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족자나 액자를 만들어서 거는 불화(佛畵)의 유형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탱화를 그리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존하는 탱화는 13세기경 고려 작품이 국내에 5점 정도 전하고, 일본에 80여 점, 구미 지역에도 상당수 전하고 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삼국시대에 이미 불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석굴암 조각의 팔부신장상·사천왕상 등의 구도가 현재의 팔부신장도와 거의 같은 점 등으로 보아 오늘날 불화의 시원은 이미 삼국시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불화의 화폭에 각 존상을 배치하는 배열이나 여백의 이용 방법 등이 다르고, 기법에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라 하겠다.
고려 불화의 경우에는 여러 존상을 같이 배열할 경우 주존을 돋보이게 상방으로 우뚝 솟게 배열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불화에서는 보살상이나 불제자상이 주존을 둘러싸 배열하고 있는 등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불교가 여러 보살 신앙을 발전, 전개시킨 데에서 연유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귀족 불교에서 대중 불교로 전개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기법이나 예술적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고려시대 탱화가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 탱화가 귀족적 취향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조선시대 탱화는 민중적 취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탱화의 소재는 다양하나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신앙의 양상에 의하여 그 전개 양상도 달라진다. 우리나라 탱화의 소재와 전개, 분화 양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불교를 절대적인 경지에서 보면 형상도 형체도 없는 것이므로 그를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부득이 그를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가상의 위에서 표현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흔히 부처를 법신불·보신불·화신불의 삼신불로 나누고 있다. 이중 화신불은 진실한 불신인 법신과 보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즉, 이는 가상의 불신으로 석가모니를 일러 화신불이라 하며, 이에 근거를 두고 부처의 모습 등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가상에는 반드시 처음과 마지막이 있다. 이 때문에 가상불인 석가는 결국 입멸(入滅)하고 법신불멸의 설법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설법 내용은 다시 가상의 문자에 의해 경전으로 만들어졌다.
법신불멸 법신상주의 부처가 회화상에도 나타나게 된다. 그중 보다 일찍이 이룩된 것으로 흔히 아사세왕의 신하 우사의 <여래본행지도>를 손꼽게 된다. 석가의 일생을 8상으로 나눈 것으로 일명 석가팔상도라고도 한다.
팔상이란 도솔래의상·비람강생상·사문유관상·유성출가상·설산수도상·수하항마상·녹원전법상·쌍림열반상을 가리킨다. 명칭상으로는 경론에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 강도솔·탁태·강탄·출가·항마·성도·설법·열반의 내용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팔상도에 의하면 석가의 일생은 천(天)·인(人)·불(佛)의 세 가지 모습에 의하여 성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중 석가모니의 불상은 성도상·설법상·열반상이다. 보통 석가의 설법 내용을 경전상으로 볼 때 <화엄경>·<아함경>·<방등경 >·<반야경>·<법화경>·<열반경>으로 그 순서를 구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전 내용을 팔상에 의해서 보면 <화엄경>·<법화경>·<열반경>은 석가의 생애로 현현되고 있는 것이다. 즉, <화엄경>은 성도의 불심을, <법화경>은 전법륜을, <열반경>은 입열반의 불심을 각각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찰 전래의 탱화도 이와 같은 석가팔상의 생애 중 뒤의 세 가지가 <화엄경>·<법화경>의 내용을 도설화한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우리 나라 탱화는 후불탱화가 중심이 되고 이 후불탱화에서 다시 분화되어 다양한 각종 탱화로 전개, 발전되고 있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이와 같은 후불탱화의 내용이 주로 <화엄경>과 <법화경>에 연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엄경>은 석가성도의 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진리의 세계는 한없이 깊은 광명에 의하여 비추어지고 규명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세계를 연화장세계라 하고 근본 부처를 비로자나불이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화엄경>의 연화장세계, 즉 석가모니의 성도상이 탱화로 그려지고 있음을 사찰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화엄탱화 또는 화엄변상도라 하고, 화엄전의 주불 뒤에 모셔졌을 때 화엄전 후불탱화라 한다.
<법화경>을 보면 <법화경>은 8상 중 전법륜상에 해당한다. 이를 일러 영산회상도라 한다. 영산이란 영축산의 준말로, 석가의 <법화경> 설법 장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나 더 넓은 의미로 영산 회상은 일정한 장소에 구애됨이 없는 석가의 설법 모임을 지칭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찰의 후불탱화는 이와 같은 석가설법의 광경을 도설화한 것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화엄탱화에서 자내증의 선우인 보살과 천선중은 다시 그 기능이 독립되어 신중탱화로 분화된다. 신중단 의식에서 화엄신중이라 함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즉, <화엄경>에서 말하는 적멸도량에서 정각을 이룸과 동시에 일체의 도량에서 정각을 이룬 무수한 보살과 금강역사 등 33중이 있다.
이들 제성중은 인도 당시 토속신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대승 불교가 발전함에 있어, 또는 지역을 달리하면서 수호신은 더욱 첨가되고 분화되어 제법선신중으로서의 신중 신앙을 낳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신앙에 의거하여 신중탱화가 발생하였다.
<법화경>의 도설은 영산 법회의 광경을 도설화한 것이다. <법화경>의 서품에서 그 근거를 살필 수 있다. 즉,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보좌에 앉아 보살들과 십대제자를 앞에 두고 설법을 하며 호법선신인 사대천왕이나 팔부신장이 도량을 호위하고 천선녀가 그 광경을 찬탄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산회상도의 호법선신중 또한 신중탱화로 분화되는 과정도 살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신중단을 화엄신중이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영산 회상에 근거한 신중탱화의 유행은 고려하지 않음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관음탱화는 <법화경> 유통분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그 근거를 살필 수 있다. 이 밖에 여러 후불탱화도 대체적으로 영산회상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어떤 신중을 중심으로 신중탱화를 구성하느냐 하는 문제가 일보 진전하여 신중 각자가 지닌 원래적인 신의 독립적인 기능을 더욱 중시하게 된다. 그래서 신중탱화의 이차적인 분화를 가져오게 된다. 예를 들자면 칠성탱화·제석탱화·산신탱화·조왕탱화·시왕탱화가 곧 그것이다.
하단은 대체로 불전의 좌측 벽면에 설치하고 영가의 위패나 사진을 봉안한다. 그리고 그 후면에 탱화를 내거는데, 이를 감로탱화라 한다. 이밖에도 지옥에서 구제될 것을 바라면서 그 방법을 찾고 또한 지옥에서 벗어나 이상향을 찾는 신앙을 나타낸 극락구품도도 간과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탱화는 우리 나라 불교 신앙의 대상과 그 신앙 내용을 도설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탱화의 내용은 곧 우리 나라 불교 신앙의 내용과 형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불교 신앙의 형태는 매우 다양한 것이서 탱화 내용 또한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나타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에서 하나의 질서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 탱화의 하나하나가 만다라일 수 있다. 또한 모든 탱화를 하나의 만다라 구조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구조적 성격을 파악하지 않고는 개개의 탱화 내용을 규명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개합과 만다라적인 원리를 밀교의 교합 체계에 의하여 찾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엄의 체계에서 찾아야 한다. 화엄의 원리 또한 밀교처럼 다양한 신앙 요소를 총섭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