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인 박희원씨 연구 위해 '가보' 내놓아
"한국 국립생물자원관에 한국산 토종호랑이 표본이 없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가보이지만 한국 어린이와 연구자들을 위해 내놓기로 했습니다."박희원(62·사진) 일본 나가노현 고생물학박물관장은 인천시 서구 경서동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산과 일본산 호랑이는 보통 150kg으로, 먹이사슬이 적어 덩치가 작지만 행동방경이 넓어 아주 용맹했다고 한다.
한국산 토종호랑이 박제 표본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 보관되고 있다.
과거 남한에서 포획한 호랑이 표본 하나가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으나, 이는 덩치가 커 토종호랑이라기보다는 벵골산 또는 시베리아산 호랑이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5년생 암컷인 이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 아종보다 덩치는 작지만 선명한 줄무늬와 둥근 얼굴이 한국산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특히 손을 대면 아플 정도로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등 사육하다 폐사한 게 아니라 야생에서 포획된 특징을 갖추고 있다.
재일 조선인 2세인 박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나가노현에 우리 말·글과 역사를 가르칠 학교를 만들기 위해 땅과 자금을 희사했다.
"1975년 북한 당국이 당시 총련 한덕수 의장을 통해 이 호랑이 박제를 보내왔습니다. 일반인에겐 처음 주는 큰 선물이었죠."
조선대 정치경제학부를 마치고 도쿄에서 큰 식당체인을 운영하는 박씨는 요즘 매머드와 공룡 등의 화석을 채집하는 일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시베리아에서 거의 온전한 어린 매머드 화석을 발굴한 공로로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표본을 이용해 한국 호랑이의 형태와 유전적 특징을 밝히고 장기적으로 한국산 호랑이 복원의 기초자료로 삼을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