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을 오르면 살이 빠지고 잔근육이 발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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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을 오르면 살이 빠지고 잔근육이 발달한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7.12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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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암벽등반', 문학경기장 인공암벽장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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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 버텨!” “그렇지, 그렇게!” “나이스, 나이스!” “차분하게, 할 수 있어, 할 있어!” 밤 아홉시가 다 돼가는데 문학경기장 안에는 때아닌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인공암벽장을 오르는  동료들을 응원하는 소리다. 퇴근후 만나 벽을 오르는 이들은 ‘인천암벽등반’ 회원들. 30~40명이 모여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인공벽을 오르고 내린다. 장마철이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 않은 7월 10일, 이들을 찾아가봤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줄을 풀어주고, 인공벽에 올라간 사람은 ‘거미처럼’ 퀵도르를 잡고 홀드를 밟고 벽을 탄다. 뒷주머니에 있는 ‘초크’를 연신 손에 묻혀가며 미끄러지는 걸 막는다. 벽을 오르는 사람이 위로 오를수록 아래에서 보는 사람 고개가 꺾인다. 이들은 다음 카페 ‘인천암벽등반’에서 모임공지를 보고, 여름에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문학경기장에서 모이고, 겨울에는 송도 암장에서 모인다. 주말에는 북한산 인수봉을 비롯한 자연암장을 오른다.

모임을 꾸리고 있는 안충근씨(52)는 확실히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우리는 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몸무게만큼 배낭을 지고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리를 잘하고, 다 말랐다. 몸이 무거우면 기하학적으로 더 힘들다. 그만큼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개 4~5년, 10년 넘게 탄 사람이 많다. 1,2년 된 사람들은 왼쪽 좀더 쉬운 코스부터 탄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니고 싶어 시작했다는 안씨는 30년 넘은 ‘고수’다. “나는 암벽훈련을 따로 받지 않고 인수봉에서 시작했다. 요즘은 실내암벽장이 많아 그곳에서 연습하고 오는 분들도 있다.” 그는 ‘인천암벽등반’ 동호회를 꾸리는 주인장이기도 한다. “우리 회원은 8백명이 넘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분은 30~40명 정도다. 직장인들이라 저녁만 시간이 돼서 밤에 만난다. 문학경기장에는 라이트가 켜 있으니까 밤에도 할 수 있다.”

그는 문학경기장이 있어 다행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고 했다. “문학경기장 인공암벽장은 10년쯤 돼갈 거다. 하지만 관리인이 없어 너무 위험하다. 작년까지는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암벽장만 세워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소모품은 계속 갈아줘야 하기 때문에 관리인이 꼭 있어야 한다. 등반하면서 매달리는 ‘퀵도르’는 금세 마모된다. 지금 저기 걸려있는 것 가운데에는 반 이상 닳은 게 많다. 벽에 붙어있는 ‘홀드’도 1년에 20%는 바꿔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마 문학경기장 시설관리공단에는 이 벽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암벽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렇게 방치하는 게 아닌가. 가까운 서울을 예로 들면, 구별로 인공암장이 하나씩 있다. 거기에는 관리인이 두 명씩 상주해서 관리한다.”

“전국적으로 스포츠클라임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인천은 전혀 운영이 안 되니까 다른 지역에 비해 사람이 안 오는 거다. 관리가 잘 되면 홀드도, 문제도 다양해지니까 재미가 있다. 안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여기는 술 먹은 사람이 밤늦게 와서 위험하게 올라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하루빨리 관리인이 나타나 안전하게 벽을 탈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부분에 대해 문학경기장 시설팀 담당자는 "작년에 비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체전 준비 공사 중이라 손을 댈 수가 없다. 10월 전국체전이 끝나면 관리인이 다시 투입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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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초보자가 시작할 때 무엇이 필요한가 물었다. “실내암장에서 연습하고 올 수도 있고, 직접 와서 배울 수도 있다. 기본 장비를 갖추고 오면, 아는 사람들이 서로 알려준다. 겨울에는 인공암장에서 시작을 많이 하지만, 여름에는 야외로 오기도 한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 다르다”면서 “등반시스템을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교육 받으면 더 좋을 게 없다. 어설프게 배우면 불안한 점이 많다. 남들이 보기에는 위험한 스포츠지만 아주 안전하다. 손에 땀이 나니까 ‘홀드’를 잘 잡기 위해서 초크를 묻힌다”며 기본적으로 공포심을 갖고 하는 운동이라 집중해서 벽을 타니까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운동하는 사람들 몸매가 단단하다. 안씨는 “‘배고픈 운동’이다. 먹고는 할 수 없다. 간식도 아주 조금 먹는다. 이 운동은 다른 운동에 비해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살찌면 할 수 없는 운동이고, 다이어트 하려는 사람한테도 좋다. 하다 보면 집중력이 강해져서, 한 번 빠지면 마약처럼 헤어나오기 힘들다.(웃음) 난이도에 따라 실력이 올라갈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성취감이 좋다”며 “실력이 느는 게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면 자연스레 집중력이 좋아지고 공포심을 이겨낼 수 있다. 초등학생부터 정년퇴임한 분까지 다 한다. 나이에 상관없다. 특히 여성분들한테 잘 맞는다. 몸매관리 하는 데 더 좋은 운동이 없을 거다”면서 잔근육이 발달해 불필요한 부분은 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산 인수봉에 가면 어떠냐고 물었다. “여기서 연습을 하면 기술과 힘이 많이 길러진다. 실제로 산에 가면 어려운 코스도 여유있게 넘어갈 수 있다. 이 운동은 기술이 참 다양하다. 자세도 여러 가지다. 연습을 많이 하면 난이도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여러 자세가 나온다. 인공암장에서도 철저하게 배우면 실제로 바위산에 가서도 재미있게 바위를 오를 수 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여성도 많았다. 그 가운데 송옥도씨는 “근력운동이 되니까 좋다. 몸이 튼튼해지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순이씨도 “감기에 걸리지 않아 약값이 들지 않는다”고 거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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