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하천 조사와 굴포천 복원 운동(끝)
2. 20여년 만에 끝난 주한미군의 토양오염 사건 _ 문학산 미군기지터 유류오염 정화 활동
3. 한 세기의 그림자를 헤적이며 _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대응 활동
4. 그날, 바다는 울부짖었다 _ 인천앞바다 바다모래 채취 반대 운동
5. 지금은 토양오염을 우려할 때 _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와 토양오염 대응 활동
6. 억새밭의 바람길을 더 이상 막지 마라 _ 굴업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7. 탈석탄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다 _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및 조기 폐쇄 운동
8. 갯벌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_ 강화갯벌 매립 대응 활동과 강화·조력발전 저지 운동
9. 계속되는 알락꼬리마도요의 비행 _ 영종갯벌 매립대응 활동
10. 저어새와 함께한 그 여름의 동행 _ 저어새 보전활동과 송도갯벌 매립대응 활동
11. 백두대간의 끝에서 생명의 권리를 외치다 _ 한남정맥 보전활동
12. 쓰레기 제로! 한낮의 꿈일 수는 없으니 _ 수도권매립지 대응 활동
13. 배가 다니지 못하는 운하, 이제는 친수공간으로 _ 경인운하 건설 저지 운동
14. 독도를 지킨 강치, 백령도를 지키는 점박이물범 _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
15. 생태하천을 향한 끝없는 구애 _ 굴포천 조사와 하천복원 운동(끝)
오래된 노력
인천배달환경은 출범과 함께 해양오염, 수질오염, 그리고 하천오염을 감시하는 감시단을 만들었다. 1993년이었다. 그 후 감시단은 폐수 방류나 수질 오염 등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승기천 살리기, ‘물고기가 사는 장수천 만들기’ 등 지역 사회와 함께 감시와 정화 활동을 동시에 펼쳐 나갔다.
2001년에는 『인천하천 생태사진집-하천은 살아있다』란 책을 발간하면서 생태하천 홍보를 위해 학교나 지하철역 등지에서 하천사진 전시회도 열었다. 매년 3월 22일인 ‘세계 물의 날’은 인천녹색연합이 챙기는 기념일 중 하나였다. 이렇듯 인천녹색연합이 생태하천을 만들기 위해 벌여온 노력은 연원이 꽤 깊다. 물론, 이러한 활동은 하천 인근의 군부대나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면서 추진되었다. 지역 사회에서도 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이나 민관공동의 하천살리기추진단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던 시기였다.
생태하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던 무렵에 인천녹색연합은 ‘인천 하천 생태계조사’를 시작했다. 2005년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사업이었다. 굴포천을 비롯해 나진포천, 승기천, 장수천 등 인천지역의 10개 하천에서 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는 후에 『인천하천 생물도감』이란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인천 하천 생태계조사’에 이어 일종의 연장사업으로 추진한 것이 2006년에 시행한 굴포천 등 주요하천의 복개현황과 이용실태에 관한 조사였다. 8개월에 걸쳐 복개하천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단국대학교 조명래 교수팀과 함께 한 작업이었다. 이 조사는 인천녹색연합이 굴포천에 대한 활동 원칙을 정하는 데 기초 자료를 제공해줬다. 굴포천 복개구간 복원의 필요성을 공론화 시키는 데에도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무렵 인천지역의 복개하천은 오염과 건천화가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 수 있는 통계자료는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자연형 하천복원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면서도 정작 실태는 파악되지 못했던 것이다. 인천녹색연합은 8개월 동안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복개 하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이용실태를 하나씩 파악해 갔다. 조사 지역은 굴포천, 세월천, 산곡천, 동수천, 목수천, 청천천, 계산천, 장수천, 승기천, 공촌천, 검단천, 나진포천, 학익천, 용현천과 심곡천 수계 가정천 2개, 만수천 수계 만수천 지류 2개를 대상으로 하였다. 그 결과는 복개하천실태조사보고서로 발간됐다.
