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in>은 인천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기사 협력을 통해 인천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발간하는 웹진 기사 중 마을공동체를 소개하는 내용을 공유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 싣습니다.
▲<염전골 사람들> 강찬용 회장
<염전골 사람들>은 주안5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공동체 활동을 위해 2012년 결성한 모임이다. 이름이 염전골인 까닭은 이 지역이 국내 최초(1907년)로 천일염전을 만든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 주민들과 염전골 회원들은 염전이었던 이곳 텃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며, 마을공동체에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4년째 모임을 가져오고 있다. 강찬용 회장과 인터뷰를 했다.
Q) 주안5동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A) 시골에서 쭉 살다가 직장이 주안으로 옮겨 오게 되면서 이곳에 자리 잡고 살게 되었다. 1982년도에 이사를 왔으니 33년 정도 살았다. 이젠 손주가 유치원을 다니고 있으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많이 떠나도 나는 직장이 여기 있어서,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계속 머물러 살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지내다 보니까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 생활이 좋다고 생각해서 지낸 이유도 있다. 아내도 한번쯤은 아파트 생활을 해보자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여기 이웃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가기 싫다 하더라. 그만큼 이제는 소음이 없고 조용한 이 동네에 애정이 많이 쌓였다.
Q) 어떻게 마을활동에 눈뜨게 되었나?
A) 10년 이상 통장을 했다. 20여년의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동네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쪽 동네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단독주택 가지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오래 봐온 사람들이거든. 가장 오래 산 사람은 40년 정도 살았다.
7~8년 전 이곳도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집도 노후되었고, 주안역과 가까우니 아파트를 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경기가 점점 나빠지면서 경제성이 떨어졌고, 주민 여론도 개발예정지구를 해지하자는 쪽으로 흘러가서 백지화되었다.
그 즈음부터 남구청 평생학습과에서 재건축이 해제된 지역에서 있는 그대로 재밌게, 개선해 가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 마을만들기라면서 9주간의 교육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성미산마을, 삼각산 재미난마을, 수원 마을르네상스 등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동네에 맞는 일을 해야겠다는 감상을 받게 되었다. 우리 마을도 마음이 맞는 사람 절반만 있으면 동네도 좋아지고, 서로 도움이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움텄다.
▲염전골 사람들 정월대보름 행사
Q) 동네에서 어떤 일들을 했나?
A) 그렇게 2012년에 ‘염전골 사람들’이 결성되고, 구에서 사업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사업비를 가지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주민강사를 발굴해서 도자기 만들기, 초콜릿 만들기와 같은 동아리 활동을 20여명의 부모님들과 같이 동사무소에서 진행했다. 사업비가 있을 때야 발표회도 가지고, 행정에서 말하는 결과물들도 만들어 냈지만, 그게 끝난 다음에는 돈이 안 드는 방법으로 모임을 갖다 보니 처음 같은 활발함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Q)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A) 당시에는 통장들 위주로, 주민들이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까 재밌어서 참여하고 같이 즐기는 형태였는데, 그런 꺼리를 많이 늘려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지원금에 의해서만 유지되다 보니 돈이 없어지면 오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더라. 모일 때 만원씩 모아서 같이 식사만 해도 되는데 오는 사람만 오고, 점점 동력이 줄어들었다. 오래 했던 사람들은 통장 일을 하면서 갖게 된 봉사정신을 가졌기 때문에 끈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이웃들과 어울리는 일을 잘 안하려고 한다. 자기가 즐거우면 회비가 얼마라도 아깝지 않을 텐데 아직까지는 즐기는 상태가 아니라서 어려운 것이라고 본다. 남녀노소 어울릴 수 있는 장, 그리고 같이 할 꺼리가 있으면 점차 생기리라 본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동네 사람들 중에 특기 있는 사람을 발굴해서 재능 나눔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민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으리라 본다. 다만 발굴이 안 되었을 뿐이다. 다들 관심은 있다. 펼칠 장만 열어주면 나오리라 본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Q) ‘염전골 사람들’ 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배경이 궁금하다.
A) 문헌을 찾아보면 경인선로 주안역 위쪽으로는 전부 염전이었다고 나와 있다. 그 염전 지대가 지금은 산업단지가 된 것이다. 주안염전은 1907년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소금을 얻기 위해 주안까지 들어오던 바닷물을 가지고 만든 최초의 천일염전이라 한다. 신안 등의 염전 지대도 다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가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나도 문헌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염전골 사람들>은 이러한 동네 유래를 따서 정한 이름이다. ‘인천’ 하면 ‘짠물’이지 않나.
