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클라리넷앙상블, 인천시민의 공연문화발전에 힘써
“악기 다룰 줄 아세요?” 혹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악기를 떠올릴 수 있을까.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생각했다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질문에 서슴지 않고 ‘클라리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에 만나 연습하는 이들이 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좋아서’ ‘하고 싶어서’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는 이들이 있다. ‘미추홀앙상블클라리넷’ 동호회. 이들은 1년에 한 번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병원 학교 교회 등 자신들을 초대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간다. 아직까지는 공연료를 받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이라서 토요일 오후를 시간 내 연습하는 이들을 찾아가봤다.
남구 승기사거리에 있는 ‘정석 색소폰 클라리넷학원’, 층층대를 오르는데 연주 소리가 들린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이들은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재능기부하고 있다는 이 학원 원장인 김정석씨(50)가 지도를 하고, 열명 남짓한 단원들은 자신의 악보를 보며 지휘자를 보며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었다. “하나 둘… 시작!” “짧게, 짧게! 더 짧게!” “따리라라… 다시 할게요, 시작!”
‘미추홀클라리넷앙상블’은 3년 전에 생겼다.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5층 문화홀에서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다달이 ‘찾아가는 음악회’는 수시로 열린다. 동호회 회원들은 직업도 다양하고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클라리넷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만들었다. b플렛 클라리넷 4개의 파트와 서로 다른 음역대의 앨토, 베이스 클라리넷이 어우러진 앙상블팀으로, 클라리넷 단일악기로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순수음악단체다. 2011년 1월에 처음 모여 시작됐고, 현재 사회복지시설 및 병원 타 지역출제 연주회, 인천신세계백화점 문화홀 연주 등 클래식부터 팝 가요 등 다양한 연주를 한다. 이들은 사랑과 봉사, 인천 시민의 공연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단원은 모두 13명이다. 음악학원 원장인 김정석씨는 “모두 취미로 한다. 좋아서, 열정이 있어서 바쁜 토요일에 좀 일찍 만나 연습한다. 그러고 나서 집안 대소사를 챙긴다”며 “악보도 못 보는 상태로 왔다가 이제는 연주하는 분을 보면 보람차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군 군악대장을 지냈고 25년 동안 군인이었다. 현재는 미추홀클라리넷앙상블 지휘를 맡고 있다.
조장진 단장(42)은 “안산이나 안양에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인천 경기 시흥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만큼 인천에 문화면에서 부족하다”면서 “우리는 원장님과 저, 몇 분이서 창단했다. 인터넷에 동호회 단원 모집도 수시로 하고 있다. 또 어떤 분은 이 학원에서 레슨 받으면서 합류하기도 한다. 좋은 데가 있으면 가서 연주한다. 우리 구성원은 20대에서 50대로 다양하다. 대부분 직장인이고, 전업주부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힘든 점은 무엇일까. 조 단장은 “원장님은 재능기부하는 건데 힘든 점이 많다. 처음에는 잘 몰라도 열심히 열정을 갖고 하는 분들이 있다. 아예 모르면 처음부터 낄 수 없고, 전혀 몰라도 함께 할 수 없다. 기본이 있어야 연습하기도 쉽고, 본인도 즐겁게 연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같이 가자!’가 우리 생각이다. 잘 몰라도 열심히 하면 따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천에서 배우러 온다는 이재경씨는 “우리 모임은 대단하다. 누가 희생하지 않으면 이렇게 함께 갈 수 없을 것이다. 인천에서 유일하고, 부천에서는 이러한 조직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인천시에 등록해서 예산을 따면 좋을 것 같다. 회비를 걷어서 운영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도 있다. 병원, 학교, 교회 등 연주회를 가는 것도 다 무료다. 이 모든 게 좋아서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연습할 장소가 있어 좋다”며 모임에 들길 잘했다고 했다.
조 단장은 “다른 데서 레슨 받고 오는 분들도 있다. 솔직히 인천에서 음악활동 하는 건 쉽지 않다. 문화쪽이 낙후됐다. 음대도 없잖은가. 단원 모집할 때도 음악을 전공하는 분이 별로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 단원의 열정은 아무도 따라오지 못한다. 토요일 오후에 연습하면 번거롭게 힘들 텐데 다 온다. 우선 비중을 여기에다 두고, 집안행사 등 집안일을 그 이후로 미룬다”며 집안일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왜 하필 클라리넷일까. 그 까닭을 물었다. 김 원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클라리넷은 음역대가 다양하다.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고, 사람이 내는 목소리와 비슷하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왔던 모차르트 622번은 얼마나 듣기 좋은가.” “봉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섭외가 들어오면 간다. 클라리넷은 레퍼토리가 참 다양하다. 트로트, 새미클래식, 영화 음악 등 다양하게 연주할 수 있다.”
미루고 미루던 악기가 ‘클라리넷’이라면 어떻게 단원이 될 수 있을까. 조 단장은 “‘미추홀클라리넷 앙상블’ 단원은 일년 내내 모집한다. 음악에 기본적인 소질이 잇거나 클라리넷 악기연주에 관심이 있으면 된다. 연습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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