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발전연구원이 또 다시 변화에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인천광역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송영길 시장에서 새누리당 유정복 시장으로 바꾸면서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로 당선된 송영길 시장이 안상수 전임 시장이 임명한 인천발전연구원 원장을 곧바로 교체하는 등의 파동이 또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현재 인천발전연구원은 이갑영 원장이다. 제 13대째 원장이다. 지난 해 12월에 민선5기 송영길 인천시장 체제에서 2010년 7월에 원장을 맡았던 김민배 원장의 뒤를 이어서 이갑영 인천대학교 교수가 새로운 원장으로 취임했다.
6.4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 인발연 원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지난 민선5기 송영길 시장이 취임하면서 안상수 전 시장이 임명한 이창구 원장을 내보내고 김민배 원장을 앉힌 것에서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인천시의 싱크탱크 연구기관인 인천발전연구원의 운명이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치적인 선택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천 지역의 현안 문제를 특정한 정치적 고려나 이념적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연구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독립된 연구기관이기보다는 시장의 눈치를 보는 연구용역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혹자는 이런 사정으로 인천발전연구원의 이름을 ‘인천시장정책연구원’으로 다시 불러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선5기 송영길 시장 체제에서 인천발전연구원은 부원장 자리에 시장의 최측근 인사를 앉힘으로써 인천발전연구원이 정무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락시킨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월미은하레일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를 인천발전연구원이 진행하면서 부원장이 진두지휘했던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이 과연 인천발전연구원 설립 취지에 맞는가 하는 의문은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더 이상 거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논란이 많은 지역 현안 가운데 정무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자리에도 거리낌 없이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이 나서는 모양새는 엄격한 연구결과를 내놓아야 할 연구원의 위상이 흔들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시에서 출연한 연구기관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방향이 과연 옳바른 것인가를 엄정하게 평가하고 지적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과 깊이 잇는 대안을 내놓는 참된 정책연구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인사권과 재정권의 독립은 물론 자체 연구 방향의 설정도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운영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천발전연구원은 끊임없이 정치에 휘둘려왔고, 인발연 스스로도 외부의 힘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인천광역시장이 인발연 이사회의 이사장인 한 이러한 구조는 바꿀 수 없다.
새로 부임한 이갑영 원장은 인천시민사회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서 외부에서 지적된 인천발전연구원의 부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스페스 인천(Sps Incheon) 위원회'가 그것이다. ‘스페스 인천’은 인천발전연구원들의 연구사업 운영 방향과 인천시정 현안 정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마련한 지역사회 전문가 그룹과의 만남이다.
이 원장의 새로운 시도가 긍정적인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원의 독립성과 연구의 현장성과 전문성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지역사회 현장이 목소리를 폭넓게 수용해가려는 이 원장의 새로운 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외부의 힘에 의해 좌초하는 것은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시장이 누가 되는가에 상관없이 굳굳하게 인천발전연구원이 자리매김되는 것이야말로 인천사회가 아직도 다지지 못한 지방자치의 기반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을 시장 측근의 자리 만들기로 악용하거나 시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원하는 일이 다시 반복되서는 안 된다. 학자적 양심과 전문가의 엄격성을 가지고 긴 안목에서 시민을 위한 공편무사한 연구성과를 내는 독립된 시정연구기관을 뿌리 깊게 만드는 일. 안상수, 송영길 시장 시절의 악순환을 벗어나 민선6기 유정복 시장이 그 첫걸음을 내딛길 부디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