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게' 3월을 보낸 초등 1학년생들을 만나다
학생들은 학년이 오를 때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 선생님, 새 친구를 비롯해 새로운 환경은 버겁기만 하다. 신입생들은 3월 한 달을 어떻게 보냈을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신입생’이라는 이름표로 지낸 사람들의 3월이 궁금했다. 가장 제약없이(?) 만날 수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넷을 서구 가좌2동 푸른샘도서관에서 만났다. 허승민(가좌초), 류선종, 양현진, 이도경(셋은 가정초). 입학한 지 한 달 된 신입생들이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낮 2시가 되어서 ‘힘들다’면서 나타났다. 그러고는 순서없이 말을 쏟아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서 달라진 거 많아요!
“급식이요. 오늘은 떡갈비 나왔는데 무지 맛이 없었어요. 학교에서 나오는 건 다 맛없어요.”
“학교가요, 너무 재미없어요. 좋은 것도 있어요. 쉬는 시간에 놀 수 있어서 좋아요. 도서관도 가고 맘껏 놀아요.”
“도서관이 있어요. 유치원 때는 책 보는 ‘책방’만 있었는데, 초등학교는 맘대로 보고 빌릴 수도 있어요. 우리가 찍 하고 찍고 빌려요.”
“책상이 작아요. 유치원 때는 책상이 누울 정도로 컸어요. 모둠별로 뭐 할 때도 좋았어요. 근데 초등학교 책상은 너무 좁아요. 옆에 짝도 있고, 의자 옆으로 다리가 빠져요.”
“국어, 수학이 싫어요. 너무 쉬워서 짜증나요. 유치원에서 다 배운 걸 또 배워요.”
“맨날 피곤해요. 일찍 일어나니까 날마다 피곤해요. 시간 돼서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고, 엄마 출근할 때 일어났다가 다시 자고, 피곤해요. 어떤 때는 잠이 안 와서 새벽 두시에 잠들어서 일곱시에 일어나요. 게임을 많이 해서 악몽도 꾸고, 잠이 안 와요.”
“맨날 혼나요. 지각할까 봐 걱정도 돼요. 지각하면 운동장 30바퀴 돈다고 했는데. 애들이 늦잠을 자서 늦거든요. 그러면 또 ‘머리 손 머리’해요.”
-하고 싶은 말 해도 돼요!
“노는 날이 많으면 좋겠어요. 맨날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생일… 그러면 선물도 받고 학교도 안 가잖아요.”
“학교 선생님이 친절한 것 같은데 소리도 많이 질러요. 무서울 때가 많아요. 애들만 혼나고 나는 혼나지 않을 때는 좋아요.”
“이빨이 흔들려서 손을 입으로 가져가요. 흔들리는 애들이 많아요.”
-재미있는 일도 있어요!
“영화 보면서 밥 먹어요. 급식실이 없어서 교실에서 밥 먹으면서 영화 많이 봐요. <아바타>, <전래동화>, <검정 고무신> 다 봤어요.”
“학교에서 밥 먹고 오니까 엄마가 편하데요. 근데 유치원 때도 밥이 맛없더니 지금도 맛없어요. 엄마가 만든 닭갈비가 맛있어요.”
“우리 엄마는 음식을 못해서, 저는 학교 밥도 맛없고 집에서도 맛없어요.”
“학교에서는 돈가스 나올 때 소스를 너무 조금 줘서 맛없어요.”
-이 다음에요!
“저는 경찰, 검사, 검찰 이 가운데서 하나 될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 합기도에서 훈련 열심히 해요.”
“경찰관 될 거예요. 하고 싶으면 되는 거죠.”
“저는 축구선수, 화가 할 거예요. 저도 합기도 하면서 맨날 연습하고, 그림도 많이 그려요.”
“발명가, 축구선수 될 거예요. 뭐든지 자주 만들고, 축구도 자주 해요.”
‘점잖게’ 인터뷰를 하기에는 힘든 ‘우리의 이웃’들이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기에는 버거운 초등학교 1학년들.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리를 많이도 바꾼다. 친구가 할 말을 가로채기도 하고, 공감 가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친구가 하는 말이 지나치다 싶으면 ‘뻥이지!’라며 끼어들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힘든 점도 많지만, 유치원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수선한’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학교에 안 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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