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 인도의 맛, 동인천 '아라베스크' - 30종류의 카레, ‘팔라펠’과 ‘치킨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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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 인도의 맛, 동인천 '아라베스크' - 30종류의 카레, ‘팔라펠’과 ‘치킨티카’
  • 유영필
  • 승인 2024.10.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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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21) 동인천 '아라베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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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18회부터 인천의 외국 전문요리점을 찾아 연재합니다.

 

['아라베스크' 출입구에 붙여진 안내판(온갖 향신료)
'아라베스크' 출입구에 붙여진 안내판(온갖 향신료)

 

만수동에서 택시를 타고 동인천으로 향하였다. 

오랜만에 가는 동인천이기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고 오늘은 어떤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나를 들뜨게 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아라베스크라는 음식점을 찾아가는데 택시 기사분께서 네비가 알려주는 곳은 여기라고 하셔서 내렸는데 도무지 간판이 보이질 않았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가게를 찾아서 아래 윗길을 거닐다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친구에게 전화로 물어봤다.

잠시 후 친구가 와서 알려주었는데 피자헛 건물 2층에 있었다. 그런데 출입구가 어이가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조그마한 종이에 이곳이 아라베스크라고 쓰여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주는 것이 없었다.

우리 둘은 계단을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가니 깔끔하고 시원한 실내 장식의 식당이 나타났다.

우리를 맞이해주시는 아주머니는 모로코분이라고 했는데 의외로 한국말을 잘해서 깜짝 놀랐다.

 

아랍을 느끼게 한 실내 장식

 

후덕한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아 아직 안 온 친구를 기다리면서 필자는 속으로 “여기 찾으려면 고생 좀 할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당황할 친구 얼굴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그런데 잠시 후 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친구 얼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네이버가 잘 알려 주더군” 하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리에 앉은 친구를 보니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아랍인이 창안한 장식 무늬를 뜻하는 아라베스크라서인지 이곳의 실내 장식은 독특했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연상케 했다.

이곳은 아랍 음식뿐만 아니라 인도 음식도 한다고 해서 필자는 “이게 가능한 조합일까?”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사실 필자는 카레를 너무도 좋아해서 기대감이 무지 상승했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카레의 종류가 엄청 많았다. 오뚜기 카레 매운맛 순한 맛만 알던 필자로서는 당황스러웠다.

메뉴판에 있는 종류만 하더라도 대략 30가지 정도였다.

 

엄청난 종류의 커리
엄청난 종류의 커리

 

그리고 필자는 한 가지 더 놀란 일이 있었는데 아랍 음식이 뭔지는 모르지만, 메뉴판 보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술을 안 판다는 것이다.

같이 온 친구 중 한 명은 술을 좋아하는데 약간은 실망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술 없이 그 친구하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일 거 같았다.

잠시 후 친구가 음식을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먼저 ‘렌틸 수프’와 ‘아라비안 샐러드’를 주문했고 그 후 카레 종류로 ‘치킨 빈달루’와 ‘새우 팔락’을 주문했고 같이 먹을 난도 주문했다. 난도 평범한 맛의 ‘플레인 난’과 마늘 향이 가미된 ‘갈릭 난’을 주문했다. 그 외에도 ‘팔라펠’, ‘치킨티카’, ‘양꼬치구이’, 음료수로 ‘라씨’와 ‘아이란’을 주문했다.

 

렌틸 스프(lentil soup)
렌틸 스프(lentil soup)
아라비안 샐러드
아라비안 샐러드

 

첫 번째로 나온는 렌틸 콩을 이용해서 수프를 만든 것인데, 그 맛은 탁자 위에 있는 향신료 사진을 보고 혹시 이상한 맛은 아닐까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콩의 고소함만 느껴질 뿐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같이 나온 아라비안 샐러드는 아몬드, 양상추 등의 채소가 잘게 잘려 나왔는데 처음 맛보는 향이 나의 손을 주저하게 했다.

