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천문으로... 강화에 새역사 쓰는 천문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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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천문으로... 강화에 새역사 쓰는 천문과학관
  • 김시언
  • 승인 2024.04.30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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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이야기]
(41) 5월 개관하는 강화천문과학관
강화천문과학관

 

5월 1일에 개관하는 강화천문과학관

무심히 밤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생각지 않게 별이 총총하다.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고 제각각 경험에 비추어 여러 생각이 날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날 수도 있고,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서시’, 알퐁스 도테의 ‘별’이 생각날 수도 있다. 저 별들은 어디에 있을까? 별은 여러 장르에서 숱하게 우주 이야기를 해 왔고, 수많은 이야기를 품어 왔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저 별은, 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강화에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파헤치고 더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별을 보면서 우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 하늘의 별이 더이상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이 할 수 있는 곳. 그곳은 강화천문과학관이다. 5월 1일에 개관한다.

천문학에 문외한인 필자는 영화 <인터스텔라> 덕분에 우주가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2014년에 개봉됐으니 벌써 10년이나 흘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영상으로 훌륭하게 만든 이 영화는 개봉 당시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강화천문과학관은 옛 강후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강후초등학교는 일제강점기인 1945년 6월에 문을 열고, 2000년에 학생 수가 적어 문을 닫았다. 그 뒤로 심은미술관으로 사용되다가, 2021년에 강화군이 강화천문과학관으로 만들기 위해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2021년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폐교 시설을 사들여 천문과학관으로 만들 계획을 본격화한 것.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구조안전진단 평가에 따라 노후화 시설 일부를 철거하고 건물 리모델링과 신축공사를 진행했다.

 

빛 공해가 비교적 적은 강화

“고모, 하늘이 새카만 도화지 같아요.”

이십여 년 전, 필자의 조카가 여섯 살일 때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한복판에서 말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정말 온통 검정뿐이었다. 도시에 인공조명 너무 많아서 하늘이 새카맣게 보인 것. 그 말을 듣고 도시 한복판에 빛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했다. 도시에서는 별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처럼 요즘은 한밤중에도 대낮같이 밝은 곳이 너무 많다. 오랫동안 자연적으로 밝은 곳은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백야와 극야 정도다.

도시와 달리, 강화는 빛 공해가 비교적 적다. 도시 불빛이 아주 적어서 망원경을 쓰지 않아도 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각종 망원경을 들고 강화로 모여들곤 한다.

천체관측에 있어서 빛 공해는 심각한 방해물이다. 인공 빛이 하늘에 넓게 퍼져 별빛을 가리기 때문이다. 빛 공해는 도시에서 은하수 관측과 별 등 천체 관측은 대부분 육안으로 하기 어렵다. 때문에 성운이나 은하를 관측하려면 대도시에서 적어도 수십㎞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관측한다.

강화군은 강화의 지역적 환경을 이용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천문 우주 과학 교육을 활성화하고, 야간 관광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사업비 100억을 투자해 천문과학관을 세웠다. 강화천문과학관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닫는다. 예약은 필수.

 

강화천문과학관 주관측실
강화천문과학관 주관측실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을 관측할 수 있어

강화천문과학관은 고성능 망원경을 갖춘 천체관측실과 가상의 우주를 탐험할 수 있는 투영관, 교육실, 체험존으로 구성돼 있다. 야외 정원과 카페도 잘 돼 있다. 옥상에 있는 천체관측실은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로 이루어져 있다. 주관측실은 RC25인치(500㎜) 반사 굴절 망원경이 설치돼 있고, 보조관측실은 네 개의 망원경이 있다. 슬라이딩 돔이 열리고 이 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투영관(플라네타륨)은 인기가 좋다. 의자에 앉아 버튼을 누르면 누운 자세가 되고, 반구형 천장에 펼쳐진 우주 풍경을 볼 수 있다. 지름 8미터 반구형 천장에 우주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천체투영관은 천체의 모습을 마치 지상에서 보는 것처럼 반구형의 스크린에 보여주는 ‘천체투영기’이다. 과학관 별지기 선생님이 별자리를 보면서 하늘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강화천문과학관 보조관측실
강화천문과학관 보조관측실

 

상설 전시실은 체험존, 실감존, 천문관 전시실로 돼 있다. 체험존(Experience Room)은 별자리와 관련된 자료와 정보, 영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천문의 역사와 정보를 알 수 있다.

실감존(Immersive Digital Gallery)은 이머시브 프로젝션맵핑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에게 가상 세계의 깊은 몰입감을 준다. 이머시브(immersive)는 ‘몰두하다’는 뜻으로, 최근 예술계 트렌드로 잡은 몰입형 전시 유형이다. 벽면에 전시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소리, 입체적인 형태 등 관람객에게 다양한 감각들이 서로 작용하며 마치 우주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곳은 마치 우주 공간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천문관 전시실(Astronomy Room)은 열두 개 별자리가 표시돼 있다. 국제천문연맹이 공인한 현대 별자리 목록 88개 중, 황도 12궁으로 나눴을 경우 해당하는 별자리다. 여기서는 어린이들이 별자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괜찮다.

교육실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진다. 천문학을 전공한 별지기 선생님과 우주와 별자리를 이야기하는 즐거움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강화천문과학관 측은 계절에 알맞춤한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강화에 생기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말에 걸맞게 강화는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참으로 많은 곳이다. 고려 때는 몽골의 침입을 피해 39년 동안 수도 역할을 했고, 근현대에 들어서는 신미양요, 병자호란 등의 수난을 최전방에서 겪었다. 역사 이야기와 더불어 강화는 이제 ‘강화천문과학관’은 우주를 관측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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