▲2015 마을공동체만들기 공모사업을 통해서 <학습공동체>를 꾸리고 내가 살고싶은 마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Q) 염전골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A) 회원은 20명 정도, 지금 학습모임에 참여하는 회원은 15명 정도다. 관심이 늘었다가, 줄기도 하고 그때그때 여건에 따라 다르다. 지금은 통장 주민 할 것 없이 같이 해 나가며 관심을 늘려 가는 중이다.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행사 소식을 지속적으로 올려서 알리고, 관심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통장자율회장을 하다가 그만두고 주민자치위원 일을 하기도 했는데, 거기에 관련된 자료나 주안5동 자료를 다 올린다. 지금은 170명 정도가 가입해 있다.
▲염전골 사람들에서 운영하는 공동텃밭
Q) 마을텃밭을 통해서 함께 어울리는 일을 도모했다고 들었다.
A) 회원 중에 나대지를 가지고 계신 분이 있었는데, 임대로 놓는 수밖에 없는 땅을 필요로 하는 곳도 없고, 안 쓰면 쓰레기나 쌓이게 될 테니 공동텃밭으로 만들어서 같이 경작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해보자고 해서 작물을 함께 키웠다.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Q) 주안5동에서 진행되는 환경개선사업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A) 2012년도에 남구청 평생학습과와 함께 마을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주안5동 성과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구청에서 이 결과를 가지고 시에 추천을 해서 시 도시정비과에서 진행하는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에 선정되었다. 염전골 사람들이라는 단체와는 별개로, 주안5동에 적용되는 일이지만 단체의 영향을 받은 부분은 있다. 이 사업은 동네 안에 주민공동이용시설, 가로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골자로 진행한다. 2012년도 7월에 선정 이후 13년부터 1년간 법 개정을 하고, 대지 구입 및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지금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2월이면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본격적으로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기겠다.
A) 행정에서는 공간 운영을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풀어가도록 제안을 하는데, 사람 관계, 돈 관계가 얽혀 있는 것들을 풀어가면서 운영하다 보면 지금처럼 순수한 마음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있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많이 한다. 그래서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공간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용하는 건 동네사람들이니까 그들이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깊이 있게 뭘 하기보다는 이용자인 동네사람들이 즐겁게 하는 방편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는데 까지 하다 보면 다른 방법이 생기겠지. 인근에 직업학교인 한국폴리텍대학, 미추홀복지관, 노인문화센터 등 관심 있는 분들과의 네트워크가 있는데, 그런 관계들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잘 풀어가고 싶다.
▲▼주안5동의 저층주거지관리사업은 주민공동이용시설 설립과(위) 주민쉼터(아래), 가로환경개선을 골자로 한다.
이 지역에는 250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노력중이다.
Q) 공동이용시설을 준비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공간을 중심으로 함께 할 내용들을 늘려 나가면서 함께 운영하는 경험이 쌓이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데.
A) 그렇다. 하지만 주민의 힘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간에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주민 의견에 따라 헬스장 등을 마련할 계획인데 시설 대비 비용 책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설이 좋아야 찾아올 텐데 그럼 사용료를 올려야 하고, 사용료가 낮아야 찾아오기 편할 텐데 그럼 시설 마련이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다.
Q)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협의하고 조율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A) 통장 일을 하다 보니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을만들기 교육을 다니면서 사례 견학을 다닌 것도 도움이 되었다. 지원기관을 통한 컨설팅과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공모사업을 활용해서 공동이용시설과 마을만들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공감대를 넓히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재밌게 만들어가면서 하느냐가 중요하지 남들이 겉으로 보는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드러나는 것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주민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지 누가 해주는 것은 아니기에 이 과정이 중요하다.
Q) 동네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공간,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퇴근 후 만나서 어울리다가 친구가 된 이웃들이 있다. 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삼총사라고 부른다. 친구들 셋의 성격이 각기 다르다.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성격은 달라도 서로의 표정만 보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기분인지를 알 수 있다. 가깝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참 좋다. 표정만 봐도 위해주는 그런 관계. 동네사람들이 그런 사이로 지내면 좋겠다.
사람 관계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복잡한 사연이 많아서 그렇다. 아내는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왜 그런(동네 일)데 신경을 쓰느냐.”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런 데라도 신경 쓰며 사는 게 좋지 않으냐. 그렇게 어울리는 낙으로 사는 거지 뭐.” 라고 대답한다.(웃음)
Q) 앞으로 염전골이 어떤 동네가 되길 바라나?
A) 어린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동네, 그 가운데에서 남녀노소 어울릴 수 있는 마을이길 바란다. 그러면서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동아리 활동을 통해 취미생활을 공유하면 모이고 어울리는 가운데에서 재미를 느끼고 만족하게 되지 않을까. 다들 각자 바빠서 시간들이 없지만, 친밀한 관계가 생기면 자기 시간들을 쪼개서라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