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After] 이행숙 서구병 조직위원장 "그래도 인천, 그래도 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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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After] 이행숙 서구병 조직위원장 "그래도 인천, 그래도 검단"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5.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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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신인 이행숙, 아쉬웠지만 희망 확인한 첫 본선
당 향한 쓴소리 "세 번의 총선 패배, 반면교사 삼아야"
성장 가능성 큰 검단서 보수 정치 뿌리 내리겠다

총선 도전 8년만에 첫 본선 무대를 밟은 '중고 신인' 이행숙 국민의힘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지역 주민 평균 연령이 39.73세인 인천 서구병은 국민의힘에 험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 위원장은 "결국 나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다"면서도 "선거 구도상 어려운 선거구에서 4만4,000명 이상의 유권자가 나에게 표를 주셨다.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과 관련된 이야기에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실과 당이 민심을 전혀 읽지 못했다"며 "당에 혁신이 필요하다. 변화가 없다면 국회의원 의석 절반인 수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행숙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이 서구의 한 카페에서 인천i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인천in
지난달 30일 이행숙 국민의힘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이 서구의 한 카페에서 인천in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인천in

 

◇ 아쉬웠던 첫 선거…그래도 희망 봤다

22대 총선을 한 달 열흘 앞둔 2월 말까지만 해도 이행숙 위원장 캠프는 해볼만하다는 분위기였다.

당시만 해도 자체 여론조사 결과 현역 신동근 의원과 3% 차이에 불과했고 상승세도 꾸준했다.

하지만 3월 초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고,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과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지율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행숙 위원장은 "이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대파 논란이 일면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대통령실은 민심을 읽지 못했고, 당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선의 가장 큰 원인은 분명 나에게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총선의 전체 성적을 본다면 당도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이나 주점을 다니며 선거 운동을 할 때도 많은 유권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며 "모든 수도권 후보들이 나와 같았을 것이다. 왜 그런 질타가 나왔는지 우리 당은 지금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선거 분위기가 넘어가다 보니 인물론을 내세운 이 위원장의 선거 전략도 효과가 없었다.

그의 상대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신인 모경종 후보였다.

이 위원장은 "나는 서구에서만 정치를 20년 했다. 누구보다 지역 전문가라고 자부한다"면서도 "정무부시장 시절 완성한 인천 북부권 종합발전계획 실현을 위해 지지를 호소했지만, 분위기가 넘어간 뒤로는 어떤 공약이나 전략도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인천시가 발표한 북부권 종합발전계획은 경인아라뱃길 북쪽 지역인 서구 검단 일대와 계양구 계양1동 지역을 2040년까지 신산업 육성 중심지로 개발하는 사업 계획이 담겼다.

다만 그는 "결국 패배했지만 어려운 선거에서 4만4,720표(39.55%)를 얻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다"며 "당장 2년 뒤 지방선거가 있다. 첫 검단구청장을 국민의힘에서 배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행숙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유세하는 모습. 사진=이행숙 페이스북
이행숙 국민의힘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유세하는 모습. 사진=이행숙 페이스북

 

◇ 8년만의 첫 본선, 최근 세 번의 총선 '반면교사' 삼아야

이행숙 위원장은 이번이 첫 총선이 아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소속으로 비례대표에 출마했지만, 37번을 받아 낙선했다. 당시 비례대표가 전체 47석이었고, 새누리당이 17석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낙선이 예상된 순번이었다.

그런데 여기엔 일화가 하나 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서구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난데없이 당시 연수구 현역이었던 황우여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전략공천으로 날아들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결국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황 비대위원장 지지를 선언했다. 이때 황 위원장 선거를 돕는 과정에서 왼손 검지를 다쳤는데,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한 마디를 절단해야 했다.

이 위원장 절단면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도 왼손 검지에 골무를 끼운다.

4년 뒤 21대 총선에선 더 뼈아픈 경험을 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낙선한 뒤 지역을 돌보지 않고 서구를 떠났다.

2018년 서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장은 꾸준히 지역 활동을 하며 지지기반을 다졌으나, 지역 연고가 없는 박종진 전 기자가 전략공천을 받았다.

당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배수진을 쳤다. 이후 선거운동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선거 1주일을 앞두고 박종진 전 기자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박종진 전 기자 역시 낙선 이후 지역을 떠났고,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서구을에 다시 박 전 기자를 단수공천했다.

이 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선 민주당에 제1당을, 지난 총선엔선 180석을 내줬다"며 "당의 공천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선까지 여당과 야당을 오가며 최근 세 번의 총선을 모두 패했다"며 "당시의 일을 다시 문제 삼겠다는 게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당의 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행숙 국민의힘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모습. 사진=이행숙 페이스북
이행숙 국민의힘 인천 서구병 조직위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모습. 사진=이행숙 페이스북

 

◇ 그래도 인천, 그래도 검단

이 위원장은 선거 이후 한동안 무리했던 몸을 추스리고 최근 지역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봉사활동과 각종 모임에 참여하고, 인천시와의 당정협의회에서 지역을 대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서구병(옛 서구을)은 21대 총선 이후 당협위원장이 공석이었다"며 "당원 명단에 이제는 쓰지 않는 011·018 전화번호가 있고, 사망자도 그대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너진 조직을 다시 일으키고 당원을 모집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정당 활동"이라면서도 "내 임무는 2년 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일이다. 좋은 후보를 내 당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참고로 나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 당협위원장이 돼 선거를 지휘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에게는 앞으로의 경제활동도 큰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다.

그는 2004년 설립한 한국미래정책연구원을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 취임 직전인 2022년 6월까지 운영했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에서 행정학 강의를 했다.

이 위원장은 "함께 했던 캠프 사람들이 선거 기획사를 내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SNS·숏폼 선거운동에 노하우가 있다"며 "착실히 운영하면 지방선거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다시 강단에 서기 위해 교수 자리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거 기간 기억에 남는 1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검단초 6학년 학생 A군을 지목했다.

선거운동 기간 유세차 앞에서 율동을 따라하던 A군이 하루는 친구들과 함께 민원을 들고 이 위원장 선거사무소를 찾아왔다. 학교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위원장은 "A군은 자신의 졸업과 관계 없이 후배들을 위해 잔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며 "기특하고 대견했다. 마치 검단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A군 민원을 접한 뒤 지역구 시의원에게 내용을 전달했고, 현재 인천시교육청과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도 검단에서 정치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국민의힘에게 검단은 정치적 험지일 수 있으나, 발전 가능성을 보면 그렇게 치부할 수 없는 지역"이라며 "지역 발전엔 보수, 진보가 따로 없다. 우리 역시 지역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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