조사를 끝낸 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몇 가지로 추려보았다. 그중 하나가 ‘굴포천 복원 중장기계획’ 수립이었다. 굴포천 상류의 주거지역은 재개발지역이었고, 부평미군기지도 반환이 예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인천녹색연합이 발간한 복개하천실태조사보고서는 이후 지역사회에서 굴포천을 중심으로 한 하천복원 논의를 조금씩 이끌어 냈다.
2008년이 되자 인천시는 하천마스터플랜을 작성해 하천복원을 하천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굴포천 지류는 계속 복개되어 갔다. 산곡천 역시 2009년에 약 200m가 복개됐다. 악취 등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는데, 산곡천은 부평미군기지 옆을 흐르는 하천이었고, 2006년 조사 당시 가장 먼저 복원이 필요한 하천으로 제시된 곳이었다.
굴포천의 국가하천 지정과 복원공사의 시작
이후에도 하천 복원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2015년 ‘2015 하천탐사단’이 꾸려졌다. 가톨릭환경연대, 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 인천녹색연합, 시사인천, 인천in이 함께 하는 활동이었다. 한 해 동안 인천지역 하천의 열린구간과 닫힌구간을 직접 걸으며 현장을 확인하고 하천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탐사였다. 굴포천 본류를 비롯해 지류인 산곡천, 구산천, 동수천, 청천천, 세월천, 목수천, 계산천, 삼정천, 여월천, 심곡천 등 11곳을 대상으로 하였다. 탐사 결과는 매회 지역언론에 보도되었다. 하천 복원 문제를 다시 한 번 지역사회에 제기할 수 있던 기회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2월 27일, 국토교통부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를 열고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7년에 지정, 고시되면서 굴포천은 국가하천이 됐다. 이 해에 부평구는 ‘굴포천 생태하천복원사업 기본계획’도 수립됐다. 국가하천 지정은 반길 일이지만, 또 다른 우려를 낳을 수도 있었다. 국가하천이 됨으로써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변 지역 개발이 가능해졌고, 지자체가 국가에 역할을 떠넘기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시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는 안 됐다.
‘굴포천 생태하천복원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인 2018년 목수천이 복개됐다. ‘하천복원’을 하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이 무색하게 됐다. 목수천은 천마산과 중구봉 사이에서 발원해 계양구 효성동과 작전동, 부평구 삼산동을 지나 굴포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이다. 대부분의 구간은 복개된 상태였고, 상류의 계곡부, 경인고속도로 부근 약 240m, 굴포천 합류지점 약 500m가 열려 있었다. 복개하는 이유는 역시 악취로 인한 민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6월 11일,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착공식’이 열리며 굴포천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현재 진행되는 복원공사는 굴포천 본류의 복개 구간 중 모다아울렛 앞에서 부평구청까지 1.2㎞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인천녹색연합은 2013년부터 청소년들의 하천생태교육 모임인 ‘또랑’을 구성해 활동해 왔다. 하천 일대에서 생물, 수질 등을 조사하는 모임이다. 2013년~2014년에는 공촌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2015년부터는 굴포천에서 활동 중이다. 벌써 10여 년을 이어 왔다. 이제 굴포천이 복원되면 또랑의 활동 장소 또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또랑이 해 온 활동은 수질모니터링과 함께 굴포천에 터를 잡고 살아 온 생명들의 기록이다. 하지만, 굴포천의 상류는 여전히 복개되어 있다. 굴포천의 물은 사실상 날마다 펌프를 이용해 끌어올리는 한강물이다. 굴포천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서 굴포천으로 흘러드는 지류의 수질 개선과 복원이 과제로 남았다.
하천은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처이다. 시민들에겐 휴식처이고,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 역할도 한다. 인천녹색연합은 콘크리트에 묻혀 사라진 하천에 끝없는 구애의 손길을 보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 시민들의 하천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또랑은 달마다 굴포천에 나가고, 인천녹색연합은 여전히 복개천 위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