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의 안타까움... 기초문화재단의 가시적 성과, 지자체가 받아 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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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광역 단위의 인천문화재단과 부평구, 서구, 연수구, 중구, 남동구에 기초문화재단이 있다. 문화재단의 설립 근거는 ‘지역문화진흥법’이다.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이를 기반으로 문화국가를 실현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설립 시기는 다르지만 각 기초문화재단들은 지역의 문화 자원과 인구 특성 등을 파악하고, 주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 콘텐츠 및 사업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인천중구문화재단의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 개항장 문화지구>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지역문화진흥원상 3개(우수기관상, 우수인력상, 우수프로그램상)를 받는 '거사'를 이뤘다. 그러나 의외로 지자체에서도,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과 분석을 찾아볼 수 없다.
‘구석구석 문화배달’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추진한 공모사업이다.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혹은 그 주간에 다양한 문화 향유 활동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공모 결과 광역단위로는 제주,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충남, 충북, 울산이 선정됐고, 기초단위로는 서울 종로, 인천 중구, 경기 파주, 제주가 선정됐다. 전국의 수많은 기초단위들 중 네 곳이 선정됐고, 그 중 인천 중구가 포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개항장 문화지구’ 사업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총 6억의 사업비 중 3억을 국비로 지원받고 나머지 3억은 해당 지자체에서 마련하게 되는 1:1 매칭구조로 이루어지는 사업으로 인천 중구 차원에서의 예산 지원도 필수조건이었다.
기초문화재단이 큰 규모의 프로젝트형 공모사업을 어떻게 기획하고 진행시켰는지와 관련해,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 개항장 문화지구> 사업 담당자이자, 우수인력상 수상자인 인천중구문화재단 지역문화팀 이태민 대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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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공모 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이태민 : 문화체육관광부를 필두로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 정책은 문화기본권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이제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관,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죠.
‘구석구석 문화배달’ 공모 사업 공지를 보고, 중구의 개항장 문화지구를 떠올렸습니다. 역사적 의미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공간인데, 조금 더 현대적이고 현재적인 의미로 재구성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접근성입니다. 개항장 문화지구 내에서 문화유산과 예술적 경험을 쉬운 프로그램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 인천중구문화재단이 만든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태민 : 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매년 많은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다만 어떤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있게 다가오는지, 어떤 요소를 필요로 하는지, 재단이 기획 사업을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지에 대한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공연, 축제, 전시, 교육을 전반적으로 다 포괄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고요. 총 예산이 6억이었는데 기초문화재단 사업비로는 큰 금액입니다. 덕분에 예산에 매이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채워 넣을 수 있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 개항장 문화지구>는 휴식, 역사, 자유, 다양성이라는 콘셉트를 기본으로 기획했습니다. 크게 세 종류의 카테고리로 나눠지는데 각각 [제물포 문화클럽], [개항장 문화놀이터], [문화개항 네트워크]입니다.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추구하는 방향도 내용도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 각각의 카테고리를 하나씩 소개해 주세요.
이태민 : [제물포 문화클럽]은 개항장 문화지구 내 다양한 실내외 공간을 활용하여 역사·인문·예술을 체험형 문화 활동으로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눠지는데요. 먼저 ‘Hello 개항장’은 1800년대 제물포 개항장의 역사를 바탕으로 직접 개항기 인물이 되어 게임과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입니다. 개항장 살인사건 추리하기, 조선 최고의 상회사 만들기 두 가지 코스로 기획해 전자는 가족 단위 참여 프로그램으로, 후자는 학교·학급 단위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습니다.

‘제물포 금요문화학당’은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성인 대상 인문학 콘서트입니다. 역사 커뮤니케이터 최태성 씨, 음악평론가 김영대 씨, 민음사 마케터 조아란 씨, 영화음악가 마상우 씨 등을 연사로 섭외했습니다. 전문성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분들의 강의를 인천에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물포 토요문화학당’은 다양한 예술 장르 활동을 체험하는 가족 단위 대상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팝업북 만들기, 악기를 만들어 음악 연주하기, 미로찾기 놀이 등 아이들이 흥미 있어할 만한 요소를 기본으로 부모님도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호응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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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카테고리로 [개항장 문화놀이터]가 있습니다. 이는 공연, 전시, 체험을 결합한 축제입니다. 6월 ‘휴식이 있는 날’에는 어쿠스틱 축제, 8월 ‘역사가 있는 날’에는 거리극 축제, 9월 ‘자유가 있는 날’에는 비보잉부터 퓨전국악, 페이스 페인팅, 도서관 행사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축제, 10월 ‘다양함이 있는 날’에는 서커스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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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카테고리는 [문화개항 네트워크]입니다. 개항장 문화지구는 역사적 의미 뿐만 아니라 현재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 예술인, 문화기획자, 상인들의 상호작용으로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문화지구 정체성 확립 및 브랜드 구축을 위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기록하고 발굴하며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개항발굴단’은 이름으로 건축물과 사람, 스토리, 미래유산 등을 취재해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개항커뮤니티’는 개항장 문화지구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포럼 방식으로 그 결과물을 정리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 개항장 문화지구>사업의 마무리 격인 결과 발표회도 주민 참여형으로 진행했습니다. ‘오늘, 그리고 미래의 개항장’이라는 체험 전시회였는데요. 각각의 사업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와 매칭시켜 이미지로 만들었고, 참가자들이 스트링 아트, 드로잉, 모래성 만들기 등으로 전시장을 직접 꾸미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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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의 참여로 시작되고, 참여로 마무리되는 행사였네요. 이번에 문체부 장관상과 지역문화진흥원상을 수상했는데, 이 성과를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까요?
이태민 : 인천 중구가 가지고 있는 전시관, 공연장, 건축물 등 시설이 있어서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개항장 문화지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겠죠. 다만 이를 역사 유물로만 보지 않고, 현재에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이 곳에서 문화예술을 기획하는 분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한 것이 이번 사업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의 시선에서 접근하는 기획인 것 같아요.
행사 자체가 너무 방대해서 컨텐츠 하나하나를 더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공모 사업이다보니 한달 반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총 85회 운영, 총 34,728명의 참가라는 성과가 남았고요. 인천 중구와 재단의 사업을 알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 남은 과제고요.
안타까운 점은 올해에는 작년에 이어 이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단발성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이름의 사업을 하더라도 매년 보강되고 성장하면서 더 커지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요. 지난 해와는 전혀 다른 신규사업을 매년 하는 것이 쉽지는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장기적인 발전 방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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