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독립운동가' 우현 고유섭(1905~1944)의 서거 80주년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22일 인천시 중구 용동 큰우물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우현 고유섭은 조선인으로서 최초로 경성제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일제 강점기 치열하게 한국의 문화를 지키며, 한국적 미학과 예술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추모제는 오후 3시 우현의 생가터였던 중구 용동 큰우물 광장에서 개최됐다. 추모 묵념으로 시작하여 우현 고유섭의 약력 소개, 추모사, 추모 공연 등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우현민간단체' 주최로 비가 오는 중임에도 고인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100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추모제가 진행된 큰우물광장 맞은 편에는 우현문 갤러리가 위치해있다.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2주간 우현 고유섭 80주기 추모예술제를 진행한다. 1층은 우현 고유섭에게 영향을 받은 3인의 초대작가 특별전, 2층은 사진 기획전, 3층은 미술 초대전으로 총 3관으로 구성된다.
1층 특별전은 <우현 고유섭으로부터...>를 주제로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낸 석남 이경성 선생, 일현 강찬균(전 서울대 미대교수) 작가, 고정수 작가가 우현의 업적을 기리며 작품을 선보였다.
세 작가 모두 인천 출신으로 판화지에 그린 농묵의 수묵화를 전시한 석남 이경성 선생은 우현과 같은 창영초등학교를 다녔다. 해방 이후 인천시립박물관장, 국립현대미술관장, 워커힐미술관장을 역임한 미술인으로 미술이론가이자 미술행정가이다.
강찬균 작가 역시 창영초등학교, 인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상징물 ‘샤’와 ‘보신각 새종’을 조각했다.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조형 감각으로 전통의 맥을 이어온 한국공예 1세대 금속공예가이자 전통의 단절과 기술 쇠퇴로 위축되어가는 금속공예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교육자이다.
인천시립박물관에 우현 고유섭 동상을 제작 설치한 고정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 고유섭 상을 포함해 풍요로운 여체 조각과 곰을 의인화한 조형물을 선보였다.
2층은 한국시각예술문화연구소에서 기획한 “다큐에 미학을 입다 : 감성 다큐! 추억 소환”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렸다. 사라져가는 인천의 모습을 주제로 26명의 사진 작가가 참했다.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인천역, 답동성당, 홍예문 등의 풍경이 담겨져있어 격변하는 흐름 속에 추억을 되새기는 전시다.
3층은 인천시 문화상을 수상한 작가 초대전으로 총 1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수묵담채부터 서예, 조각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추모제에 앞서 '순례길학교' 주최로 '인천 최초의 인문학적인길' 우현길 15㎞ 걷기행사도 열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용동큰우물에서 고유섭을 추모하며 능허대공원까지 우현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 우현 성장길, 미술관 가는 길, 애상의 청춘길로 명명된 길을 걸었다.
오후 5시부터는 '우현미학연구소' 주최로 동인천 북카페 '개항도시'에서 '우현미학연구소 창립기념 학술제'가 열렸다. '고유섭 평전'의 저자 이원규 작가와 우현미학연구소 연구자 등 5명이 발제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우현민간단체' 김선학 대표는 "우현 고유섭의 생가터에인 용동큰우물과 우현문갤러리를 중심으로 일제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싸워 한민족의 얼을 지켜내신 우현 고유섭 선생의 민족 문화독립운동의 가치를 인천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발로하여 재조명하고 다채롭고 의미있는 행사가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