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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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초심으로 돌아가자
  • 김송원
  • 승인 2015.10.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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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시청 브리핑 룸이 요새 쉴 틈이 없나보다. 청사 앞 계단도 기자회견장이 된지 오래다. “재정위기에 시청사 신축이전이 웬 말!! 유정복 시장은 재정위기종합대책 수립에 집중하라!” 9월 10일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가 연 기자회견이다. “시장님 수도권매립지 종료, 언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9월 23일 인천지역 시민?주민단체와 정당이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이다. 같은 날 “검단?장수 간 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모임 기자회견”도 열렸다. 그리고 추석연휴 다음날 인천교육희망 네트워크가 “아이들 먹거리 빼앗아 재정위기 해결? 친환경우수농산물 차액지원 예산 삭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브리핑 룸에서 열자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는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기사거리가 풍성한 한가위였고 여전히 해묵은 지역현안이 산더미다. 게다가 재정위기, 환경정의와 개발, 중앙집권적 정치와 지방자치?분권, 통일 등 굵직한 시민운동의 테마도 넘쳐흘렀다. 하지만 정작 제자리에 있어야할 시민운동을 찾기는 힘들기만 하다. 엄중한 형국인데 갈피마저 못 잡는 경우도 보인다. 시민운동의 꽃이 ‘연대’라 했건만 자랑삼을만한 게 무엇인지 자문해본다.

재정위기 10년, 시민운동은 무엇을 했나?

계양산 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 선인학원 사태를 우려하는 인천시민의 모임, 인천앞바다 핵 폐기장 대책 범시민협의회, 인천 제2연육교 범시민대책위원회,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 시민운동 태동기였던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까지 인천시민사회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연대운동이다. 당시 현장시민의 지지에서 출발한 지역 시민운동이 이제 지역의 경제계는 물론 보수?진보도 망라한 시민연대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난 10년을 관통하는 연대운동 주제는 단연 지방재정 감시운동일 게다.

무리한 대규모 개발사업,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증세, 재정분권 등이 그간의 시 재정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키워드다. 그 여파가 만만치 않자 경제적,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광범위한 시민연대가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졌다. 각자 이해관계는 달랐지만 재정위기 극복이란 대명제에 함께했다. 영호남으로 치우치는 정부재정의 왜곡된 배분현상도 문제 삼았다. 오늘의 기자회견 주제 대다수가 재정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분야별 역할분담은 너무나 파편적이다.

시민운동 원칙, 정치적 중립과 재정적 독립

당장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문제를 접근하는 시민운동단체의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환경정의를 실현할 대표적인 환경사안이지만 사회문제로 변질돼 안타깝다며 손사래를 친다. 혹자는 정쟁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하지만 먼발치에 있다. 연장의 불가피성을 애써 강조하며 시 재정위기와 연계하는 이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대하자면서 연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정부가 수도권매립지뿐만 아니라 영흥도유연탄발전소, 송도LNG인수기지 등 인천의 미래와 직결된 현안을 재정위기 극복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왜곡하는데도 재정운동은 고사하고 본연의 현안 대응마저 피하려한다. 다른 분야도 매한가지다.

민선4기에 펼쳐진 무리한 개발계획 반대 등 다양한 방식의 재정 감시운동은 인천시장도 바꿨지만 작금의 시민운동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는 어떤 정권이 자리하더라도 공평무사한 잣대로 시민운동을 펼쳐나가야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과 재정적 독립 문제가 중요한 거다. 초창기 시민운동세력은 개혁, 참여, 분권, 통일 등의 가치를 지역과 마을 단위현장에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걸 허락지 않았다. 한데 어느 순간 시민운동이 시민들에게 정치운동으로, 정부보조 및 이익단체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올 때다. 그리고 숭고한 가치와 산적한 현안을 감당하기 위해 제대로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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