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민우회는 2001년 한국여성민우회 인천지부로 창립했다. 올해로 15년째 성평등과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위해 힘쓰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며, 여성이 사회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인천여성민우회 초기부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지난 2년간 부대표 등을 맡다 새롭게 리더가 된 채현자(44) 대표를 만났다.
▲ 인천여성민우회 김순득 사무국장(좌)과 채현자 대표(우)
# 인천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신임대표가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웹진을 통해 인사말을 접했는데 “회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도 대표들이 잘하는 부분은 같을 수 없으니까 기대하는 바도 달라야 할 것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대표로서 잘 해야 할 것들을 다 챙겨가고 싶다”고 하셨다. 특히 회원들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해서 만나고 싶다고 강조하셨는데.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런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과를 많이 내는 것도 좋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곳은(민우회는) 좋은 곳이다, 사람을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곳이다, 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민우회도 ‘단체’이다 보니 일 중심으로 되기 쉽다. 거칠게 ‘일’과 ‘관계’로 나눈다고 하면 일도 좋지만 단 한 사람이 오더라도 그를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대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금전적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가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같이 있어서 행복했어’, ‘그들과 있을 때 참 편하고 좋았어’, 사실 그것밖에 없지 않나.
# 민우회는 어떻게 알게 됐나. 언제부터 활동했는지.
공부방(송림동 나눔의 집)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꾸준히 여성, 아동, 보육 등에 관심보인 선배들이 인천여성민우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거의 초창기부터 회원으로 참여했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고, 소모임으로 편집부 일을 도왔다. 학교폭력예방 강사, 성평등 교육 등을 하다가 부대표가 되고, 대표까지 됐다. 단체 성격이, 누구나 와서 자원 활동할 수 있는 구조다. 회원으로서의 자기성장은 물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모임을 갖고, 연구도 한다. 자유로움, 자발성, 같이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젖먹이 때부터 온 것 같은데 지금 그 아이가 열한 살이다.(웃음)
# 아기 키우면서 활동하기 쉽지 않았겠다.
애가 어릴 때 민우회에서 몸 테라피(?), 춤 테라피(?) 같은 걸 했다. 젖먹이 아기를 옆에 두고 수업(?)에 참여하고 그랬다. 애 키우는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여성이 필요로 하는 건 뭐든지 있다.
# 그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했는지. 어떤 방향을 지향하나.
학교폭력예방양성 프로그램을 두 차례 했는데 이수하려면 76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때 양성된 강사들이 스무 명 정도 되고 이후 부평구 여성친화도시사업을 맡는 등 또 다른 도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우회 회원은 그냥 회원이 아니다. 이곳에 오면 변한다. 강의를 듣고, 느끼고, 다른 곳에 가서 배움을 나눈다.
여성의 성평등을 말할 때 흔히 ‘여성만을 위한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이 계신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같이 잘 살기 위한 것이다. 여성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전에는 ‘성교육’ 위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인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인천 시내 11개 보육원에서 인권 강의를 했다. 보육원 교사, 직원, 초중고생 대상으로 인간 존중 운동을 펼쳤다. 인권교육 네트워크와 결합해 인천에 맞는 평화/인권 교육이 뭐가 있을까 찾고 있다. 인권을 이야기할 때 ‘약자’를 많이 언급하는데 그 안에서 우리 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제15차 정기총회 모습
인천여성민우회는 ‘자원활동하기 편하게’ 조직이 움직인다. 성평등/민주시민/인권 교육을 담당하며 중고생 위주 청청기자단을 꾸리는 청년사업부가 있고, 회원관리를 하는 조직사업부, 홍보, 인권 모임 등이 있다. 무엇보다 회원의 자율적 활동을 지지하고, 회원들은 관심 있는 곳이라면 어느 모임이든 들어갈 수 있다.
인천여성민우회는 여성만 가입할 수 있나? Oh, No! 현재 부대표도 남자다.
# 올해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
외모지상주의 반대 캠페인을 열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성형국가다. 서울 여성의 5분의 1이 성형을 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예쁜 외모를 강요받고 예뻐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원치 않는데도 사회 분위기때문에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외모에 대한 여성주의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일을 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나가서 행진하고 그런 게 아니다. 캠페인의 핵심은 인식 개선이다. 섬세하게 들어가 여성에게 강요된 미의 기준, 혹은 비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남자’는 개성 있고 자유로운 캐릭터를 선호하면서 왜 ‘여자’는 무조건 예쁜 게 최고인가.
‘아트 워크숍’이라고 해서 스타일리스트가 ‘자기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불어 예술 작업을 한다. 기술이 아닌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자신만의 미를 찾는 거다. 단지 옷을 잘 입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사랑하는 방식을 체험하게 된다. 후에 패션쇼도 펼쳐진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펴낸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라는 책이 있다. 일상에서 폐해를 당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았는데 그분들을 초대해 북콘서트도 할 예정이다.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문화적 접근으로 문제를 나누는 것이다.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성들에게 “오늘은 안 예뻐 보이네?” “오늘은 예쁘네.”라고 말하는데 그럴 때 여성은 ‘내가 늘 예뻐야 하나?’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캠페인은 6, 7월경 무료로 진행하는데 10대 아이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
‘첫 사람이 되어 주세요’라는 타이틀로 성폭력 여성을 위한 ‘재판 동행단’도 새롭게 시작한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지만 재판에서 ‘왜 거절하지 않았냐’ 등의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피해자 여성에게 위축감을 주고, 책임을 물으려는 것은 바르지 않다. 그럴 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될 수 있다.
그밖에 지부 자체 사업으로 인권교육에 더욱 집중한다. 인천시 인권조례 재정을 돕고, 청소년 대상 ‘원탁청소년토론회’도 구상하고 있다.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너희가 생각하는 인권이 뭐니?” “학교에서 중요한 건 뭘까?” 같은 질문을 끌어내서 주체적으로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 민우회 대표로서의 목표가 아닌 앞으로 개인 채현자의 꿈이나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아는 사람’으로 저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인식개선, 치유에서 벗어나 여성이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다. 사회적기업이나 인큐베이팅을 해보려고 한다. 교육 수준 등은 남성과 비슷한데 유독 리더십 부분에서 여성의 비중이 적다고 한다.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제약이나 두려움 때문에 못했던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이 대표가 돼서 할 수 있는 걸 고민해보고 원하는 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 인천 시민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성 연대’가 있긴 하지만 여성의제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데 대한 강력한 네트워킹은 없는 것 같다. 여성주의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도 공감하며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듯 성평등 네트워크가 활발해지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사회/복지/문화를 분류하는 것처럼 ‘여성’을 분리하는 관습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문제가 따로 있지 않고,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길 바란다.
* 인천의 시민단체를 찾아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비전을 듣는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 연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기획연재]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
① ‘건강한노동세상’ 김철홍 대표
②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
③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회 이은주 상임대표
④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최선미 대표
⑤ ‘민들레장애인야학’ 박장용 교육국장
⑥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박경서 소장
⑦ ‘인천행복교육세상’ 정영신 대표
⑧ ‘인천여성민우회’ 채현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