 사업자등록만 되어있는 사업자였다. 노후된 건물의 누수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노후된 관 일부분을 교체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연이어 누수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배관은 상수도의 냉수와 온수 배관과 하수 배관 그리고 보일러와 방수 상태, 거기에 벽의 균열을 통한 외부 유입으로 인한 누수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어디에서 누수가 나는지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전문인력과 전문업체가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전문성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감독기관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은 사람이다. 내가 깃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집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집은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식처다. 건물이 아무리 현대적이고 휘황찬란하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면 그곳은 집이 아니라 그냥 건축물일 뿐이다.

의식주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생존권이 아닌가? 법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의식주에 대해서는 그 권리가 보호받고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집에 누수가 났다. 이웃으로 물이 새고 있다. 공사를 한 업체가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 다음편 예고- 법알못의 슬기로운 주거생활 2 :계약서를 쓰기 전에 당신이 할 일

 

검붉은 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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