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단체가 반도체 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간이 손상된 3학년 고등학생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강한노동세상'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 노동인권단체들은 11일 인천 모 반도체 제조업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를 규탄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A(22)씨는 2020년 10월 고등학교 3학년 실습생으로 이곳에 입사해 반도체 칩에 전자 기판을 부착하는 칩 어태치(Chip Attach) 공정에서 일했다.
A씨는 입사 1년 2개월 만인 2021년 12월 구토와 황달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간염을 동반한 독성 간 질환을 진단받았다.
간 이식 수술까지 받은 A씨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태다.
노동인권단체는 "A씨는 코를 찌르는 아세톤 냄새가 진동하는 세정실에서 부품을 세척하면서도 보호 장비로 마스크와 비닐장갑만 착용하고 작업했다"며 "A씨는 위험한 업무 환경에 노출돼 간이 녹아내리는 산업재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5월에 퇴사한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와 질병 간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8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A씨 아버지는 "아들은 간이 손상된 이후 아직도 억울함과 우울감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아들의 질병은 근로 환경과 직결된 것으로 회사 측은 산재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업체 측은 A씨 질환은 업무 환경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업체는 입장문을 통해 "A씨가 접촉한 세척 물질은 물이라는 사실이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로 확인됐다"며 "A씨가 근무한 환경에서 간 질환을 유발하는 인자가 대부분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이 됐어도 검출한계 미만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20년 넘게 동일한 공정이 운영됐으나 A씨와 동일하거나 유사 질환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며 "우리는 이후에도 직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