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뇌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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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뇌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 이한구
  • 승인 2014.02.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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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이한구 /인천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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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서 좋고 좋은 사람한테 줄 수 있어서 좋은 것이 선물인데, 정치인과 공직자는 다르다. 부담스러운 주제이지만, 명절이 바로 지났기에 있는 그대로 몇 가지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명절 때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곤 했다.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선물이 들어 왔을 때 사후 처리가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덕분에 선물을 누가 보냈는지 시중 가격은 얼마인지 꼼꼼히 검토해야하는 아내는 덩달아 바빠진다. 2010년 추석부터 벌써 여덟 번째다.

대부분 유관기관 및 단체에서 보내는 통상적인 선물인데, 간혹 성명불상이거나 당시 뜨거운 쟁점과 관련된 업체에서 과도한 선물을 보낼 때가 있다.

부당한 처분에 의한 피해를 구제해준데 대한 지인의 감사 표시라고 하더라도 부담스러운데, 행정 감시와 예산 심의 권한이 주어진 지방의회 의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로부터 '뇌물’이 될 수도 있는 ‘선물’을 받는 것은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적 봉사 일꾼임을 자임하는 기본적 양심에도 어긋 날뿐만 아니라, 국민 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에도 위배된다.

생면불식이었던 하수처리시설 업체 임원 개인 명의로 배달된 한우종합셋트를 배송업체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여 급히 돌려준 사례, 역시 생면불식의 IT업체 대표로부터 보내온 과도한 선물을 정중히 되갖고 가게 한 사례뿐만이 아니라, 지인과 관련된 IT업체 임원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지인으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한 사례는 씁쓸한 기억이다.

명절때 선물만이 아니다. 지방의원 특성상 주민, 사업자, 공무원 등 민원인이 다양한데, 지인을 통한 식사 초대에 응해 보면 청탁성 접대 성격일 때도 있다. 그동안 누구와의 만남도 회피하지 않는 대신 식사와 2차 호프 정도까지만 함께하고 금품 수수는 절대 금한다는 당연한 기준을 갖고 노력하는데, 감사의 표시로 추적이 어렵다는 상품권 제공시 수수 의사가 있냐는 혹시나 하는 지인을 통한 확인을 받고나니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사실, 의회 공식일정에 의한 민간업체나 기관 방문에서 두세차례 넥타이를 선물로 받은바가 있어 넥타이 선물에는 거부감이 없었는데, 소관 업무관련 전문 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업체관계자가 건네준 넥타이 포장속에 또 다른 선물 ‘백화점 고액 상품권’이 들어 있는 것을 며칠후에 확인하곤 바로 넥타이 째 되돌려 준 이후부터는 ‘선물’ 포장속을 의심(?)하는 버릇도 생겼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금 사과박스 사건과 인천에서 벌어졌던 전임시장 관련 굴비상자 사건, 불과 몇년전 모재개발업체가 인천시 도시계획위원 일부에게 돈봉투를 사과 상자속에 넣어 전달한 사건 등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그 유사성이 지속되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중반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정론지’을 표방하고 창간한 정치경제 시사 주간신문사 근무시절 경기지역 대규모 아파트 개발예정지 철거업체의 폐기물 불법처리 취재시, 신문사에 전달된 만원권이 가득담긴 쇼핑백을 수소문 끝에 소위 조폭이 운영하는 철거업체를 찾아가 되돌려 준 사례, 계양산 골프장 개발업체 임원이 조모상 문상에서 과도한 조의금을 접수시켜 우체국환으로 되돌려준 사례 등을 비롯해, 몇 년이지만 인터넷 사업시 을의 위치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 관계자를 접대하기도 했던 다양한 경험에 의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지라, 20여년간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부적절한 현실 개선 필요성을 더욱 느껴본다.

공정한 경쟁에서는 앞선 기술과 적정 가격이 당연히 선택돼야 하는데, 공개 경쟁 방식을 띠는 입찰이라는 제도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미 경쟁의 의미가 없어지는 허점이 있고, 인천시 교육청 사례에서 보듯이 잡음이 있는 인사 뒤에는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선물’이 '뇌물’이 되었음이 확인된 만큼,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집단지성에 의한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2011년 2월 3일자로 대통령령에 의해 시행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은 기존 5만원이하였던 접대와 선물수수 상한액을 3만원으로 낮췄고,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회 참여 배제와 행동강령운영자문위원회 설치 등 지방의회 의원의 청렴도를 높이고, 공정한 의정 수행을 위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공무원 행동강령’ 수준으로 격상시킨 조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가 전국 순회설명회도 개최하며 자치조례로 제정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지자체 첨령도 평가에도 반영하고 있지만, 전국 17개 광역지방의회는 작년 10월말 기준 단 한곳도 조례를 제정한 곳이 없다.

부끄럽게도 당시 대표발의를 위한 조례안을 만들어서 동료의원들 의견 수렴과 운영위 차원의 공동 발의도 시도했으나 합의하지 못해, 이제 6대 의회 세 번의 회기만 남겨 놓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의 양면성처럼 둥글둥글 묻어 갈 것인지, 정 맞아 초석이 될 것인지 결단의 시기에 때마침 불어오는 여의도의 정치 혁신 경쟁은 반갑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 보호를 위한 ‘을’ 지키기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통한 기초지자체 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확정하고, 국회의원의 12가지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특권방지법’을 추진하며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고, 새정치를 표방하여 국민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측도 곧 ‘새정치 플랜’을 발표하는 등 정치권의 정치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에, 이번 기회에 전국의 지방의회도 지방정치 혁신의 계기로 삼아, 노력한 만큼 시민으로부터 신뢰도 높아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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