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친구는 곧 나, <거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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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친구는 곧 나, <거울보기>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1.27 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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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문화예술회관, 개관 2주년 기념으로 교육연극(TIE) 공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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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는 개관 2주년 기념 행사 중 하나로 청소년 TIE극 <거울보기>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 18일에 시작돼 12월 1일(일)까지 진행된다. 요즘 남동문화예술회관 소래극장에는 수능을 마친 고3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생로 북적인다. 단체관람을 위해 많이 학생들이 찾는다. 
26일 오후, 200여명 이상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TIE극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교육연극 TIE는 Theatre-in-Education의 약자다. 전통적인 ‘연극테크닉’과 ‘현대교육철학’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교육연극의 한 장르다. 전문교육극단이 특정한 교육대상에게 특정한 교육목적을 세워 교육대상을 치밀하게 계획한 대로 공연을 완성시켜 참여하고 체험하게 하면서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관객에게 직접적인 지적, 정서적 영향을 포함하여 학습을 위한 하나의 매개로서 창조된 독특한 산물이며 연극과 교육에 뿌리를 둔다.

TIE가 일반감상용 연극과 비교할 때 확실하게 구분 짓는 것은 특정한 교육 목적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의 의도대로 연극 속에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관객참여’를 들 수 있다. 관객이 참여하는 방법도 그때그때 TIE 프로그램에서 의도한 대로 다양하게 이야기 꾸미기, 극 중 인물과의 대화, 역할놀이, 게임, 노래와 음악, 토론과 분석 등등 앞의 여가 가지 중에 하나나, 하나 이상의 방법으로 극 속에 참여하게 된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소래극장에는 조용필의 ‘친구여’ 노래가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앞자리에 이미 앉아있는 학생도 꽤 많았고, 하나둘 들어서는 학생들이 있었다. 단체예약손님이 이제 막 도착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거울보기>는 20년 전 학교 현장의 이야기지만, 지금과 별 다를 바 없다. 김범수 감독은 “<거울보기>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한다. 계속해서 변하는 입시제도 속에서 맹목적으로 공부만 하는 입시전쟁에 선발대가 돼버린 학생들의 고민과 갈등, 미래에 대한 꿈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1994년으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고 친구의 모습을 통해 거울에 비친 듯한 자아의 모습을 찾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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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꿈을 말한다. 이때 한 친구는 “내 안에 얼마나 견고한 내가 있는지 들여다봐”라고 소신있게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남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 내 꿈을 찾고, 주변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고, 우정도 생각해야 하는 ‘고달픈’ 고2 학생들의 모습이 와닿는다. 고3을 앞둔 이들은 할 일도 많고, 생각해야 할 일도 많다.

친구란 무엇인가. 연극 내내 관객들에게 내던지는 질문이다. “가까이 있는 친구는 거울이다. 거울에 있는 모습을 사심없이 받아들여야 진정한 친구다. 성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 주위에는 있는 거울을 늘 닦고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극 중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주문한다.

연극이 진행되고서 45분쯤 되었을까. 극 중에서 참관수업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곧 극 중 학생들이 확대돼 관객들이 학생이 된다. ‘낱말 맞추기’ 수업. 낱말이 씌어진 큰 종이카드가 관객들에게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된다. 핑크, 하양, 연두 낱말카드를 들고 한 문장을 만드는 수업이다. 10~15개의 낱말카드를 든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가고, 같은 팀인 관객이 문장을 만든다. 팀별로 소란스럽게 낱말을 맞춘다.

‘친구는 서로에 대한 자극을 주고 견제를 해주어야 성장한다.’, ‘우정은 은쟁반과 같다.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난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관객이 직접 참여해 만든 문장이다. 이후에 학생들은 둘씩 짝을 이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발표하는 순서로 연극에 녹아든다. 그런 다음 조용필의 ‘친구여’를 합창한다.

다시 연극이 시작되었다. 장기 결석하던 동일이 돌아오고, 11반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연극의 마지막 순서로 극 중 배우 두 명을 불러내 ‘극 중 배우’에게 질문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고지식과 마세희가 차례대로 무대로 불려나와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다. 마세희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정은 무엇입니까?” 그러고는 직접 답을 한다. “바로 여러분 옆에 있습니다.” 관객이 환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지는 연극은 배우와 관객(학생)이 우정이라는 문제를 함께 풀어냈다. 연극도 보고, 직접 체험하고 극장 문을 나서는 학생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곧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주로 학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학생은 밤 늦게까지 학원에 있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어쩌면 이 학생은 연극에서처럼 소신있게 내 꿈을 찾고, 친구들과 실컷 놀면서 ‘거울’을 늘 닦을 수 있는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중고등학생은 언제쯤 ‘실컷’ 거울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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