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진다네' - 고인돌 앞에서 듣는 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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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진다네' - 고인돌 앞에서 듣는 별 노래
  • 고진현
  • 승인 2024.05.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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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따라 음악따라]
(8)별 내리는 강화 지석묘 - BGM ‘별이 진다네’(여행스케치)

 

이번 글에서는 강화도 고인돌을 소개하고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추천한다.

강화에서 발견된 고인돌만 157기라고 한다. 어린 시절 현장학습으로 강화도 고인돌을 탐방하러 왔었다. “두 발 달린 돌덩이!”라고 외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53톤에 달하는 무거운 돌을 지지하고 있는게 신기하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이라는데 그 세월이 까마득하다. 고작 몸뚱이 하나 지탱하고 사는 것도 힘든데 몇천 년을 버티고 있다니. 괜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게 아닌 것 같다.

 

 

 

강화도에 살면 받는 질문이 몇 있다. “별이 잘 보이는 곳을 알려주세요”

1초의 고민도 없이 “고인돌이요”라고 대답한다. 필자도 3년 전 강화도에 놀러 왔을 때 현지인 친구의 안내를 받아 고인돌에 별을 보러 왔었다. 탁 트인 하늘과 넓은 공터. 밤 11시가 되면 고인돌을 비추고 있던 조명도 암전된다. 약간 서늘한 공기와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운이 좋으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이 펼쳐진다. 친구들과 돗자릴 깔고 누워 수놓은 별을 한참 마주한다. 실제로 고인돌 뒤로 별똥별이 떨어지곤 한다. 짧은 봄이 끝나고 여름으로 건너가는 계절이다. 얇은 외투 하나 걸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좋은 날씨이다.

 

 

135억 년 거리에 있는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에는 135억 년이 걸리며, 지금 우리가 올려다보고 있는 별은 135년 전의 모습이다. 거리에 따라서 별의 나이도 달라지지만, 반짝이는 저 별들이 모두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과거의 모습이다.

노래 가사처럼 젊었던 시절, 사랑했던 사람, 빛나던 꿈들. 아름다웠던 우리의 모든 옛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영영 사라진 것만 같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에 지나온 모든 순간이 담겨있을 것이다. 별을 바라보는 건 우리의 옛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별을 보면 마음에 그리움이 일렁이고 옛일이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빛이 나는건 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모든 시절일지도 모른다.

135억 년 전의 별과, 수천 년의 세월을 보낸 고인돌과, 빛났던 우리의 지난날.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매 순간 함께 반짝이며 밤하늘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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