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국가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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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국가의 부
  • 이승배
  • 승인 2013.08.2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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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24)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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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국가의 부
  • 이승배(인천교육연구소)
국가의 부는 노동력의 질에 의해 결정되며 각국은 부유해지거나 부유함을 유지하기 위해 더 잘 교육받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 요즘 유행이다. 다시 말해 모든 국가는 숙련되고 교육받은 인력이 필요하며,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은 유연하지 못한 경제 때문에 실업자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직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자격증이 필요 없는 직종은 임시직이 되고 중간관리자의 기능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마치 “블랙박스”처럼 그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외부사람들은 모른다는 비판이 있다.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학생들의 학력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사들의 안이함에 대해 교육계 내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될 수는 없으므로 외부에서 학교를 평가하여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점점 더 유행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보고 그 결과를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하여 각 학교가 교실이라는 “블랙박스”속에서 무엇을 성취했는가를 증명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 “고용주들에게 종업원들의 영어와 수학 기술보다 정보기술(IT), 개인적 동기,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능력, 경영기술을 더 중요하다.”는 말도 유행한다. 교육에서 이러한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하여 토론수업도 시키고 프로젝트형 수행평가도 실시하고 논술능력도 키워 주고 있다. 만약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종업원들의 능력을 키워 주려면 위와 같은 탐색적이고 교과 통합적이고 개방적인 교육과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협소화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궁극적으로 국제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한 종업원들의 능력향상과 모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애플의 다음과 같은 말은 시사점을 준다.

“가장 중요한 교육적, 교육과정적, 평가적 활동은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교사와 1대 1로 상호작용하는 것에 맞추어 설계되어진다. 교사가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효율성은 증가되고 훈육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 사회에서 자본의 지속적인 축적을 위해 필요한 상품화관점에서 수동적인 개인이 미리 정해진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문해력, 수리력의 향상보다는 IT능력,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능력 등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교육도 또한 그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각 개인을 수동적인 상품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문해력, 수리력 평가를 중심으로 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한다.

일본의 기업은 암묵적 지식이 미래사회를 대비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노나카라는 사람은 명시적 지식(객관적 자료 형태로 나타나는 단어와 숫자들)과 암묵적 지식(의식수준의 아래 존재하는 기술과 믿음)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다. 일본의 기업은 단어와 숫자들로 표현되는 지식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안다. 그들은 지식이 일차적으로 암묵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암묵적이라는 것은 쉽게 표현하거나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암묵적 지식은 타인과 쉽게 의사소통하거나 공유할 수 없는 고도로 개인적이면서 공식화하기 어려운 지식인 것이다. 주관적인 통찰, 직관, 육감이 이런 종류의 지식인 것이다. 형식적인 교육은 실패하지만 협동적인 학습은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암묵적 지식이 활성화되기 때문인 것이다.

교육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정보(학업성취도평가결과)가 실제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요소는 아니다. 많은 고용주들은 IT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 경영능력을 더 중요시한다. 다른 한편 학업성취도평가결과 등의 정보를 활용한 학교선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또한 대개 기업의 중역들이다. 그러면 기업은 왜 이렇게 모순적인 두 길을 동시에 주장하는 것일까?

첫째,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기업중역은 교육이 자녀세대에게 줄 수 있는 그나마 확실한 자산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기업중역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교가 교육이라는 확실한 자산을 자녀들에게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중역들의 아이들이 새 시대가 원하는 IT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 아이들은 사립학교나 학군이 좋은 공립학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열악한 지역의 공립학교교사들이 생활지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기업중역의 자녀들의 학교는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성, 의사소통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이 원하는 것은 IT능력, 의사소통능력, 창의성을 통해 창출되는 혁신이지만, 다른 한편 혁신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할 사람도 필요하다. 학업성취도평가 등으로 교육받은 수동적인 소비자가 이들에게는 더 필요한 것이다. 기업은 5%의 창의인재를 필요할 뿐 나머지 95%는 창의인재가 만든 상품을 잘 소비하는 수동적인 사람인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영미권 국가들이나 한국 둘 다 비록 출발점은 각기 달랐지만 한편으로는 학업성취도평가 등으로 교육과정을 협소화하면서, 다른 한편 “꿈과 끼가 있는 창의인재 육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와 수능시험이 전자라면, 수시전형, 논술, 입학사정관제, 성취평가제 등이 후자일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창의인재가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열린 교육시스템을 구축하여 창조경제의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기반 확충”, “생애주기별 문화향유 지원체계 구축, 문화소외계층의 문화향유 권리 보장, 문화다양성 증진 등 문화예술 진흥 기반 확대”를 분석해 볼 때 미래의 교육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지만 소수의 창의인재가 상품을 만들어 내고 대다수가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체제-즉, 소수의 창의인재가 전세계적으로 히트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대기업 중심의 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창의적인 다수의 학생이 스스로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하려면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다수의 기업, 다시 말해, 중소기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곳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 및 교육청이 될 것이다. 지방교육청이 이러한 미래의 교육을 준비할 수 있는 비전과 열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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