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관교동의 재개발과 관련해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 때는 기존의 아파트재개발에 관련해 사안이 급해서 쓴 글이라면 이번 칼럼은 재건축·재개발의 일반론에 관한 것이다. 순서의 앞뒤가 틀렸지만 그래도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해 글을 적는다. 위의 지도는 인천 행정동별 노후건축물의 비율을 계산하여 지도화한 것이다. 노후건축물은 30년 이상된 건물을 의미한다. 인천 전체로 보면 전체 건물의 약 절반정도는 노후한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색이 진할수록 노후건물이 많다는 뜻으로 만수4동, 십정동, 산곡동, 북성동, 신포동, 청천1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새롭게 조성된 검단신도시 일대, 소래주변의 논현동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노후건축물의 비율이 높다. 노후건물이 많이 모이면 우리는 재개발을 생각한다. 재개발방식은 사실 다양한데 우리는 합동재개발과 전면철거 재개발만 머리에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이 두 가지 방식으로 재개발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합동재개발은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조합추진위를 거쳐 조합을 설립한 후에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재개발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사업구역은 전면철거된다. 토지주나 건물주가 아니면 이 재개발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주택세입자와 상가세입자들간에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법적으로 영업보상금과 주거보상금, 그리고 이사비가 마련되어 있다. 이것도 1990년 이후에 와서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에서 자다가 철거당하는 집, 밥 먹다가 철거당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건 영화라서 만들어진 장면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뉴타운 광풍이 인천에도 잠시 지나쳐갔다. 지나쳐갔지만 상처는 여전하다. 뉴타운은 도시재정비촉진법을 기반으로 기존의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더 커진 사업이다. 서울에서 조례로만 나왔던 뉴타운이 공식적인 법령이 되면서 전국에 뉴타운열풍이 일었다. 인천에도 이와 관련하여 200개가 넘는 재개발구역이 지정됐다. 이것도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재개발구역이 지정된 동네들은 10년 동안 재개발을 기다렸다. 그러나 2008년 이후로 부동산시장은 가라앉기 시작했고, 서울의 경우 은평뉴타운, 왕십리뉴타운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착공된 지역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인천에서도 그 수많은 재개발구역들 중에서 실제로 사업이 진행된 곳은 별로 없다. 그 와중에도 경제자유구역에는 계속 아파트가 만들어졌고, 경인선 철도 남쪽에 사는 인천사람들에게는 거의 김포로 인식됐던 검단에도 택지가 조성되어 지금은 신도시 되었다. 김포에서도 한강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거대단지가 조성되었고 지금도 조성중인데, 검단과 김포는 수도권2기 신도시로 행정구역만 다를 뿐 사실 형제나 다름없다.
재개발구역이 수없이 지정된 가운데서도 신규개발은 계속 진행됐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그 이후에는 재산권행사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 그 사이 동네는 계속 쇠퇴해왔다. 2010년이 넘어서면서 재개발사업의 진행이 부진하자. 구역을 해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재개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조합추진위원회를 운영하다가 재개발구역이 해제되면 국가에서 최대 70%의 비용을 보전해줄 수 있는 제도(보전 여부 및 보전키로 결정했을 때의 비율 등을 이 70% 범위 내에서 해당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음)가 있다. 그러나 조합을 운영하다 구역이 해제되면 국가에서 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서울에서도 이 문제는 큰 화두인데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 재개발구역이 해제된 신흥동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이후 동네에 관한 이야기들은 귀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집이 전재산인 소시민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동네도 계속 늙어간다.
상황이 이러니 쇠퇴정도가 심할수록 다른 방안을 찾아야하는데 주민들은 여전히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도시재생이 도시재개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공공의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재개발사업이 진행될 때의 자금흐름과 비교할 수 없이 사업의 규모가 작다. 동네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키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도시재생사업의 대상지는 쇠퇴도가 아주 심한 곳보다는 이 보다는 다소 양호한 곳이 선호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쇠퇴한 지역은 계속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역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단독주택은 오늘도 계속 빌라로 변신하고 있다. 한 개의 단독주택이 빌라로 재건축 되거나 작은 단독주택 몇 개가 빌라로 재건축되는데, 문제는 들어와서 살 방이 늘어나는 것이지 근린단위에서는 변한 것이 없다. 기반시설에 대해서 해야 할 의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은 늘어만 가는데 주차, 쓰레기 등 다른 것들은 변한 것이 없다. 우린 이런 식으로 수 십 년 동안 빌라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실제 불편함,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주택이 아니라 근린에 산다’는 말의 의미를 망각하며 산다.
인천의 오래된 동네들은 대부분 이런 문제들에 놓여있다. 골목골목을 지나가다 추진위원회니, 조합이니 이런 현수막이나 간판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재개발 자체가 나쁘거나 반대하자고 나는 이런 류의 글을 계속 쓰는 것이 아니다. 노후도가 심하면 재개발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재개발 자체가 아니라 재개발을 추진하는 방식과 집 그리고 마을을 보는 우리 마음이 문제다.