그래도 이게 무슨 향일까 하는 호기심에 계속 먹어봤으나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아랍의 향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좌)치킨 빈달루 커리, (우)새우 팔락 커리
(좌)치킨 빈달루 커리, (우)새우 팔락 커리
(우)갈릭 난, (좌)플레인 난
(우)갈릭 난, (좌)플레인 난

 

고기나 생선을 넣어 아주 매콤하게 만든 인도 요리를 뜻하는 빈달루(vindaloo)는 닭고기를 넣어 만든 치킨 빈달루 커리(카레), 양고기를 넣으면 양고기 빈달루 커리등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커리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주문한 치킨 빈달루 커리의 맛은 닭볶음탕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메뉴판에는 아주 매운 맛으로 표기되어있으나 매운맛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먹기 좋은 매운맛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맛의 플레인(plain) 난을 빈달루 커리에 찍어 먹으니 내가 어느덧 인도사람이 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서 보던 모습이 그려졌다. 도란도란 앉아서 손으로 밀가루 빵(난)을 찢어서 커리에 찍어 먹는 모습이 생각났다.

새우 팔락 커리는 시금치와 수제 치즈로 만든 커리에 새우를 넣은 것인데 필자의 입맛에는 딱 맞는 맛이었다.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져 난과 함께 먹으니 입안이 깔끔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팔락이라는 말이 재미있기도 해서 찾아보았더니 튀르키에어(터키어)로는 잎을 의미하고 우즈베크어는 덩굴 등의 뜻이 있는 거로 봐서 아마도 푸른 채소를 의미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팔라펠
팔라펠
치킨 티카
치킨 티카

 

난과 커리를 먹어 갈 때쯤 병아리콩과 양파를 넣고 으깨어 섞은 뒤 페티를 만들어 튀겨낸 음식인 팔라펠(falafel)이 나왔다.

식감은 딱딱한 과자를 먹는 느낌이었는데 일단 씹으면 고소함이 입안을 감싸는 맛이었다. 아주 맛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음식도 있네” 하는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같이 나온 치킨 티카(tikka)는 순살 치킨에 갖은양념을 하여 화덕에서 구워낸 요리로서 향신료의 향도 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숯불 닭꼬치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퍽퍽할 줄 알았던 겉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운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랍 음식을 먹으면서 양고기를 안 먹으면 후회할 거 같아 양고기 꼬치를 추가 주문했다.

 

(좌)다양한 음식의 메뉴, (우)술 없는 음료 메뉴
(좌)다양한 음식의 메뉴, (우)술 없는 음료 메뉴
양꼬치구이
양꼬치구이

 

잠시 후 나온 양꼬치구이는 필자가 알던 맛하고는 비슷했으나 양고기를 남아있던 커리에 찍어 먹으니 색다른 양고기 맛을 느끼게 되었다. 한 접시에 나온 감자튀김과 샐러드도 훌륭했다.

술 대신 음료수로 라씨(lassi)와 에이란(ayran)을 주문했다.

두 가지 다 요구르트 음료인데 터키 전통 음료인 에이란이 조금 더 단 맛이었다.

요구르트 음료로 마무리를 하고 나니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의 잔상이 입안에서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좌)망고 에이란, (우)라씨

 

필자는 별 상관없었지만, 사람에 따라 향신료에 민감하신 분들은 호불호(好不好)가 있을 듯했다.

아랍을 느끼게 하는 실내 장식과 우리를 맞이해주는 모로코 아주머니 그리고 조금은 색다른 음식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를 느끼게 해주었다.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베두인족이 밤에 모닥불을 피운 후 양고기를 굽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별빛이 쏟아지는 광활한 사막에 혼자 남겨진 나를 상상해 보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 이곳 아라베스크에서 새로운 맛과 분위기의 세계를 경험하면 조금은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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