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김명남 / 시인
“국가의 이익을 거시적으로 볼 때 우리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86년 10월 14일 신민당 유성환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의 中
당연하고 상식적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기본으로 마음에 품어야 할 통일염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기회만 되면 우리는 목청껏 노래 부른다. 아니, 노래만 부른다. 그 노래에 걸맞게 의식전환은 보이지 않는다. 의식이 꽁꽁 묶여있던 5공 시절, 이 발언으로 유성환 의원은 면책특권도 무시된 채 가택연금과 9개월 동안 수감되었다.
통일시대에 초점을 맞춰 국가정책을 수립해야 할 지금도 대한민국 국시는 여전히 반공이다. 아니 엄연히 헌법이 있는 법치국가에 국시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움일진대 그나마 있다는 게 반공이라니! 물론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을 주적으로 삼은 것과 서로 맞물려서 탄생한 개념이겠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그 반공이라는 괴물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활개를 펴니 우리 역사는 언제쯤 제자리를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싶다. 진정 국민을 위한 국시가 있다면 행복, 평등과 같은 개념이 온 국민의 가슴 속에 흘러야 하지 않을까! 설마 그런 나라가 있을까 하겠지만 정말 있다. 우리 지구에는.
걸인이 없고 전 국토가 금연인 국가,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정 철학으로 설정하고 건강, 교육, 시간 활용, 문화 다양성, 좋은 거버넌스 등 9개 영역에 따른 72개 세부지표로 수량화하여 그동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개인적인 것을 공적인 사회관계로 끌어올린 국가, 환경보전과 지역문화 보호를 위해 1년 외국관광객을 6,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가, 영국 레스터대학의 심리학자인 에드리언 화이트 교수가 발표한 세계행복지도에서 조사대상 178개국 중 8위를 차지한 국가. 미국 23위, 일본 90위, 한국 102위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행복한 국민인 것이다. 지구상에는 이런 국가, 아니 이렇게 행복한 국민도 있는 것이다. ‘부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일성만세
김수영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김수영 시인 40주기에 발굴 소개된 이 시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당신은 종북주의자, 빨갱이인가? 라는 병적인 물음 앞에 놓여 있다. 종북임을 ‘커밍아웃’하라고 협박하는 사회 분위기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사람들 마음 속에 공포를 심는다는 것이다. 그 공포를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고 국민을 감시하고 검열하고 통제하면서 국민의 행복을 빼앗는다. 통일이 안 되었기에, 분단된 조국이기에 생기는 국민행복 약탈 행위인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된 마음마저 뒷걸음쳤다. 미국이나 프랑스 사람들을 가리킬 때 미국 국민, 프랑스 국민이라고 하면서도 북한 국민을 북한 국민이라 부르지 않고 북한 주민이라 부른다. 작년 12월 광명성 3호 발사 후 어느 TV 뉴스에서는 발사에 든 비용이 북한 주민이 옥수수를 몇 년간 먹을 수 있는 비용이라고 했다. 참 어이없게도 쌀이 아니라 옥수수란다. 그들은 옥수수만 먹어야 하나.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통일은 멀었다.
외국 언론에서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한국에서 홍수예방 등을 이유로 대운하 전단계인 강의 물길을 막는 보 건설 등 4대강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4대강은 이미 홍수 대책이 잘 마련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홍수는 4대강이 아닌 하천, 계곡, 산간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입게 될 생태계 파괴, 식수원 포기 등은 앞으로 한국이 떠안게 될 크나큰 사회적 부담으로 남을 것입니다.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사업비 22조원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큰 쟁점인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무상의료 등을 시행한다면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 복지국가로 한 걸음 더 진입할 것이며 보다 행복한 사회로 거듭날 것입니다” 라고 보도한다면 우리 위정자들의 얼굴색은 어떻게 변할까?
통일은 참 쉽다
윤동재
통일은 참 쉽다
남쪽 북쪽 철조망
둘둘 말아올리면 되지
통일은 참 쉽다
남쪽 북쪽 산물
주고받으면 되지
통일은 참 쉽다
남쪽 북쪽 우리 겨레
왔다갔다 하면 되지
통일은 참 쉽다
이렇게 쉬운 통일
어른들은 왜 안 하나 왜 못하나
그렇다. 어쩌면 통일은 참 쉽다. 남과 북이 주고받고 왔다 갔다 하는 것, 서로 으르렁대지 말고 인정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통일로 가는 길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분단된 조국에 살고 있는 것도 불행한데 거기에 툭 하면 좌파니 빨갱이니 하면서 국민들을 협박하고 공포 속에 몰아넣는, 힘 있고 가진 자들의 입을 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통일이 절실하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부탄’처럼 국민행복이 목표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진정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